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미혼남녀 ‘배우자감 순결’에 대한 생각

내 연인의 과거, 대체 어디까지 봐줘야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21세기 결혼풍속이 부모세대와 다른 것처럼 배우자감 순결에 대한 생각도 시대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이미 성개방이 되었다느니, 혼전성관계를 몇몇 %가 이미 하고 있다느니, 혼전동거가 새로운 트렌드라니…. 하지만 여전히 육체적인 순결의 기준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많은 고민과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마음만 순결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하는 반면, 어떤 이는 키스만 해도 순결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미혼남녀들은 미래 배우자감의 순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혼남 46%, “배우자, 혼전 순결 미심쩍어도 괜찮아”
미혼들의 ‘순결’ 한도, 문란한 수준 아니면 ‘무방해’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말도 이제 무색해졌다. 그만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성교제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나아가 터부시 됐던 성에 대한 관념이 과거 10년 전에 비해 빠르게 개방화 되고, 혼전순결이란 단어 자체가 의미 없어 진지 오래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금은 ‘내 배우자’의 혼전 과거에 대하여 많은 남성들이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순결에 대해 이중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은 성에 대해 개방적임을 표방하지만, 자신과 결혼할 여자는 순결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진다.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도 상관없을 남편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여자만큼은 처녀였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심리다.

하지만 최근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개념을 뒤엎는 이색적인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이 내 배우자감의 ‘순결’을 더 중시한다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 전 순결, 여성이 더 따져~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커플예감 필링유와 공동으로 전국 미혼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배우자감의 문란한 연애 경험 등 ‘순결성 정도’를 더 많이 따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설문조사에서 “다른 조건은 양호하나 순결, 진실성이 미심쩍을 경우 배우자감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혼 남성 45.6%는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고, 미혼 여성은 이보다 10% 정도 낮은 35.9%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이모(28·여)씨는 “결혼 전에 순결을 지킬수록 결혼생활에 더 충실해질 거라는 맹신 때문이다”며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의 과거경험은 자칫 그 기반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황모(26·남)씨는 “배우자감의 과거 순결이 미심쩍을지라도 내가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며 “여자들은 결혼 후엔 가정에 정착하려 하고, 또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모성본능이 커져 더욱 가정에 충실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비에나래 측은 “최근 미혼 남성은, 여성이 외모 등 조건이 뛰어나면 당연히 이성에게 인기가 있어 연애 경험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나 결혼 후에는 가정을 지킬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어 혼전 연애 경험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며 “하지만 여성들은 반대로 연애 경험이 많은 남성은 결혼 후에도 외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경계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미혼 남녀는 상대방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순결 정도’나 ‘연애 경험’으로 “(여러 명과) 문란한 연애 경험만 없으면 무방하다”고 가장 많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35.5%, 여성의 49.8%가 상대방에 대한 용인 수준을 이 같이 답했다.

이외에 “이성과 동거 경험만 없으면 (배우자로) 무방하다”고 응답한 남녀는 각각 30.5%와 16.6%였고, “사실혼 관계까지는 수용한다”는 남녀는 각각 15.1%와 13.3%였다. 또 남성의 10.2%는 “(여성이) 성경험이 없으면 무방하다”고 답했고, 여성의 11.2%는 “(남성이) 출산 자녀만 없으면 무방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박모(30·남)씨는 “나이가 어렸을 때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데 과거 연애경 험이 한 번도 없다면 그 사람에게도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또 내 과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에게 깨끗한(?) 과거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어느 정도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나와 잘 맞춰나갈 수 있는 배우자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연애경험=‘인기의 척도’

조은영 커플예감 필링유 책임매니저는 “최근에는 결혼이 전반적으로 늦어지면서 결혼 전 어느 정도의 이성교제는 ‘인기의 척도’로 여긴다”며 “무분별한 이성교제를 제외한 상식적 수준의 교제는 수용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게 마련이다. 되돌아볼 때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는 좋은 일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 생각하면 몸서리치게 싫은 일도 있는 것이 인생사이다. 그러나 과거란 좋든 나쁘든 흐르는 시간 속에 묻혀 버린 일들이고 이미 거쳐 지나온 길이다.

지난날의 어두운 기억을 두고 왈가불가 하는 것은 다 부질없는 일일 수 있다는 말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배우자감을 만나 마침내 행복한 삶을 꾸미려는 사람에게 순결하지 못했던 과거가 문제가 되어 그 꿈이 깨진다면 어이없는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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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