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파울루 벤투

최상 아닌 최선…그래도 희망을 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확정됐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벤투 감독은 거론됐던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선정됐다. 벤투 감독은 시큰둥했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면접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임했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이다.
 

파울루 벤투(49)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지난 16일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KFA와 벤투 감독이 미팅을 가졌고, KFA의 제안에 벤투 감독이 동의했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조만간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인데, 벤투 감독이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용 후임
기준에 적합?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지만, 이전까지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선임 소위원회를 열었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세계적 수준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을 갖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지난달 한 차례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다시 유럽을 방문했다. 첫 출장서 접촉한 후보들은 전부 배제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르나르(50·프랑스) 모로코 감독 등이 1차 접촉 때 후보군(3명)이었다. 


복수의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출장서 전혀 새로운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투 감독을 포함,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 케 산체스 플로레스(54) 전 에스파뇰(스페인) 감독 등과 협상을 전제한 면담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서 몸값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협회는 김 위원장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격려했다. 다만 후보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확정
코엘류 이어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대부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유럽 축구 관계자는 “키케 감독은 평균 임기가 2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이 잦았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장기 계약과 국내 거주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달랐다. 

유럽의 한 에이전트는 “한국 측 연락을 받고 (벤투 감독이)면접에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벤투 감독은 독일의 뢰브 감독과 함께 ‘꽃중년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현역시절 명 미드필더였다. 1988년 CF벤피카(포르투갈)서 데뷔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서 선수생활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벤투 감독은 투쟁심과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35번의 A매치를 뛰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에게 ‘한국’은 최소한 선수로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국가다. 한국과의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D조 최종전의 악몽 때문이다. 

감독 업적?
“조금 아쉽다”

포르투갈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한국을 상대했으나 2명이 퇴장당하는 아수라장 끝에 0-1로 졌다.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조국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2000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3위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은 장밋빛 기대로 부풀었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과 대등 혹은 뛰어넘는 업적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전 패배로 16강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로 2000 준결승 멤버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국가대항 메이저대회 경기가 바로 2002월드컵 한국전이었다. 

은퇴 후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유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1년 뒤 스포르팅 리스본의 1군 감독이 됐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승승장구했다. 

두 번의 FA컵, 한 번의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서도 두 번이나 2위에 올랐다. 나니, 주앙 무티뉴, 미겔 벨로소 등을 발굴, 육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커리어 정점은 유로2012다. 2010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 이어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초반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우려 속에 첫 메이저대회인 유로2012에 나선 벤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하며 포르투갈을 깜짝 4강까지 올려놨다. 

“가차 없다”
강한 카리스마

4강서 스페인에 아쉽게 패했지만, 당시 최악의 멤버라는 평가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단단한 축구를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도 나섰다. 죽음의 조인 G조 (독일, 미국, 가나)에 배정됐다. 

독일에 4-0으로 참패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2-2 비기고, 홍명보호를 평가전서 묵사발로 만든 가나에 2-1로 이겨 1승1무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골득실차서 뒤져 16강 토너먼트에는 독일, 미국이 올라가고 포르투갈, 가나가 탈락했다. 이후 유로2016 예선 첫 경기서 알바니아에 0-1로 충격패하며 경질됐다. 

그의 다음 스텝은 놀랍게도 브라질이었다. 크루제이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세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한 달 만에 곧바로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감독직에 오른 벤투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장악했다. 올림피아코스는 3월 리그 선두, 컵대회 4강, 유로파리그 16강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질됐다. 3연패가 원인이었지만, 일부 선수단과의 불화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2017년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명장들을 모으던 중국 슈퍼리그의 충칭 리판으로 무대를 옮겼다. 장외룡 감독의 후임으로 나선 벤투 감독은 2018 중국 슈퍼리그에 임했으나 13라운드 종료 후 경질됐다. 

13위에 머물렀던 성적 그리고 FA컵 16강 탈락 등을 문책당한 결과다. 짧은 휴식을 취하던 벤투 감독은 다음 행선지를 한국으로 정했다. 

49세 ‘꽃중년 감독’으로 인기
현역시절 투쟁심·카리스마 유명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단단한 축구’를 강조한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의 명성과는 상관없이 팀 분위기를 해치면 가차없이 제외한다. 유로2012 당시에도 베테랑을 빼고 ‘젊은 피’를 중용하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전술은 4-3-3을 선호하며 공격 시에는 역습을 강조하고 수비 시에는 미드필드부터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남미와 유럽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고 특히 중국 슈퍼리그를 통해 아시아 무대를 접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물론 벤투 감독 선임 소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누리꾼들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점, 올해 중국 수퍼리그 충칭 리판에 부임한 뒤 성적부진으로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점 등 때문이다. 

포르투갈 감독 시절 자국 팬들로부터 ‘호날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도 부각되고 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축구팬들 사이서 인기가 높았던 키케 감독 대신 부임한다는 점 때문인지 벤투 감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키케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지만, 연봉과 계약기간서 축구협회와 이견을 보여 협상을 접었다”고 전했다.     

한 축구인은 “키케 감독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자들이 한국행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의미”라며 “벤투 감독이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뚜껑 열어봐야”
의심스런 시선

벤투 감독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이 유력하다. 경력이 화려한 벤투 감독의 연봉은 역대 대표팀 최고 수준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연봉(15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감독 영입을 위해 사재 40억원을 출연했다. 새 사령탑의 A대표팀 데뷔전은 다음달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와의 2연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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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