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천태만상 ‘스마트폰 중독’ 실태

“나 죽거든 WIFI 잘 터지는 곳에 묻어 주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있을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스마트폰부터 꺼내 인터넷을 검색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풍경. 그만큼 스마트폰은 불과 2~3년 사이에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면서 까지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거나 대화보다는 스마트폰속의 사람들과의 SNS 메시지만 주고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스마트폰 내 손에 없으면 불안”…61%
“볼일 볼 때도 스마트폰 가져가”…63%

회사원 A씨(26세·여)는 스마트폰을 2년 가까이 사용해 왔다. 그의 하루 일과를 보면 늘 이렇다. 단잠에서 깨어나 안경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찾는다. 제일먼저 시간을 확인한 뒤 간밤에 온 연락은 없는지 메신저, 트위터 등을 확인한다. 또 날씨앱을 선택해 그날의 날씨를 체크하고 의상을 결정한다.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버스도착시간을 알아본다. 만원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최근 뉴스를 살펴보고 소설을 읽거나 게임을 즐기며 출근길 무료함을 달랜다.

스마트폰 홀릭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일상은 회사에서도 이어진다. 업무에 집중하다가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식사하는 중에도 한 손엔 숟가락 다른 한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다.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 검색 혹은 메신저 등을 계속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출근길과 마찬가지의 패턴을 보인다. 실시간 뉴스를 검색하거나 담아둔 영화를 관람하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산 이후로 A씨의 모든 삶은 스마트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씨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릴 때가 많다. 한 시라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않으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얼마 전 스마트폰을 잃어 버렸을 때는 끔찍한 불안감에 시달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A씨처럼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등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는 스마트폰 사용자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61.5%로 조사됐고 남성(57.6%)보다는 여성(65.4%), 다른 직종보다는 판매영업직 종사자(70.1%)들의 불안감이 더 큰 특징을 보였다.

특히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두거나 아예 손에 쥐고 잠을 자는 사람들이 46.1%나 됐다. 심지어 10명 중 6명 이상(63.3%)은 아예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가져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여성(57.8%)보다 남성(68.8%)이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져간다는 응답률이 높았으며,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도 전체 38%나 됐다.

또 스마트폰에 배터리가 없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62.6%)도 많았고,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친구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람(40.6%)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 스마트폰 사용자를 만나면 스마트폰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는 응답(40.4%)이 많아, 타인과의 공통적인 대화주제로도 이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경향은 20대 (42.5%)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그만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휴대폰을 그만 보라는 소리를 듣는다거나(13.4%), 스마트폰을 너무 사용해 말다툼을 한 경험(8.6%)이 적은 것으로 보아 이러한 현상에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를 항상 가지면서 중독 증상을 보이는 이용자도 많았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79.9%)들은 항상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절반 정도(50.6%)는 언제나 충전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기보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는 사람은 절반 가까이(48.5%)에 이르렀다.

커가는 소외감

또 4명 중 1명(25%)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뒷목이 뻐근하거나 손이 찌릿한 경우를 종종 느꼈으며,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다른 디지털 기기의 화면을 터치할 때가 있다는 응답도 10명 중 4명(39.7%)에 이르렀다. 전체 39.6%는 디지털 기기 중 스마트폰이 가장 중요한 기기라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일반 휴대폰, 컴퓨터보다 다양한 매체의 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의 중독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하면서 “이미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중독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마땅한 진단과 치유가 쉽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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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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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