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AG 한국 골프 부진 '뒷얘기'

20년 만에 ‘노 골드’충격

지난달 18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뜨겁다. 금메달을 항상 안겨주는 효자 종목들이 있어서 즐겁고 극적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느라 숨죽이기도 한다. 골프 역시 우리에게 당연히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종목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0년 만에 ‘노 골드’ 소식을 전해 골프팬들의 실망이 크다. 특히 여자 개인은 처음으로 ‘노 메달’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우리 골프팀은 지난달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폰독 인다 골프 코스에서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남자 개인전에서 오승택(20·한국체대)이 은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친 것은 1998년 태국 방콕 이래 20년 만이다. 당시 여자 단체전(장정, 김주연, 조경희)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 장정이 동메달을 땄고 남자는 단체전, 개인전 모두 메달이 없었다. 

전통의 강자
아쉬운 성적

이번 대회 남자 개인전에서 오승택은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했으나 일본 선수에 1타 차로 뒤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 걸린 총 6개의 금메달은 일본이 4개, 필리핀이 2개 씩 가져갔다.

한국 여자골프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메달을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다. 유해란(17·숭일고)이 최종합계 8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합계 19언더파로 필리핀에 3타 뒤져 은메달을 기록했다.

남자 골프는 86명이 출전한 개인전과 20개국이 출전한 단체전에서 일본이 개인전(게이타 나카지마)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이 개인전에서 동메달,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며 한국보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이러한 중국의 성과는 지난 2017년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을 주는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에서 중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 때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다.

여자 골프는 17세 소녀 유카 사소가 맹활약한 필리핀이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조리 석권했다. 한국은 42명이 출전한 개인전에서는 유해란(숭일고2)이 기록한 5위가 최고의 성적이다. 15개국이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유해란(17·숭일고)과 임희정(18·동광고), 정윤지(18·현일고) 팀이 필리핀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팀이 2002 부산 단체전 금메달을 기록하는 등 한국 골프는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8개를 거둬들였다. 우리나라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개별 국가 중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 2개를 추가한 일본이 9개로 그 다음일 정도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특히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개인과 단체 네 종목을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최종 성적 은메달 2개·동메달 1개
빛났던 금 역사…초라한 성적 침울

인천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박결이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하며 금메달의 명맥을 이었다.

1980년대 골프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서 선수 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첫 대표팀은 대부분 해외파로 구성됐다.

재일동포 김기섭과 김주헌, 재미동포 김병훈이 합류했다. 김기섭은 일본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김주헌은 1982년 매경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한 재일동포 선수였다. 재미동포 김병훈은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세 차례 우승한 선수다. 이들과 함께 아마추어 김성호가 대표로 호흡을 맞췄다. 사상 첫 ‘대표팀’은 개인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단체전에서 개최국 인도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대표팀도 뉴델리 멤버가 주축이 되었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한국팀은 뉴델리에 참가했던 김기섭, 김성호와 함께 김종필, 곽유현이 호흡을 맞췄다. 금메달을 목표로 홈 코스에서 연습하면서 장기 합숙 훈련을 한 효과로 이들은 남자 골프 단체전에서 일본, 필리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개인전에서 김기섭이 16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17번 홀에서 OB를 내는 바람에 필리핀의 브라비오 라몬에게 역전패했다. 김기섭은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골프 사상 한국의 첫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됐다. 

금빛 기대감
빈손 아쉬움

반면에 한국 여자 골프는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부터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 이종임, 신소라, 원재숙, 염성미로 구성된 한국팀은 단체에서 대만을 누르고 우승했다. 개인전에서는 원재숙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30여 년간의 아시안게임 골프 역사 중 한국이 가장 빛났던 때는 2006년과 2010년이다. 한국은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남녀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조리 쓸어담았다.

2006년 도하에서는 남자 개인전에서 김경태, 여자 개인전에서 유소연이 금메달을 따며 각각 2관왕에 올랐다. 2006년 남자팀에는 김경태 외에 강성훈, 동명이인인 두 명의 김도훈이 있었고 여자팀에는 유소연 외에 최혜용, 정재은이 금메달을 합작했다.

2010년 광저우에서는 남녀 개인전에서 김민휘, 김현수가 우승했다. 광저우 남자팀에서 단체전 금메달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현재 프로 무대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6 도하와 2010 광저우 개인·단체금메달, 2014 인천 개인전 금메달 등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 왔고 미국, 일본 무대에서의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의 활약을 생각하면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적은 아쉬움을 남긴다.

후진 양성 
남겨진 숙제

이번 대회 결과를 통해 아마추어 골프에서만큼은 더 이상 한국이 아시아 최강자라고 말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어느 국가도 골프에서 패권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해 남자 개인, 단체를 제패한 대만이나 여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태국도 이번 대회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아시아 최강 위상 흔들
아마추어 골프 육성 시급

전통의 강자였던 한국, 일본, 대만에 실력자인 인도, 필리핀, 최근 부상하는 중국, 태국까지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표현이 적합해 졌다.

태국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선수들의 기량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골프 메달이 1개밖에 없었던 필리핀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개인·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유카 사소(17)는 대회 직전 열린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에 올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톱5 가운데 4명이 중국 선수일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골프가 흔들린다는 것은 프로 골프 무대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내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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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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