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지하철 광고의 세계

하루 800만 시선을 잡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노선을 따라 시민들을 여기저기에 데려다준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몰리고 이들을 위한 거주지와 상권이 발달한다. 남녀노소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최근 때 아닌 광고 논쟁이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지하철 광고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지난 3월 서울시가 발표한 ‘2017 대중교통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버스(시내·마을)와 지하철 이용자는 하루 평균 1338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하철 이용자는 798만3000명. 서울시민을 1000만명이라 했을 때, 10명 중 8명이 매일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지하철 2호선은 가장 많은 승차 인원수를, 그중에서도 강남역이 가장 붐비는 역으로 기록됐다.

10명 중 8명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난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하교하는 학생,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공간을 찾는 어르신 등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내린다. 

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홍보의 장도 없는 셈. 실제 지하철 역사와 내부에는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적게는 1개, 많게는 20여개에 이르는 역 입구로 들어서면 지하철을 타기까지 걷는 내내 벽 양옆으로 광고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지하철이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스크린도어는 번쩍인다. 자판기나 의자 옆에 광고도 눈에 띈다. 손바닥만 한 스티커도 역무원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 붙어있다.


지하철 안에도 광고는 가득하다. 손잡이를 잡고 서면 눈높이에 광고판이 있고, 지하철 노선도와 정차역을 알려주는 전광판서 쉴 새 없이 영상이 재생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지만 그 와중에도 광고는 끊임없이 승객의 언저리를 맴돈다.

크기, 유동인구 따라 가격차
스크린도어는 수백만원 달해

광고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병원, 음식점, 서점, 건강식품, 책, 게임, 공연부터 연예인 등 인물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하철이 아이돌 팬덤의 ‘화력’ 대결장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멤버의 팬들이 지하철에 광고를 걸면 다른 팬들은 다른 역에 문의한다. 조금 인기 있다 싶은 멤버라면 생일이나 데뷔일 등 특별한 날에 어김없이 지하철에 광고가 걸린다.

얼마나 많은 역에, 얼마나 단가가 비싼 장소에 광고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인기의 척도가 결정된다. 팬들은 지하철 광고를 위해 생일이나 데뷔일 두세 달 전부터 모금을 시작한다. 지하철 광고 단가는 천차만별이다. 
 

역의 유동인구, 광고의 크기, 개수 등에 따라 돈이 달라진다. 저렴한 장소는 몇 만원, 비싼 장소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걸면 수천만원을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아이돌 팬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크고 눈에 잘 띄는 장소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인 엠넷 <프로듀스48> 연습생을 응원하는 지하철 광고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시청자들의 투표 결과로 생존, 방출 여부가 결정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팬들의 지지가 연습생에겐 가장 큰 무기다. 


엠넷 제작진은 중간 순위발표를 통해 팬들을 자극하고 또 독려한다.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을 ‘생존’시키기 위해 온·오프라인서 활발한 투표 독려 운동을 펼친다.

오프라인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지하철 광고다. 홍대입구역, 합정역, 교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프로듀스48> 멤버들의 개인 광고가 등장했다. 48명의 연습생 중 30여명의 광고가 지하철에 걸렸다. 

‘국민 프로듀서님 ○○○ 꼭 기억해주세요’ ‘○○○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에 실제 연습생이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일도 있다.

지하철이 광고 장소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의 경우 노출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만~600만원의 비용으로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다. 또 승객의 움직임이 적어 강제 노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역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분은 승객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로 자리 잡나 했던 지하철 광고가 때 아닌 논쟁의 장으로 변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 광고. 지난 1월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실렸다.

문 대통령의 생일(1월24일)을 맞아 서울 지하철 5, 7, 8호선 총 10개(광화문, 여의도,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천호, 가산디지털단지, 고속터미널, 건대입구, 노원, 잠실)역에 지지자들이 내건 광고였다. 

당시 광고를 기획한 ‘문라이즈데이(moon_rise-day)’ SNS 계정 관리자는 “이번 이벤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생일광고 등 의견 금지
진성준 부시장 “재검토 필요”

문 대통령의 생일 광고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지하철에 걸리면서 숱한 논란이 일었다. 시민들 의 찬반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정치권서도 많은 말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와 중립성 침해 등의 논쟁이 제기됐다. 

“주체사상의 영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철거해야”(성중기 서울시의원) 등 부정적 반응과 “훈훈하다”(시민) 등 긍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이후 서울교통공사의 페미니즘, 정치 광고 게재 불허로 지하철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추가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 내에 ‘의견 광고’를 금지한다는 결정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자체 광고심의위원회서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를 지하철역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정했다.


다만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는 단순 팬심에 의한 것으로 보고 허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에 대해서는 “의견 광고는 아니지만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치인 관련 광고는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노조는 “민주주의의 후퇴, 시민공간에 대한 통제”라며 “시민들의 공적 소유이자 일상 소통 공간을 공사 입맛에 맞춰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용해지는 듯했던 지하철 광고 논란은 최근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제동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진 부시장은 “광고에 대한 자율적인 심의 기준은 운영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의견 광고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크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용↓효과↑

진 부시장은 지난달 31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어떤 의견 광고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불법성이 명백한 것들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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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