야! 겨울이다~신나는 체험여행 떠나자

<한국관광공사 추천 12월의 가볼 만한 곳(1)>경남 통영&충남 논산


한국관광공사는 ‘야! 겨울이다~신나는 체험여행’이라는 테마로 2011년 12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겨울바다, 훈훈한 미술 엿보기 체험(경남 통영)’ ‘마을을 삼켜버린 보아뱀과의 한판! KT&G 상상마당 논산(충남 논산)’ ‘민화, 쇳대, 짚풀 등 전통향기 만나고 체험해보는 하루(서울)’ ‘우리 전래놀이 체험으로 겨울을 즐긴다(경남 함양)’ ‘사계절 숲체험이 가능한 편백나무숲, 우드랜드(전남 장흥)’ ‘200년 종가의 기품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성주 윤동마을(경북 성주)’ ‘감성이 피어나는 꿈의 궁전, 충주 향산리 미술촌(충북 충주)’ 등 7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그 첫 번째로 경남 통영과 충남 논산을 각각 소개한다.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화산리
겨울 바다, 훈훈한 ‘미술 엿보기’ 체험

<통영>통영의 겨울체험은 눈과 마음이 즐겁다. 도시의 역사와 훈훈한 사연을 담아낸 미술관들과 벽화마을을 엿보는 이색경험이 기다린다. 독특한 테마를 지닌 미술공간들은 바다를 배경 삼거나, 담장을 캔버스 삼아 푸른 통영을 그려내고 있다. 전혁림미술관, 옻칠미술관, 동피랑 마을 등에서 따뜻한 겨울 햇살과 함께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전혁림미술관은 추상, 옻칠미술관은 전통, 동피랑 마을은 서민들의 삶을 소재로 고스란히 통영을 담아내고 있다.

통영시 용남면에는 국내 최초의 옻칠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통영에 옻칠미술관이 세워진 것은 충무공과도 사연이 깊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통영에 부임한 이후 12공방을 설치했고 공방중 상하칠방에서 나전칠기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로 통영은 400년 전통을 이어온 나전칠기의 본고장으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옻칠미술관에 들어서면 케케묵은 옷장과 화장대 대신 옻으로 단장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작가의 현대작품 150여 점이 전시 중인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옻칠 장신구와 한국 옻칠화다.

옻칠 장신구는 옻칠만의 미학적 특성을 살린 옻칠조형작품으로 전통미 가득한 목걸이, 브로치 등으로 재현됐다. 옻칠화는 유화와 달리 캔버스가 아닌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게 특징으로 아름다운 광채와 빛깔이 독특하다. 미술관 소재 아트숍에서는 통영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그윽한 휴식도 즐길 수 있다.

통영 미륵산 자락으로 향하면 건물 자체가 작품인 독특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통영의 피카소’로 불리던 추상화가인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이다. 전 화백은 통영에서 태어나 타계했으며 고향인 통영을 화려한 색으로 담아낸 작가다. 미술관에는 전 화백의 작품 80여 점과 관련자료 5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멀리서 봐도 다른 건물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인상으로 다가선다. 그가 거주하던 봉평동 일대의 뒷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미술관은 건물 외벽을 아름답게 채색된 세라믹 타일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전 화백과 아들 전영근씨의 작품을 7500여 장의 타일로 재구성해 통영의 바다와 화백의 예술적 이미지를 재현했다. 전시관에서는 한국 색채추상의 대가인 전 화백의 강렬한 유작 뿐 아니라 생전에 쓰던 물감 캔버스 등 작품도구 등도 구경할 수 있다. 별관에는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어 작품과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식 시간도 마련된다.

화가 전혁림 외에도 시인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등이 모두 그리운 통영의 바다가 길러낸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통영 일대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연만 묻어나는 것은 아니다. 강구안에서 이어지는 골목 사이에 웅크린 벽화마을 ‘동피랑’은 미대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따뜻한 그림이 있는 마을이다.

중앙시장 뒷길을 따라 동피랑 골목을 굽이굽이 오르다보면 다양한 벽화들이 길손을 반긴다. 마을은 몇 장의 그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벤치에서 휴식을 즐기는 슬로우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항구와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기거했던 과거를 지닌 동피랑은 한때 철거될 위기에 처했으나 ‘푸른 통영 21’이라는 예술단체가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을 열었고 미술학도들이 몰려와 골목마다 그림을 꽃피워냈다.

예쁜 벽화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통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비탈의 사투리)이라는 뜻으로 마을 언덕 중턱까지 오르면 통영 앞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동피랑에서 강구안으로 내려서면 통영의 유서 깊은 공간들과 조우하게 된다. 중앙시장, 서호시장 등 통영의 대표 시장들 역시 강구안에 기대 있다.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시장은 뒤에는 동피랑을, 앞에는 강구안 포구를 두고 있다.

