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강! 인천 조폭 13개 조직 대해부

간 커진 조폭들? ‘밥그릇’ 때문이야~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66주년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10월21일 인천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조폭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인천에서 벌어진 조폭 간 집단 혈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난투극, 지난 5월 서구 석남동 편의점 앞길 폭행사건 등 알려진 사건만 올 들어 세 번째다. 이는 인천이 경제자유구역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국 16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등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흥업소 등 조폭들의 ‘먹거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조폭들의 활동도 활발해져 조직 간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인천 지역의 조폭은 280명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추세다. 이에 <일요시사>는 인천 지역 조직폭력배 추이와 13개 조직의 특징에 대해 파헤쳐 봤다. 

올 들어서만 ‘난투극’ 세번째… 인천 조폭 ‘활개’ 
13개파 280명 수준 유지 ‘꼴망·신촌파’ 양대 조직


지난달 21일 오후 11시50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조직폭력배 A파 조직원 100명과 B파 조직원 30명이 충돌했다.

A파 조직원 한 명은 B파 조직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찰이 있는 앞에서 유혈 난투극이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B파 조직원 7명이 C파 추종 세력 1명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유흥업소의 이권을 둘러싼 갈등이 양측 간 충돌의 원인이었다.

조폭 활개 치는 인천?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앞서 4월에는 인천시내 중심가인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조폭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서로 다른 폭력조직을 추종하는 30여명 간에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휘두르는 난투극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인천 조폭 간 충돌이 도마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인천 지역 폭력조직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인천의 경우 조폭 간 이권다툼이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었지만 최근 들어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난투극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인천경찰청이 관리대상으로 올려놓은 조폭은 모두 13개파 278명이다. 각 경찰서에는 조폭을 관리하는 담당이 따로 있고, 관할별로 관리조직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조폭관리와 사건처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인천지역은 경찰서 관할별로 남부서가 ‘주안파’와 ‘신주안파’를 관리하고 있고, 중부서가 ‘꼴망파’와 ‘선장파’를 담당하고 있다. 또 최근 신규 세력이 결집한 ‘크라운파’와 ‘연수파’를 연수서가 관리하고 부평서는 ‘신촌파’를 맡고 있다.

여기에 부평서와 삼산서, 서부서가 각각 신촌파와 ‘시장파’, ‘석남파’를 관리하고, 칼부림 난투극이 생긴 남동서가 크라운파와 ‘신간석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계양구와 강화군을 중심으로 ‘계산파’와 ‘월드파’가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다.

경찰은 해마다 조폭척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인천시내 조폭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인천경찰의 관리대상 조폭은 지난 2009년 283명(13개파)에서 지난해 되레 284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도 거의 같은 수준인 278명이 활약 중이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조폭이 지난 2008년 504명에서 올해 498명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인천은 조폭 수가 해를 거듭해도 거의 변동이 없이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왕년엔
‘어마어마’했거든~

사실 인천 조폭 세력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목포 지역 조폭과 함께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칠 정도로 강력했다는 것이 조폭 수사에 정통한 경찰들의 설명이다.
 
인천 조폭은 1970년대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유흥업소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나이트클럽과 안마시술소 등 폭력조직들의 자금 기반이 확대되면서 활동 반경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86년 김태촌씨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습격사건을 계기로 조폭 수사가 강화되고 1990년 노태우 정권 시절 ‘조폭과의 전쟁’이 진행되면서 인천 조폭 세력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2009년 6월 인천 조폭의 대명사 격인 C파 두목이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인천 조폭 세력은 더욱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 인천에서 활개치고 있는 조폭 조직원은 경찰 관리대상 뿐만이 아닌 ‘조폭 추종세력’들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구속 수사가 쉽지 않고, 이에 인천 시민들은 조폭 규모 변동 여부와 상관없이 치안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인천에 살고 있는 김모(36·인천 중구)씨는 “역 근처 술집에만 가더라도 온몸에 문신을 한 건장한 청년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감을 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도심 한복판에서 조폭들이 유혈 난투극을 벌이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경찰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파이’ 놓고
조폭들 ‘간’ 커져

경찰 일각에서는 인천 지역 조폭들이 최근 들어 활개치고 있는 것은 인천의 대규모 개발 바람과 맞닿은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송도·청라·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고 구도심 재개발 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2009년 1월 인천시 남구의 한 쇼핑몰 앞에서 폭력조직원 150여 명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전쟁’을 치렀던 것도 이 쇼핑몰의 점유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었다는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천 지역에서 커진 ‘파이’를 놓고 조폭끼리 이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장례식장 난투극을 계기로 인천 조폭에 강력 대응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이상 조폭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발에 커진 ‘파이’ 놓고 먹거리 다툼 치열
인권중시 분위기·솜방망이 처벌에 ‘겁 상실한 조폭’


또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청렴을 강조하는 경찰 내부’ 문제가 조폭이 활개 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구속률이 낮다 보니 ‘겁을 상실한 조폭’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경찰은 “유착비리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조폭의 주요 근거지인 룸살롱이나 불법 오락실 등에 대한 접촉이 크게 제한된 상황”이라며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돼 조폭 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현재로선 조폭 신원파악 등 정보수집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조폭을 검거할 경우에도 단순 추종세력으로 분류돼 솜방망이 처벌밖에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청은 인천 장례식장 조폭 난동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인천경찰청도 조폭 척결을 위한 수사본부를 발족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위력을 과시한 조직원 23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그러나 활동 지역과 사람을 중심으로 조폭을 분류해 관리하는 낡은 방식으로는 조폭의 진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조폭을 잡으려면 돈의 흐름부터 좇아야 하는 세상이 된 만큼 말만 앞세운 단속보다는 불법 사업장 단속 등 자금줄을 압박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13개 조직 개요>

♣꼴망파=인천 최대 폭력 조직. 2009년 구속된 두목 최모씨의 별명인 ‘꼴망’에서 비롯됐다. 꼴망의 정확한 뜻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꼴망파의 핵심 조직원이 4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평신촌파= 1997년 결성된 조직이다. 현재 꼴망파와 함께 인천 양대 조직으로 꼽힌다. 두목 송모씨를 중심으로 인천 부평·계양 지역 유흥가를 주 무대로 활동한다. 경찰은 꼴망파와 마찬가지로 부평신촌파 조직원이 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라운파= 지난달 21일 신간석파와 심야 난투극을 벌인 조직. 두목 박모(46)씨를 중심으로 인천 연수구 연수동 일대에서 활동한다. 핵심 조직원은 26명 정도다.

신간석파= 두목 허모(43)씨를 중심으로 인천 남동구 간석동 일대에서 활동한다. 핵심 조직원은 29명 정도다.

♣부평시장파= 1997년 6월 결성되어 조직원이 30명에 이른다. 부평신촌파와 마찬가지로 부평·계양 지역을 무대로 활동한다.

♣간석파= 신간석파와 함께 남동구 일대에서 활동한다. 

♣주안파·신주안파 = 인천 남구가 주 무대이다. 

♣석남파 = 인천 서구가 주 무대이다.

♣계산파 = 인천 계양구를 중심으로 활동. 월드컵파와 함께 최근 세력 확장에 나섰다.

♣강화월드컵파 = 강화군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선장파 =꼴망파와 함께 인천 중구 일대에서 활동한다.

♣연수파 = 크라운파와 함께 인천 연수구 일대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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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