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20대 여성들의 ‘루프피임’ 실태

남친 사랑한다고 20대에 아이 낳을 순 없잖아!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사회가 변화하면서 젊은 여성들의 성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혼전순결’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지 오래. 인터넷 채팅이나 즉석만남으로 쉽게 만나 단순히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화된 성의식에 맞춰 즐기면서 살아가려는 ‘싱글족’들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사랑해서’이건 ‘사랑과 무관’하건 성관계를 가지고 싶으면 가질 수 있다는 여성들의 변화된 성의식과 맞물려 여성들의 피임법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20대 여성들은 콘돔사용이나 체외사정과 같은 남성위주의 피임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피임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루프피임(자궁내 장치)’을 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피임약 복용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루프와 같은 체내 삽입형 피임기구의 사용이 늘고 있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사례 또한 빈발하고 있다.

‘혼전순결은 옛말’ 20대 여성들, 성·임신을 대하는 태도 변해
나이에 맞지 않은 루프피임으로 ‘덜컥 임신’ 걱정 ‘뚝’이라고?

“루프피임이 왜 안 좋아? 임신하는 게 더 안 좋지!”
얼마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해 자궁 내에 삽입하는 피임 기구인 루프를 시술받은 이소정(가명ㆍ26)씨의 말이다. 이씨에게는 1년 가까이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둘은 일주일에 1~2회 정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물론 이씨도 처음부터 ‘루프피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콘돔 거부증이 심한 남자친구와 다툰 적도 여러 번. 경구피임약을 먹기도 해봤지만 매일매일 시간에 맞춰 먹어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놓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이씨에게 돌아온 것은 임신걱정이었다.

이씨는 “루프의 부작용도 있다지만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나중에 빼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지금 상황에선 최적의 피임법이다”며 “무엇보다 임신은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임신을 위한 잠자리는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에 덜컥 임신해 내 몸만 상하게 하는 어리석은 짓보다야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방비한 성관계
만연한 현실

루프는 수정란이 착상되는 것을 막는 피임 방식이다. 자궁 안에 설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전에는 보통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점점 개방화된 성문화로 비교적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기는 20대들 사이에서 이 루프피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0대 초반에 루프피임을 한 박정숙(가명ㆍ27)씨는 과거 임실중절수술을 한 경험이 있다. 박씨는 “당시엔 그냥 남자친구가 좋으니까, 좋으면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줄 알았다”며 “누구도 ‘피임’이나 안전한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잦은 관계로 늘 임신걱정을 달고 살았던 박씨는 중절수술 이후 결국 루프피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나 역시 한 번의 낙태 경험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이런 저런 피임을 했지만 원치 않은 임신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를 보다 보니 좀 더 확실한 피임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남자친구는 성관계에 있어 여자보다 책임이 덜하고 걱정해 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기 몸 관리를 해야 하는 건 여자 몫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조선영(22ㆍ여)씨는 학교 근처에서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조씨는 6개월 전 루프피임을 했다. 조씨는 “처음 루프를 하러 찾아갔을 때 산부인과에서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임신 경험도 없으니 경구피임약을 복용해보라고 했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이미 주변 친한 친구들에게 루프피임을 추천받아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물론 조씨의 부모님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조씨는 “남자친구는 계속 만나고 싶고, 임신은 하기 싫고, 또 임신으로 인해 내 몸이 상하는 것은 더더욱 싫다”며 “주변에 아직도 피임에 무지한 상태로 성관계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와 같이 피임을 신경 쓰고 있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미혼여성
피임법 신중해야

이와 같이 최근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피임할 줄 아는 여성이 ‘똑똑한 여성’으로 대우받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남성들의 피임법을 믿을 수 없으며 어떠한 실수도 여성 자신의 몸을 위해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20대들의 피임법 중 하나로 경구피임약과 함께 루프피임을 권장하고 있었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루프피임이 출산을 한 기혼여성의 전유물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몇 년 새 루프피임을 하러 병원을 찾는 20대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며 “시술도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한데 피임성공률까지 높으니 젊은 여성들에게 시술 후 만족도 높은편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루프시술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2007년에 중절수술을 한 뒤 피임법을 찾다가 루프를 하게 되었다는 안소영(가명ㆍ25)씨는 “루프를 하면 생리양도 줄어들고 생리통도 줄어든다고 하더니 규칙적이던 생리주기가 바뀌고 6~7일하던 생리기간이 10일로 늘어났다”며 “루프를 하고 나서는 많은 양의 혈이 나오는 것은 물론 길을 걸어가다가 주저앉아서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복통이 심해 결국 10개월 정도 있다가 시술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루프를 뺐다”고 말했다.

안씨처럼 잦은 복통과 생리량의 불순은 물론 루프는 금속 물질이기 때문에 자칫 체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루프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자궁 근육층으로 파고들거나 심지어 자궁을 뚫고 밖으로 사라지는 경우까지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자궁 내 상처가 생기면 자궁유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며 자궁유착은 임신을 어렵게 하는 불임의 원인이 되므로 루프는 출산을 마친 여성들이 적절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루프 삽입 후 분비물이 증가한다는 사례가 많으며 일부 여성에게서는 감염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 가서 감염 여부 및 루프의 삽입 상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며 “루프는 피임방법으로 효과가 매우 높은 방법이긴 하지만 불임의 위험 때문에 출산경험이 전혀 없는 미혼여성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나이ㆍ상황에 맞은
피임법 선택이 중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피임도 개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질환, 예상 피임기간, 성교 패턴, 가족계획 기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각 피임법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나이, 건강상태, 출산 경험 여부, 성 관계 패턴, 피임 기간 등을 고려해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몸 상태다. 생리주기와 생리량, 생리통ㆍ자궁질환 여부, 평소 복용하는 약, 고혈압ㆍ당뇨병 유무, 간 이상이나 흡연 여부 등은 피임법을 택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결혼 전 젊은 여성의 루프사용은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나이 질병 등 특성 고려해 나에게 맞는 피임법 선택해야


예를 들면 고혈압, 당뇨병, 간염, 혈전증,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피임약을 피하는 것이 좋고, 생리주기가 불안정한 여성에게 월경주기피임법은 매우 불안정한 방법이다. 젊은 여성은 생식능력이 높고 생리도 불규칙한 경우가 많아 피임법으로 자연 주기법은 좋지 않다. 또 아직 미혼인 경우에는 자궁 내 장치 시술 대신 먹는 피임약이 권장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는 모성 보호 측면에서도 결혼 전 미혼여성들의 피임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피임을 하지 않아 낙태가 반복되면 자궁이 손상되고 자궁내막에 수정란 착상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정작 아이를 가지기 원할 때 어렵게 임신이 돼도 자꾸 유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G산부인과 고광덕 원장은 “20대 여성들의 피임방법 선택 시에는 성생활의 빈도, 출산 경험, 특정 피임법을 사용해서 안 되는 병력이 있는지 등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건강과 편리함,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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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