중앙시장에는 싱싱한 생선과 마른고기가 주류를 이루고 통제영 시절 이 일대에 12공방이 있었던 까닭에 나전칠기 가게도 만나볼 수 있다. 여객선 터미널 방향의 서호시장은 인근에서 나는 해산물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자연산 활어부터 건어물까지 사계절 해산물이 넘쳐나며 즉석에서 막회를 맛볼 수도 있다. 새벽 경매 시간 때가 피크로 경매구경을 끝낸 뒤 졸복국, 해물뚝배기, 굴밥 등으로 시원한 속풀이가 가능하다.

시장들 외에도 강구안은 통영의 명물인 충무김밥집과 선술집이 몰려 있고, 문화마당과 남망산 조각공원 등 문화공간도 함께 어우르고 있다. 강구안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함이 정박하던 곳으로 초입에는 거북선 한척이 실제 크기로 전시돼 있다. 남망산 조각공원과 청마문학관 역시 강구안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청마문학관은 바다가 보이는 정량동 언덕에 자리 잡았는데 문학관에는 ‘그리움’ ‘행복’ 등 유치환이 남겼던 수려한 시들과 그의 시세계를 소개하는 책들이 보관돼 있다. 문학관에서 나와 넓은 마당을 지나면 그의 생가도 재현돼 있다. 강구안 바다를 끼고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예술을 품에 안은 통영을 음미하는 호젓한 산책로로도 안성맞춤이다.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달아공원이나 이순신장군의 흔적이 서린 세병관 역시 통영에서 두루 둘러볼 아름다운 공간들이다. 삼도수군의 본영이 있던 세병관은 현존하는 목조 고건축 중 가장 넓은 곳으로 국보로도 지정돼 있다.

<통영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옻칠미술관→전혁림미술관→동피랑→중앙시장→강구안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옻칠미술관→전혁림미술관→달아공원→세병관
둘째 날 : 서호시장→강구안→동피랑→중앙시장→청마문학관→남망산 조각공원
♣대중교통
[버스] 서울경부터미널~통영버스터미널 4시간10분 소요. 옻칠미술관까지는 버스터미널에서 거제방향 버스 탑승, 미늘 삼거리 하차, 도보로 5분 거리, 전혁림미술관까지는 터미널에서 미륵산 용화사 방향 버스 탑승. 동피랑까지는 터미널에서 중앙시장, 강구안행 버스 탑승
♣자가운전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 통영IC에서 나와 14번 국도 경유, 미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옻칠미술관 위치. 전혁림미술관은 미륵산 케이블카 방향, 동피랑은 시청, 강구안 방향
♣주변 볼거리
한산도, 충렬사, 통영수산과학관, 박경리기념관, 통영대교, 제승당, 매물도

문의 : 통영시 관광과
055)650-4613


충남 논산시 상월면 한천리
마을 삼켜버린 보아뱀과의 한판! KT&G 상상마당

<논산> 쌀쌀하고 매캐하지만 그 추위가 싫지 않은 겨울이 시작되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의 본격적인 집안생활도 더불어 시작되는 지금, 온 가족이 함께 충남 논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지금 그곳에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줄 미술체험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상상마당 논산과 명재고택이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한천리에 자리한 상상마당 논산은 옛 한천초등학교를 문화 체험 장소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2011년 6월에 개관한 이곳은 1년간 진행된 상상마당 특유의 색깔 입히기 작업을 통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신을 했다. 학교의 옛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운동장을 지켜온 굵은 나무뿐이다. 전체의 공간이 새롭게 옷을 입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어린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생긴 ‘갤러리’이다.

이 건물을 본 아이들의 첫마디는 “보아뱀에 그려진 도로 위를 걸어볼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읽은 상상마당에서 작은 푯말을 붙여 놓았다. “지붕 위로 올라가면 위험해요.”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붕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연상시키는 선으로 그린 나무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이쯤 되면 보아뱀이 삼킨 것이 코끼리가 아니라 ‘마을’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알게 된다.

건물 안쪽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이루어진다. 갤러리 문을 들어서 왼쪽에는 ‘세계우수그림책특별전’이, 오른쪽에는 아트토이를 비롯한 다양한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우수그림책특별전에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을 비롯한 8개국 언어권의 책이 500여 권 전시되어 있다. 서가 한쪽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책 한 권을 들고 올라가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전시된 책 중에서 아이들이 관심을 가장 많이 갖는 것은 팝업 북이다. 책에 쓰여 있는 다른 나라의 말은 몰라도 책을 펼치면 튀어 올라오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느낀 흥미를 체험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팝업 북의 원리를 배워 직접 만들어보는 팝업 북 만들기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준비물은 커다란 도화지 두 장과 색연필 그리고 가위와 목공용 풀이다. 도화지 한 장에 그림을 그려 잘라낸 후, 나머지 한 장의 도화지는 반으로 접는다. 접힌 선이 안쪽으로 오게 펼쳐놓은 도화지 중심에 잘라낸 그림을 반으로 접어 사선으로 붙여주면 완성이다. 간단하지만 아이들은 팝업 북의 원리에 흥미를 느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한다.

