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 전문가의 실체

“걸리면 망한다” 악질 기업사냥꾼의 만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자칭 무자본 M&A 전문가라는 한 기업사냥꾼에 의해 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무자본 M&A와 관련된 피해는 물론, 유가증권 조작혐의까지 드러났다. 관련된 회사들의 주식은 급락했고 문을 닫는 회사들까지 등장했다. 그는 서류상 자신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회사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그를 ‘실소유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K사, G사, R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L모씨와 K모씨가 유가증권 위조혐의로 고소당했다. 2016년 6월1일 R사에서는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두달여 뒤인 7월21일 무보증사모전환사채권 25장, 각 장당 1억원씩 25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유가증권 위조
혐의 고소당해

K씨는 올해 3월 이 전환사채권 증서 6장을 담보로 J모씨에게 3억원을 빌렸다. 이때 K씨는 한달 뒤 30%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R사는 3월21일부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소식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채권 만기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K씨의 채무 변제는 이행되지 않았다. 

J씨는 “K씨에게 주식 거래 정지 사실을 물었으나 ‘곧 정상 거래된다, 전환사채권이나 잘 보관해라’ 등의 얘기를 들었다”며 “유가증권이 진성인지 여부를 물었을 때에도 틀림없는 진성이라며 7월 말까지 변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J씨는 변제를 재촉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K씨가 J씨에게 담보로 맡긴 전환사채권이 컬러복사기로 위조된 사본이라는 것이다. 

J씨의 재촉이 계속되자 K씨는 저축은행에 이미 담보로 맡긴 전환사채권을 컬러복사해 J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저축은행에 맡겨놓은 전환사채권 25장을 컬러복사해 원본은 저축은행에 담보 잡히고, 복사본을 이용해 J씨 등을 상대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J씨가 제시한 녹취록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돈 빌려줬더니…전환사채권 위조
만기 지나도 감감무소식에 송금 시늉

J씨는 “위조된 전환사채권 25장 중 나를 비롯해 지인 등이 갖고 있는 가짜는 12장에 달한다”고 말했다. J씨는 “나머지 위조 전환사채권 13장의 피해자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J씨는 K씨 외에 L모씨도 함께 고소했다.

 J씨는 “이번 유가증권 위조는 R사의 실질 사주인 L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K씨는 L씨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R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N모씨와 삼성인터넷폰을 상대로 각각 15억원, 10억원씩이다. 관련자에 따르면 이후 L씨가 발행된 전환사채권을 재취득했다. 

그러나 R사 측은 “L씨는 주주 명단에 없는 사람이고, 전환사채 재취득 역시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R 기업 관계자는 “이번 고소사건은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J씨가 언론에 제보를 시작하자 K씨는 급하게 4500만원을 J씨에게 보냈다. J씨에 따르면 거래정지가 된 현재도 K씨는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J씨는 L씨와 K씨의 위조 유가증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H사가 L씨로 인한 무자본 M&A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업력 40년의 선박 부품 제조업체인 H사는 올해 4월 말 주가가 장중 2만7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상장 이래 작년에 첫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연초 이후 주가는 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다시 4달 만에 60%가 넘게 급락했다.

여러 곳 말아먹어
200억대 횡령까지

J씨에 따르면 L씨는 무자본 M&A 전문가로 코스닥 상장사인 H사의 전 경영진들과 금 750억여원에 회사를 매매하기로 했다. L씨는 자신의 지분인 270억∼280억여원 중 상당의 주식을 S저축은행에 담보하고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L씨는 H사를 인수해 공동경영하기로 사전 모의하고 지난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L씨가 무자본 M&A를 일삼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공동경영권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후 H사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L씨의 소문이 돌자 코스닥 주식거래 시장서 2만원대의 H사 주가는 하락을 시작했고 S저축은행에서는 담보로 잡았던 주식을 시장에 내 놓았다. 이로 인해 H사의 주가는 1만원 미만까지 폭락했다.  

J씨는 “L씨의 이런 행위로 건전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주주들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됐고 공정하고 건전하게 움직여야 하는 주식시장 질서가 교란됐다”고 주장했다. 

취재 중 L씨가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경제사범’으로 낙인찍혔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영위하던 H소프트는 1999년 상장 후 한때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할 정도로 주목받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중반을 지나 접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09년 4월 투자회사에 매각되기에 이른다.


관련된 회사마다 ‘폭삭’
흔적 없는 실소유주 논란

하지만 새 주인은 엉뚱하게도 H소프트를 내세워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다. 원인 모를 주가 고공행진이 거듭됐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였다. 2010년 공식 문서상에는 등장하는 않는 L씨가 연루된 200억대 회삿돈 횡령 사건이 터졌고 회사는 8개월간 주식거래정지를 거쳐 이듬해 3월 상장폐지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당시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L씨는 1년6개월 징역을 채우고 재기에 성공했다. 출소 후 L씨의 행적은 그대로였다. H소프트가 R사로 바뀌었을 뿐 회삿돈 횡령 및 주가조작 의혹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비슷했다.  
 

당시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할 때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L씨가 만든 투자조합이 R사를 인수한 건 2016년 4월이다. L씨 측은 계약 후 주가가 크게 뛸 거라며 투자자들을 모아 잔금을 충당했다. 사실상 무자본 M&A였고 검찰은 이 무렵 주가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가가 이유 없이 뛴 데다 L씨 측이 잔금을 치른 며칠 뒤 대주주 지분 300만여주를 팔아 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봤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때 시가총액 500억대 회사였던 R사는 빚더미에 앉았다. 


컬러복사기로 복사
사본으로 수십억 사기

당시 L씨는 항간에 떠도는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R사와 C사에서 자신의 역할은 투자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준 것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L씨는 “처음부터 내 역할은 명확했고 단순히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실소유주로 호명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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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