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아동성폭행범에 강경한 미국 법원

대한민국선 ‘솜방망이’ 미국선 ‘4060년형’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0대 청각장애아들을 성폭행한 <도가니>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던 지난 2008년, 미국 텍사스의 법원은 10대 소녀 3명을 성폭행한 제임스 케빈 포프에게 무려 4060년형을 부여했다. <도가니>에 대한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고 있지 않은 요즘, 이 사실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은 국내 재판부의 약한 처벌에 치를 떨고 있다. 성폭행 범죄자에게 거세?사형?종신형 등 엄벌을 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는 성폭행 관련법이나 처벌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지적이다.

텍사스 법원, 아동 성폭행범에 사상 최대 징역형 판결
대한민국, 피해자가 고소 취하해서? 솜방망이처벌에 ‘분노’

지난 4일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성폭행범에 4060년 징역형’이라는 글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2008년 판결 난 사건인데 참 화끈한 판결”이라며 지난 2008년 미국 텍사스에서 10대 소녀들을 2년간에 걸쳐 성폭행한 포프의 판결과 관련된 기사를 덧붙였다. 지난 2008년 7월. 당시 43가지 혐의로 기소된 포프는 재판부로부터 4060년형을 선고받고 얼굴이 공개됐다. 또 ‘메건법’에 따라 모든 주에서 포프의 인적사항을 공개키로 했다.

미국은 4060년형~

미국 텍사스주 그레이엄 퀴즌베리 판사는 “범인 제임스 케빈 포프(43)에 대한 배심원의 유죄평결 후 성폭행 한번마다 종신형 한번씩 총 40차례 종신형과 소녀 1명 당 20년씩 모두 406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포프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약 20개월 동안 3명의 10대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거 당시 그의 컴퓨터에서는 야동 포르노 관련 사진 등이 다수 발견됐는데 그는 소녀들에게 가학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후 증거 사진까지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법원은 그가 3명의 소녀에게 저지른 약 40건의 성범죄 행위에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나머지 60년은 감옥에서 반성하라고 총 4060년형을 부여했다.

당시 로버트 두브와 검사는 “이 판결이 정당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밝혔고, 포프는 판결에 “질렸다”고 말했다.

범인 포프는 친구에게 성폭행과 관련된 말들을 늘어놓다가 친구의 신고로 당국의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프의 변호사 릭 앨리는 피해자들이 정확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상처가 깊다면 그들은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단순히 충격적이기 때문에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과 함께 포프는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역시 “1심 판결에 아무런 법률적 하자가 없다”며 4060년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포프는 서기 3209년이 되어서야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외국은 이처럼 아동성폭행범을 가혹하게 처벌할 뿐 아니라 2, 3차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나라와 달리 성폭행 과정에서 감금, 폭행, 약취유인 등 여러 법령을 함께 적용해 종신형에 가까운 선고를 내린다. 더구나 미국은 아동성폭행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와 상관없이 형사처벌되기 때문에 포프는 형벌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 집행유예~

반면,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 발생한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 판결의 경우 “피해자들이 가해자들과 합의해 고소를 취하했다”라는 이유로 성폭행 용의자의 대부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람조차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았을 뿐이다.

당시의 항소심 재판장은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가 장애인이기에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 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고, 2심 재판 중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비슷한 사건을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 재판부의 너무 다른 판결에 네티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성폭행범들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근절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포프가 우리나라 사람이었다면 돈이 많으면 무죄 중간쯤 있으면 3년 영 없으면 7년 정도였을 텐데…”라고 탄식했고, “우리나라는 엄격해야 할 부분과 관용적이어야 할 부분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 같다. 솜방망이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판결,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고 의견을 밝힌 이도 눈에 띄었다.

처음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도가니 사건과 같은 미성년자 사건인데 차이가 크다”면서 “선진국을 따라 하려면 이런 것부터 보고 배우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인데도 한국은 집행유예, 미국은 4,060년형을 선고했다. 과연 한국의 법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법이 지나친 것인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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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