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세풍’…박원순 죽이기?

아모레퍼시픽 ‘10·26 표적설’ 진상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심상찮은 외풍설에 휩싸였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세무조사를 받는 배경을 두고 정치권의 표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모레퍼시픽 세무조사가 박원순 시장과 관계가 있다고 난리다. 아모레퍼시픽은 선거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또 박원순 시장과는 어떤 사이기에….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선거 다음날 본사 뒤져
아름다운재단 후원 관련 기획조사 의혹 불거져


국세청이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7일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조사원 10여명을 서울 용산구 한강로 소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보내 회계장부 등을 조사했다. 구체적인 세무조사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 말 할 수 없다.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어떤 얘기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선거 후폭풍?

다만 이번 세무조사는 5년 만에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6월 투자회사인 태평양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이후 처음 받는 세무조사다. 그해 아모레퍼시픽은 수백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었다. 통상 대기업들은 4∼5년에 한 번씩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다. 따라서 이번에 ‘때가 됐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특별’이 아닌 ‘정기’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2006년 이후 처음 받는 세무조사여서 확실히 정기 세무조사일 것”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의주시하면서 세무조사의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10여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일각에선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세무조사 배경을 두고 ‘표적설’이 제기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세무조사를 받자 정치권의 외풍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모레퍼시픽은 서울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이 한때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1월 별세한 고 서성환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저소득 모자가정을 위한 자립매장인 ‘희망가게’를 아름대운재단과 함께 설립했다. 희망가게는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 소액 대출) 사업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여성 가장에게 마이크로크레딧 형태의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름대운재단을 통해 운영되는 희망가게는 2004년 7월 1호점(한식전문점)을 시작으로 미용실, 산후조리원, 구내매점, 피자집 등이 잇달아 문을 열어 지난 6월 100호점을 돌파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등 서 창업주의 유가족들은 고인의 유산 일부를 2003년 6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해 기금을 조성했다. 당시 시가로 50억원 상당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출연한 것. 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실천과 유산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모범적인 사례란 평가를 받았다.
서 사장도 서 창업주의 뜻을 이어 희망가게를 위해 개인적으로 3회에 걸쳐 7억원의 추가 기부금을 전달했다. 2008년 4월 개인출연금 1억5000만원에 회사가 ‘매칭 기프트 제도’를 통해 조성한 동일한 금액을 더해 총 3억원의 기부금을 냈고, 이어 2009년 2월과 지난 6월 각각 2억원을 기부했다.

서 사장은 “아름다운세상 기금은 저소득 여성 가장들에게 경제적 자립 터전을 마련해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 데 의미가 있다”며 “희망가게를 통해 희망과 나눔의 뜻이 널리 퍼져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시장이 2001년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어 총괄 상임이사를 지냈다는 점이다. 여당에선 대기업들이 여론 무마나 보험들기 차원에서 아름다운재단에 거액을 후원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급기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10년 동안 10개 대기업들로부터 148억원을 기부 받았는데, 기부 1위는 97억원을 기부한 아모레퍼시픽”이라며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 없다. 왜 그렇게 많은 기부금을 제공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 측은 “강 의원이 선의에 기반한 개인과 기업 기부자들의 순수한 나눔 실천을 훼손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이 기부한 금액은 약 8억6000만원이다. 나머지는 개인기부금으로 기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었다.

이런 공방 끝에 결국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선거 직후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아름다운재단 후원과 관련해 의도적인 기획조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박원순 죽이기’일환으로 아모레퍼시픽을 털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모레퍼시픽이 박 시장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조사는 사실상 아름다운재단을 겨냥해 박원순을 내리기 위한 꼼수”등의 추측성 글들을 퍼나르고 있다. 반면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란 반응도 있다.

“정기 조사”일축

본의 아니게 표적설에 휩싸인 아모레퍼시픽은 난감한 표정이다. 회사 측은 “표적설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이번 조사는 정기 세무조사로 표적조사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우연히 선거일정과 교차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재계에선 아모레퍼시픽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안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선 국세청이 오너일가의 주식 증여 과정을 들여다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 사장의 장녀 민정씨는 2007년 태평양 우선주 24만여주(232억원)를 증여받아 회사 분할 등으로 지분가치가 급등해 증여세를 빼고도 298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국세청은 부당증여 등 편법으로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준 오너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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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