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이 Q스쿨에 간 까닭은?

“구겨진 자존심 딛고 재기에 성공하겠다”

미셸 위. 그녀의 근황이 궁금하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됐던 그녀. 그러나 그녀의 현주소는 내년도 풀 시드를 얻기 위해 Q스쿨에 나가 있는 상황이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천만 달러 소녀의 구겨진 자존심은 그대로 추락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재기에 성공할 것인가. 미셸 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중학교 1학년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몸과 세련된 얼굴. 13세의 미셸은 여자골퍼로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여기에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브와 멋진 스윙은 금상첨화였다.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물론이었다. 미디어의 수식어는 그야말로 찬사 일변도였고 여자 골프계의 ‘타이거 우즈’, 골프 신동, 신데렐라 골퍼 등 어떤 수식어도 그녀를 표현하기에 충분치 않을 만큼 그녀는 상승세를 탔다. 

그녀의 앞날은 탄탄대로였다. 외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골퍼로서의 자질 또한 충분해 보였고 팬들은 그녀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린 중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골프계의 그녀를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LPGA의 각종 대회 초청이 줄을 이었고, 여기에다 그녀가 남자대회까지 출전한다고 하자 PGA의 일부 대회에서도 줄을 대기 시작했다. 그녀가 출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대회는 흑자가 났다. 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그녀의 샷 하나하나가 볼거리였다.
미셸도 이에 보답했다. 주요 여자 메이저대회에서 이따금씩 보여주는 정교한 샷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했다. 남자대회에서 PGA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모습만으로도 골프계에 주는 임팩트는 엄청났다. 우승은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샷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승을 하는 것과 가능성이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만 팬들은 깜짝 쇼를 연출하는 그녀를 좋게만 생각했다. ‘충분한 가능성’으로 미화했고 조만간 우승을 일궈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그녀는 아직까지 어린 나이이고 무엇보다 아마추어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감싸질 수 있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프로로 데뷔하는 기간까지 약 4년간은 그녀에게 있어선 잠깐 동안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이 황금기란 이른바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었지 완전한 의미의 황금기는 결코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성장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 기간 동안 그녀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타이거 우즈가 프로로 데뷔할 때 걸었던 기대 이상이었다. 그녀도 나름대로 이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 같은 상승세를 타고 미셸은 16세인 2005년 전격적인 프로 데뷔를 만천하에 알렸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시기였고 급기야 어린 소녀에게 나이키와 소니는 각 500만 달러씩 투자하면서 그녀는 말 그대로 ‘천만 달러의 소녀’가 된 것이다.
이에 보답하듯 2005년 시즌 오픈 SBS 대회에서 2위를, 그리고 메이저인 맥도날드챔피언십에서도 2위를 기록하는 등 성적도 상승세를 타는 듯 보였다.
사실 이 시기에 그녀는 골프보다도 외적인 일에 더욱 바빠 보였다. 헐리우드에서의 러브콜은 물론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여자 스포츠 선수로 선정되는 등 그녀의 신데렐라 행진은 계속될 것만 같았다.

6년 전 13세 그녀는 골프계의 신데렐라였다
그러나 미셸 위의 전성기는 그것이 한계였다


신데렐라의 겉모습은 너무나도 화려했다. 그러나 그녀의 골프 성적은 스포트라이트에 반비례하기 시작했다. 팬들이나 미디어의 시선이 서서히 곱지만은 않아지기 시작했다. 위태위태하면서도 간간이 상위권 성적으로 때우며 넘기던 그녀였지만 우승에 대한 낭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그녀에 대해 일각에선 서서히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를 추켜세우던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LPGA나 PGA의 타 선수들의 질타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이 “남자대회에 나서지 말고 그 시간에 여자대회에 신경을 써서 우승하는 법을 배워라”며 가했던 일침은 뼈아픈 나무람이었다. 그때부터 그녀에게 쏟아지는 것은 찬사가 아니라 어느덧 비난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우승이라는 것은 일각에서의 시기와 질투, 혹은 볼멘소리까지도 잠재울 수 있는 탈출구였다. 단 한 차례의 우승이라는 사실 하나만 있으면 그녀는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도 있었고 신데렐라의 행보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이든 프로 시절이든, 그녀는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시즌 동안 상위 랭킹에 입상한 것은 ‘에비앙 마스터즈’에서의 2위와 ‘LPGA 나비스코’ 메이저 대회에서의 3위 정도였다. 이같은 성적만으로는 결코 그녀의 위상을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골프 선수로서의 자질마저 의심받기에 충분한 졸작이었다.
이때부터 언론의 질타가 서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남자대회에 출전하지 말 것과 기량을 닦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가족들은 계속해서 남자대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까지 미셸이 출전한 남자대회는 올해의 ‘RENO OPEN’을 비롯해 총 8차례. 단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한 최악의 성적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여자대회인 일리노이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선 좋은 성적으로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서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빠트려서 실격 처리 되는 등 불운의 연속이 계속됐다. 이제 그녀는 골프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미셸의 유명세는 그러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남자친구인 로빈 로페즈(NBA 피닉스 썬즈)와 함께 ‘스포츠 스타-연예인 커플’ 중 3번째 순위로 뽑히는 등 아직까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고 있다.  
현재 그녀는 내년도 풀시드를 얻기 위해 Q스쿨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로선 만감이 교차되는 때이기도 하다. 맨 밑바닥까지 추락한 그녀의 위상을 보고 그녀도 재기의 칼을 갈고 있는 중이다.
현재 상황의 그녀를 보고 유력지인 ‘시카고 트리뷴’ 같은 일간지에서 그녀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셸은 어쩔 수 없는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모든 종목을 막론하고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스포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에서 성 대결은 있을 수 없다. 남녀 차별이 아니라 스포츠에서 남자대회와 여자대회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다. 미셸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NBA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의미 없는 일은 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남자대회 컷 통과란 그저 한 편의 쇼에 불과하다. 진정한 승부를 원하는 팬들은 이를 외면하게 된다.”
올해 미셸은 조금은 서럽기까지 하다. 그나마 스폰서 초청대회도 없어 대회에 참가하기가 녹녹하지 않다. 프로 세계에서 기량 말고 다른 것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그녀 역시 실력을 검증 받고 내년도 풀시드를 얻어내기 위해선 예외 없이 Q스쿨에서 퀄리파잉이 돼야 한다. 그녀가 Q스쿨에 간 까닭이다.
그동안의 장밋빛 인생은 잠시 접어두고 실력으로 입증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고 우승의 낭보가 전해지는 날, 팬들은 잠시 잊혔던 그녀의 환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예전처럼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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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