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고장’ 책임 공방전

{제대로 붙은}공기업vs사기업 진실게임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삼성SDS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양측은 반박에 재반박 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삼성SDS가 고속철도 선로전환기 입찰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는 게 철도공단의 주장. 한마디로 KTX의 잦은 고장이 삼성SDS 탓이란 것이다. 이에 삼성SDS 측은 ‘생사람’을 잡고 있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철도공단 “허위자료로 부정낙찰” 고발·손배소
삼성SDS “전혀 사실무근…생사람 잡는다” 펄쩍


철도공단이 삼성SDS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철도공단은 지난 8일 삼성SDS가 경부고속철도 선로전환기 납품 입찰을 따내는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철도공단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선로전환기를 납품한 삼성SDS가 2008년 10월 입찰에서 스페인 고속철도에 300㎞/h 공급실적이 있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제출해 계약을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자보수도 안 해”

철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개통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경부고속철도 2단계구간 신경주역과 울산역의 선로전환기와 분기기에 무려 526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은 지난 7월19일부터 3회에 걸쳐 국제공증인증(아포스티유)을 통한 서류의 진위 확인을 삼성SDS에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SDS는 100일이 지나도 철도공단이 요구한 아포스티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SDS가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철도공단의 설명이다. 철도공단은 “지난 9월23일 철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도 이를 지적해 삼성SDS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철도공단은 또 삼성SDS가 하자보수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삼성SDS가 납품한 불량제품의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원인규명과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않아 철도공단 측이 외국기술자 12명을 초청해 장애원인 분석과 정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정비가 완료된 후 300㎞/h 검증시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철도공단은 지난 9일 형사고발과 별도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20억5000만원. 철도공단은 이외에 선로전환기 시공업체 등 장애발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19개 관련 업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장애로 인해 발생한 KTX열차파손과 28회의 열차 지연운행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삼성SDS은 철도공사의 보상요구, 원인규명을 위해 공단이 시행한 용역관련 비용, 공단의 명예실추, 장애 및 사고복구를 위해 공단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발생한 추가인건비 등의 손해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철도공단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먼저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2008년 입찰 당시 300㎞/h 속도에 대한 실적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삼성SDS도 스페인 고속철도에서 시속 300㎞/h 이상의 사용실적이 있다는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200㎞/h 이상의 사용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요청서에 따라 250㎞/h에서 운용한 오스트리아의 실적을 제출했다는 게 삼성SDS의 전언.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본계약 입찰 전 선로전환기 제작자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듣고 이를 검증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요구한 아포스티유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으로부터 받은 아포스티유 문서를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해 인수증까지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오히려 철도공단의 늦장 대응을 꼬집었다. 삼성SDS는 “선로전환기의 하자보수는 이미 완료한 상태로 분기기 제작사인 BWG사, 선로전환기 제작사인 VAH사의 기술자를 초청해 장애문제 해결을 위해 합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다른 문제들은 철도공단, 분기기 제작사, 궤도 등의 시공사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14일 합동점검결과 보고회에서 모니터링시스템 설치를 공식 제안했지만 9월이 돼서야 철도공단에서 요청해 설치·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삼성SDS는 KTX 장애 원인이 선로전환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SDS는 “KTX의 장애에 대해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장애가 마치 선로전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란 철도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국감에서 KTX 장애는 궤도, 분기기, 시공 등 복합적인 문제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말도 안 된다”

삼성SDS가 입장을 밝히자 철도공단은 삼성SDS의 반론은 또 다른 허위라며 재반박 자료까지 냈다. 철도공단은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요구한 서류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제출한 문서는 요구와 전혀 다른 내용의 서류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포함돼 있는 등 입찰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삼성SDS가 철도공단에 대해 ‘책임전가’한다고 반박하고 허위사실을 배포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로 대기업으로서의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변명이자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삼성SDS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철도공단의 주장과 재반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발 내용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히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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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