갤러리의 다른 한쪽에 전시된 아트토이들도 체험의 대상이다. 평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사물을 입체로 볼 수 있게 하는 체험이다. 하지만 체험의 시작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아무 것도 그려있지 않은 하얀 입체인형을 받아든 아이들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모르고 망설이고만 있다. 이럴 때, 갤러리에 전시된 전시물들이 도움이 된다. 전시장을 천천히 돌아본 후 인형에 그릴 그림을 떠올리도록 이끌어주면 된다.

한번 선을 그리면 지울 수 없는 유성 펜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이들에겐 부담이다. 하지만 실수조차 상상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체험한 후엔 달라진다. 과감하게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 상상마당에서는 겨울방학동안 지역특산물인 상월고구마와 연산대추를 이용한 요리교실, 아빠와 함께 만든 썰매로 즐기는 논두렁스케이트장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예약은 필수다.

상상마당 논산의 공간 곳곳에도 아트토이가 전시되어 있다. 사람크기의 캐릭터 인형을 변형시킨 작품들이다. 복도에는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다양한 모양의 모빌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의 옷 색깔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상상마당이 현대미술체험으로 아이들의 상상을 자극한다면, 논산을 대표하는 명재고택은 전통체험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다. 명재고택은 중요민속자료 제190호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나지막한 산 아래 깃들어있는 전통한옥으로 수많은 항아리와 어우러진 한옥풍경이 꽤나 아름답다.

이곳에 명재 윤증선생의 후손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노서서재’가 있다. 30평 남짓한 도서관에서 다양한 우리문화체험이 이루어진다. 그중 하나가 전통매듭배우기이다. 명주를 꼬아 만든 매듭실 한 가닥으로 작은 브로치를 만드는 체험이다. 매듭방법은 가락지매듭을 사용한다. 손가락에 실을 감아 기본 틀을 만들고 실 양끝을 틀 사이로 서로 번갈아 오가도록 넣어주면 가락지 모양이 완성된다. 그 다음엔 브로치 모양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마치 실 한 가닥의 마술을 보는 듯한 과정이다.

명재고택은 사랑채와 안채에서 고택체험을 할 수 있다. 뜨끈한 한옥에서 하루를 보내며 우리 선조들이 지혜로 지은 집 한옥에 대해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논산여행을 마칠 때쯤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강경젓갈시장이다. 이곳에 제법 규모가 큰 젓갈시장이 있는 것은 금강이 있기 때문이다. 강경포구는 물자를 배로 실어 나르던 예전엔 국내 3대 포구로 손꼽힐 만큼 많은 배들이 오가던 곳이다. 서해바다의 싱싱한 새우로 만든 새우젓의 맛도 좋아 포구를 드나드는 상인들의 배에 실려 전국으로 강경젓갈의 이름을 알렸다. 자연스레  강경젓갈시장의 규모도 커졌을 터이다.

하지만 뱃길이 쇠락하면서 시장은 그 빛을 잃었었다.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옛 시장의 번영을 되찾기 위해 논산시가 시장복원사업을 시작한 것. 지금은 강경읍 태평리 일대에 100여 개가 넘는 젓갈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논산에는 이 밖에도 볼거리가 많다. 계백장군이 5천의 군사로 신라 5만의 군사를 맞아 싸운 황산벌전투를 살필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 논산 시내를 은진미륵의 시선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관촉사, 전성기엔 1000여 명의 승려가 상주하며 화엄법회를 열었다는 개태사 등이다.

<논산 여행정보>
♣당일여행코스
문화유적 답사 : 관촉사→돈암서원→개태사→명재고택→노성향교
체험여행코스 : 상상마당 논산→명재고택 →백제군사박물관→강경젓갈시장
♣1박2일 체험여행코스
첫째 날 : 백제군사박물관→명재고택 전통체험→상상마당 논산(숙박)
둘째 날 : 상상마당 논산 미술체험→관촉사→강경젓갈시장→귀가
♣대중교통
[기차] 용산~논산(KTX) 하루 7회 운행, 1시간30분 소요
[버스] 서울~논산 1일 22회 운행, 2시간10분 소요
[시내버스] KTX 논산역 또는 논산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상월 방면 508번 버스(1~2시간 간격 불규칙 운행) 이용, 한천리에서 하차. 하루 8회 운행, 40분 소요
♣자가운전 
천안~논산고속도로 : 정안IC, 23번국도 진입→공주·논산 방면 남쪽으로 직진(약 35km)→상월면소재지→‘동금성 옛날짜장’ 앞에서 좌회전→KT&G 상상마당 논산
♣주변 볼거리
 돈암서원, 양촌감와인 추시, 개태사

문의 : KT&G 상상마당 논산 041)734-6986
명재고택 041)735-1215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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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