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삼환기업이 울상이다. 한 직원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멋대로 팔아 생활비로 쓴 사실이 드러나서다. 문제는 직원 한 명이 120억원이 넘는 거액을 챙겼음에도 회사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삼환기업은 아무렇지 않은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러잖아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데다 향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때문이다.
직원이 회사 보유 주식 70% 팔아 126억원 횡령해
문제는 회사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
서울 종로경찰서는 3일 회사 주식을 몰래 팔아 수십억원을 챙긴 삼환기업 직원 손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손씨는 이 회사 경영관리팀장으로 일하면서 2003년부터 최근까지 회사 주식의 70% 가량을 팔아 모두 126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손씨는 횡령한 돈을 선물옵션에 투자하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개인이 빼냈음에도 회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김씨에게 주식 현황 정리를 지시했다가 그가 자취를 감춘 뒤에야 비리를 파악하고 지난주 경찰에 고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삼환기업의 내부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금난 시달리는데
삼환기업은 이 같은 비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횡령사건에 휘말린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때문이다. 삼환기업은 지난 1999년 경리장부를 조작해 회사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을 현장 작업자 명단에 넣고 일을 한 것처럼 조작, 이들의 임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당시 삼환기업 노조는 이렇게 조성된 횡령액 중 상당수가 최 회장 등 기업 오너들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사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노조가 이 같은 의혹을 언론 등에만 제기했을 뿐 경찰, 검찰 등에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환기업은 또 지난 2005년 관급공사를 하면서 공사비 부풀리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이 같은 의혹이 일정부분 인정돼 관계당국으로부터 감점 처분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 삼환기업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삼환기업 측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지난 4일 내부 직원이 회사 보유 주식을 임의 매각하고 횡령하는 일이 벌어져 관계기관에서 사건 경위 및 횡령금액 등 피해정도를 조사하고 있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지만 그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다. 그러잖아도 자금난에 시달리는 데다 향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삼환기업은 최근 민간 건축사업 관련 선투입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재무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8년 이후 경주 용강 아파트와 부산 사직 재건축 등 민간건축 프로젝트에서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돼 매출채권이 확대됐고, 지난 6월말 기준 차입금은 6011억원으로 3년 사이 네 배가 늘었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도 81.7%에 달하는 등 상환 부담도 높은 편이며, 전남 순천 등 지방 주택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위험을 높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민간건축경기 침체로 인한 대손상각 가능성과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다”며 “저조한 분양실적과 예정사업의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사업 위험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에 암운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삼환기업의 주가는 공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7일 오전 11시3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80원(3.52%) 떨어진 4930원에 거래되고 있다. 11월7일 1.17% 낙폭으로 개장, 장중 4.79% 떨어지다 현재 마이너스 3% 중반에 머물러 있다.
순환고속도로 건설 호재로 닷새 만에 반등했던 주가가 직원 횡령 소식에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삼환기업은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990억원 규모의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제5 공구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히면서 닷새 만에 2.51% 상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