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누리길 탐방

근대의 풍경, 낯선 시공(時空)을 거닐다

[일요시사= 박상미 기자] 지도도, 물도, 간식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 코스는 짧고 단순하며, 먹고 마실 곳은 지천이다.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과 차이나타운을 한데 묶은 ‘인천 개항누리길’ 탐방로는 근대와 현대가 뒤섞여 놀랍도록 매력적인 곳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건 오정희가 단편 <중국인 거리>에서 묘사했던 ‘바람에 실려 오는 해조류의 냄새’ 혹은 ‘중국인 거리에서 돋아나는 저녁 불빛들’과 같은 감각적인 표현들이었다.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오늘의 차이나타운을 상상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1호선 타고 만나는 붉은 나라…이질적인 공간, 차이나타운
갯벌 위에 올린 20세기 예술 공간, 구도심 인천아트플랫폼


수도권 전철 1호선 종착역인 인천(차이나타운)역을 빠져나오자 길 건너편에 제1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마을 입구나 대로를 가로질러 세운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 대문을 일컫는다, 공식 여행안내 책자는 설명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패루를 지나니 온통 붉은색 일색인 이질적인 공간이 등장한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선 것이다.
 

치파오 입고 칭따오 한모금
차이나타운

어지러울 만큼 화려한 치파오, 각종 장신구와 칭따오 맥주 등을 늘어놓은 상점, 월병과 옹기병을 구워 파는 중국식 제과점,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길게 늘어선 줄이 한숨짓게 만드는 양꼬치 가게, 그리고 무슨무슨 ‘루’, 무슨무슨 ‘관’으로 끝나는 간판을 단 중국집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흥성거리는 분위기가 마치 재래시장 구경에 나선 것 같아 나쁘지 않다.

양꼬치는 엄두가 안 나고, 그보다 줄이 좀 짧은 제과점에서 옹기병을 하나 사서 우물거리며 걷는다. 차이나타운 5대 먹거리 중 하나라는 옹기병은 화덕 벽에 붙여서 구워낸 만두의 일종이다. 속재료로 고구마, 단호박, 고기, 깨 등을 쓴다. 만두라고는 하나 화덕 벽에 구운 것이라 과자처럼 바삭거린다. 고기는 제법 양이 많고 육즙이 흥건해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 딱 적당했다. 옹기병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먹거리는? 자장면, 공갈빵, 월병, 전통차다.

자장면의 발상지는 인천, 그 중에서도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산둥 출신 화교가 1911년에 개업해 일제강점기에는 서울과 인천의 상류층을 상대로 한 고급 요릿집이었고, 한국전쟁 이후에 자장면처럼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당시의 건물이 인천시 등록문화제 제246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차이나타운의 다른 오래된 건축물들과 함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지다.

붐비는 거리를 벗어나 청일조계지 경계계단까지 왔다. 말 그대로 일본인 거주지역인 ‘일본 조계’와 중국인 거주지역인 ‘청국 조계’의 경계에 위치한 계단이다.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 눈썰미가 보통 이상은 되는 여행자다. 계단을 마주보고 왼쪽은 지금껏 지나온 차이나타운, 즉 청국 조계지이고, 오른쪽은 이제부터 펼쳐질 일본 조계지다. 그래서 계단 양쪽의 석등 모양도 다르고, 건물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다. 계단을 오르면 중국 칭다오 시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서 있고, 더 올라가면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과 연결된다.


도심 속 타임머신 체험
근대역사문화타운

세트장에 들어선 줄 알았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석조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현대식 하버파크 호텔의 실루엣이 겹치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고 지금은 어느 시대란 말인가. 안내판은 이 석조건물들이 옛날 일본 제1은행, 18은행, 58은행이었고, 각각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7호, 50호, 19호로 지정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인천 개항과 동시인 1883년에 개설돼 금괴와 사금 매입 업무를 대행하고, 예금과 대출 등의 업무를 보았던 일본 제1은행은 2010년 10월에 ‘인천개항박물관’이 되었다. 나가사키에 본점이 있던 제18은행 인천지점은 현재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변신했다. 오사카에 본점을 둔 제58은행은 해방 후 조흥은행 인천지점, 대한적십자 경기도지사 사옥으로 활용되었고, 지금은 인천시 중구 음식업지부 사무실로 쓰인다.

인천개항박물관 옆은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 터다. 흔히 서울 정동의 손탁호텔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손탁호텔보다 14년이나 앞선 1888년에 문을 열었단다. 얼마 전 상가건물 신축 과정에서 대불호텔 기초로 보이는 유구가 출토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옛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현 중구청 앞으로 슬슬 걸어가보았다.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가을 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서 있다. 전쟁통에 남아난 건물이 없었을 텐데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최근에 주변을 근대테마문화거리로 조성하면서 옛 거리의 느낌을 살려 일본식으로 지은 것이란다. 기존의 근대건축물과 새로 지은 건물들, 오래된 적산가옥들이 묘하게 믹스매치된 이국적인 풍경, 이것이 바로 옛 일본 조계지의 특징이다.


물류창고에서 예술공간으로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후 갯벌을 매립해 만들었던 물류창고가 훌륭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개항누리길 탐방에 나선 목적 중 하나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보는 것이었다. 오래된 것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 구도심 재생의 바람직한 해법을 보여준 모범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옛 일본우선주식회사와 같은 근대 개항기 건물과 대한통운 창고, 삼우인쇄소 등 1930~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창작 스튜디오, 공방,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으로 변신시킨 복합문화예술 매개공간이다.

과연 놀라웠다. 인쇄소로 쓰였던 A동은 소규모 전시를 위한 크리스탈 큐브와 교육공간으로, 창고로 쓰였던 B동은 전시장으로, 대한통운 창고였던 C동은 붉은 벽돌에 노란 문이 예쁜 공연장으로,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이었던 D동은 문화예술 관련 전문서적과 자료를 구축하고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로 탈바꿈했다. E1, E2, E3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 F동은 해외 초청작가 등의 단기체류 주거공간, G동은 공방, H동은 커뮤니티 홀과 프로젝트 룸이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연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미리 신청을 받아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2회씩 진행된다. 아동 또는 성인을 위한 도자기 공방은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니 홈페이지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밖에 사진예술·인문지리 통합 캠프, 외국어·예술 통합 캠프, 도자·건축 통합 캠프, 문학·미술·공연 통합 캠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차이나타운에서 근대역사문화타운을 거쳐 아트플랫폼에 이르는 하루 산책길은 자유공원에 올라 월미도 너머로 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좋다.

<개항누리길 탐방 코스>

* 1코스(1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구)제물포구락부 → 각국조계지 경계계단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 2코스(2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홍예문 → 내동교회 → (구)인천우체국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 3코스(3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화교중산학교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홍예문 → 내동교회 → 신포문화의거리 → 신포시장 → 신포지하상가 → 답동성당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교통 안내>
* 대중교통 : 1호선 인천역 하차해 도보 1분 거리
* 승용차 : 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천항)에서 월미도 방향으로 15분 거리

<주차장 안내>
* 차이나타운 공영주차장 : 인천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패루 지나 왼쪽
* 신포동 공영주차장 : 신포사거리 옆 인천중동우체국, KT 맞은편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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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