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원-홍라희 밀약설 진상

의문만 키운 ‘홍홍 종전’ 진실은?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미술계 ‘큰손’간 싸움이 싱겁게 끝났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에 ‘그림값 50억원’을 요구했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죽자고’덤볐던 홍 대표는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일까. 의문만 남긴 ‘홍-홍 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림값 50억 달라”소송 돌연 취하…분쟁 일단락
‘죽자고’덤비더니…꼬리 내린 이유 두고 설왕설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을 상대로 50억원의 물품대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6월. “그림값을 지급하라”는 게 홍 대표의 요구였다.

홍 대표는 소장에서 “2009년 8월∼2010년 2월 미술작품 14점을 홍 관장과 리움미술관에 판매했는데 총 781억여원의 대금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3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중 50억원을 우선 달라”고 주장했다.
 
“총 531억원 미지급”

홍 대표가 홍 관장과 리움미술관에 판매했다는 미술품은 ▲미국 작가 윌렘 드 쿠닝의 ‘Untitled VI’(작품가 313억원)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Man Carrying a Child’(216억원)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64억5000만원) ▲미국 화가 필립 거스턴의 ‘Foot leg’(32억9000만원) ▲미국 현대미술가 댄 플라빈의 ‘Untitled’(3억7000만원) 등 총 14점으로, 대부분 현대미술에서 손꼽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다만 홍 대표는 “구체적 입증자료는 추후에 제출하겠다”며 영수증이나 구매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는 소장에 첨부하지 않았다. 이에 홍 관장 측은 “미술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홍 관장이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을 구입할 때 주로 찾는 거래처였다. 뿐만 아니라 둘은 사적인 친분도 깊다. 이화여대를 나온 홍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국내에 들여와 국내 주요 기업의 ‘안주인’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 홍 대표가 ‘VVIP 고객’인 홍 관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미술계에선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둘 사이에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란 말이 돌았다. 홍 대표는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또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에 연루된 홍 대표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돈뭉치가 발견되자 미술품 매매대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고의로 소송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9월만 해도 홍 대표는 이 소송에 ‘죽자고’달려들었다. ‘그림 소송’첫 재판에서 양측은 매매한 작품 수와 대금지급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홍 대표 측은 소장대로 “14점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관장 측은 “구입한 작품은 14점이 아니라 12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림 가격을 놓고도 홍 대표 측이 “781억원 중 250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531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홍 관장 측은 “작품 대금은 이미 현금으로 지불했다. 10개 작품에 대한 대금 50억원과 나머지 2점에 대한 대금 200억원을 이미 송금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미술계 ‘큰손’간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홍 관장에 ‘그림값 50억원’을 요구했던 홍 대표가 지난달 22일 소송을 취하한 것.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9월 첫 재판에 이어 조정을 위한 변론준비기일(11월25일)을 불과 3일 앞두고 홍 대표는 돌연 변호사를 통해 소취하서를 법원에 냈다. 홍 대표 측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양측의 오해가 풀려 소 취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변론이 열렸기 때문에 소 취하가 효력을 발생하려면 홍 관장 측이 동의해야 한다. 이 경우 이번 소송은 선고 없이 일단락된다.

그렇다면 홍 대표는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일까. 청구액이 50억원일 경우 소송 인지대만 약 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변호사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 금액은 더 올라간다. 단지 오해가 풀렸다는 홍 대표 측의 설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양측이 이면합의 등 밀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교감이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측은 “소 취하와 관련해 아무런 거래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홍 관장 측도 “홍 대표 쪽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면합의 있었나

홍 대표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대표는 그동안 서초동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 정도로 법원 문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진땀을 흘렸다. 또 지난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엔 ‘오리온 덫’에 걸려 고초를 겪었다. 홍 대표는 지난 5월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오리온그룹 비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10월 1심에서 판매 위탁받은 그림을 담보로 대출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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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