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도피 수수께끼

미국서 활보…못 잡나 안 잡나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도피 행각이 길어지면서 사법 당국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가 부도나자 직원들의 월급을 떼먹고 도망간 전 회장은 미국에서 ‘황제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추적한다고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못 잡는 것일까, 아니면 안 잡는 것일까.

월급 떼먹고 저택에 BMW 굴린 ‘황제생활’ 공개
‘뒤통수 맞고’ 그대로 방치…검찰 수사의지 의심


한때 도급순위 30위권 안에 들었던 성원건설이 부도가 난 것은 지난해 3월. 2009년 말부터 소문으로 나돌던 위기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성원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사실상 퇴출된 셈이다.

성원건설은 곧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성원건설은 1977년 설립 이후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18개월째 잠적

특히 오너인 전윤수 회장의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다.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등 방만경영이 회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족벌 경영진의 전횡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전 회장의 부인(부회장)을 비롯해 처남(부회장), 사위(사장), 큰딸(자금본부장), 작은딸(기획조정실장), 아들(대주주) 등은 성원건설 임원으로 ‘한자리’씩 꿰찼었다. 이 과정에서 성원건설의 윤리성과 이미지, 신인도는 한없이 추락했고 결국 공중분해될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전 회장은 쓰러져가는 회사를 외면했다. 전 회장은 회사가 위태롭자 퇴출 직전인 3월 초 짐을 싸 외국으로 떠났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직원들의 밀린 월급이었다. 전 회장은 출국 전 임금체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지만 해외 출국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전 회장은 2008∼2009년 직원들의 임금 123억원을 체불하고 하청업체 돈 15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공금 횡령, 비자금 조성, 재산 은닉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전 회장이 지병 치료가 아닌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느긋했다. 검찰은 “해외 출국 사실을 알고 사전영장 청구 시 변호인을 통해 전 회장에게 귀국을 요청했었다”며 “전 회장이 기업 경영인으로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상태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지만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신병확보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 회장은 2007년 6월 대법원에서 특가법상 횡령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상태였기 때문에 또 다른 혐의로 처벌을 받을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았다. 보통 실형 선고가 예상될 경우 검찰은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하지만 검찰은 전 회장 신병확보에 실패했고, 결국 전 회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성원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전 회장의 개인 비리를 집중 조사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사 성과나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 한국을 떠난 전 회장은 행적을 감췄다. 1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 회장의 측근들도 “정 회장이 머무는 정확한 거주지나 병원을 알지 못한다”며 딱 잡아뗐다. 그렇다면 잠적한 전 회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MBC <PD수첩>은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성원건설 직원의 임금체불 문제를 방송했다. 제작진은 전 회장이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특히 전 회장은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또 전 회장의 직불카드 사용 내역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 회장이 지난 6월 한달간 사용한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했다.

한달 카드값 1760만원

전 회장이 신용불량자 신세인데다 밀린 임금 체불 때문에 도피 중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당한 액수다. <PD수첩>은 전 회장의 자금줄과 관련해 카자흐스탄에서 ‘유령직원’을 내세워 돈을 빼돌린 의혹과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려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전 회장의 도피 행각이 길어지고 근황이 공개되면서 사법당국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원건설 노조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를 규탄했다.

노조는 “검찰이 지난 3월 법정관리 신청 후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한 전 회장에 대해 뒤늦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초기수사가 부실했다”며 “전 회장을 즉각 송환하고 구속함으로써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연합도 “직원 임금 123억원을 체불하고 공금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전 회장이 미국으로 피신할 수 있었던 것은 사법당국의 처벌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법 집행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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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