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가을단풍 속 상큼한 바닷바람 맞으며 굿~샷

7월1일 그랜드 오픈 ‘강릉 메이플비치 골프 &리조트’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돌아왔다. 여름 내내 땡볕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라운드를 했던 골퍼들에게 가을은 설렘의 계절이기도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단풍이 흐드러진 주변의 수려한 경관 속에서 즐기는 가을골프. 그것도 바닷바람이라면 더 할 나위 없는 청량감과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애타게 가을시즌을 기다려왔던 골퍼들에게 지난 7월1일 그랜드 오픈한 강원도 강릉의 새로운 명소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를 소개한다.

강릉 석탄재매립지 ‘풍호’ 위에 건설한 18홀 퍼블릭 골프장
자연과 호흡하는 세계적 ‘링크스 코스’ 감동 고스란히 선사

호수 주위에 아름다운 단풍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해서 이름 붙여진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풍호(楓湖)’.

그러나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 매립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풍호가 18홀 퍼블릭 골프장과 리조트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7월1일 그랜드 오픈을 시작으로 고객을 맞이하게 된 동해안의 새로운 명소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가 그곳이다. 

풍호는 해안가 모래언덕인 사구가 만들어낸 자연호수, 즉 석호(潟湖·Lagoon)를 말한다. 현재 동해안에는 이 같은 석호가 여러 군데 분포해 있다. 강원 고성의 화진포호·송지호, 속초의 영랑호·청초호, 강릉의 경포호·풍호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풍호는 골프장으로 개발되기 오래전부터 호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였다. 풍호는 지난 1973년 한국남동발전(옛 영동화력발전소)의 석탄재 처리장으로 사용돼 왔으나, 1985년 매립이 완료돼 광활한 대지가 되었다. 흡사 수도권의 뚝섬이나 난지도를 연상하면 무방하다.

하지만 풍호는 20년이 넘도록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강릉 지역의 흉물로 방치돼 왔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와서야 강릉시가 발 벗고 나서 남동발전과 국방부 소유 부지를 토지교환 및 임차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고 18홀 퍼블릭 골프장을 링크스 코스로 건설한 것이다. 이곳 풍호에 건설된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는 대부분의 국내 골프장들이 산악지형에 조성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탁 트인 동해바다를 낀 드넓은 평원에 조성된 정통 링크스 코스라고 할 수 있다.

동해바다 끼고 도는
천혜의 명문 ‘링크스 코스’

특히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는 국내 매립지 골프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대부분의 매립지 골프장이 폐염전이나 폐광에 들어선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변경관과 코스레이아웃이 보잘것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 지역은 예로부터 단풍나무의 군락지였다. 호수 이름에 ‘단풍나무 풍’자가 붙은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바람이 설계하고 사람이 감동한 정통 링크스 코스

메이플 코스, 아름답고 거대한 호수를 도는 도전적 플레이 코스
비치 코스, 변화무쌍한 바닷바람과 깊은 벙커로 스릴 만점


이곳에서 골퍼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가을이 되면 코스에 지천으로 깔리는 억새의 군무다. 바람 따라 흰 포말을 일으키며 일렁이는 억새는 지역 트레이드마크인 오색 단풍과 오묘한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무엇보다 검푸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라운드를 즐기다 보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이곳의 풍광은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의 세계적인 링크스 코스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파 72, 전장은 7273야드로 국제적 토너먼트 플레이어 코스(TPC)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메이플비치는 페어웨이 사이사이로는 자연 계류가 흐르고 있고 그린은 언듈레이션이 심하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다는 얘기다. 물론 바람이 불면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라운드는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바람이 설계하고 사람이 감동한 링크스 코스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다양한 혜택 저렴한 요금
주중 10만원 주말 14만원

코스 전체를 양잔디로 조성하여 사계절 푸르른 환경에서 쪽빛 동해바다를 품에 안고 라운드가 가능하여 메이플비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코스는 ‘메이플 코스(Maple Course)’와 ‘비치 코스(Beach Course)’ 등 두 개의 코스로 구분돼 있다.

메이플은 대형 호수로 인해 전략과 도전을 동시에 요하는 코스다. 맞바람이 불어 호수를 넘길 수 없을 때는 좀 더디더라도 돌아가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가로지르는 공격적 플레이가 요구된다.

호수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긴 하지만 거친 억새와 러프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동해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비치 코스는 모래 언덕과 공을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 같은 깊은 벙커, 그리고 까다로운 언듈레이션 그린들로 인해 과욕을 부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전후반 3개 홀은 야간 조명시설이 갖춰져 있어 늦은 라운드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링크스 코스 콘셉트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 그대로의 시원스런 느낌을 주기 위해 금강송을 중심으로 조경을 마무리 했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식재되어 있다.

이와 함께 대초원을 연상시키는 구릉에는 억새, 수크렁 등 지피식물을 50만 본 이상 심어 자연스럽게 조성하였다. 또한 평지에 조성된 페어웨이, 그린, 벙커 해저드 등 링크스 코스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오픈 전부터 시범라운드를 해 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기대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는 동쪽의 바닷가에서 서쪽의 먼 산자락으로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서 영감을 얻어 선이 아름다운 클럽하우스로 건축했다. 소나무, 억새와 잘 어우러지는 건물 외관은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하였으며 실내공간은 골퍼들의 이동동선까지 고려하여 세심하게 배려한 곳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김인수 상무는 “그저 또 하나의 골프장을 짓는 것이었다면 이 과감한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링크스 코스를 완성하고 싶었고, 드디어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가 탄생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자연과 함께 그려낸 이 작품을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게 바친다”는 김 상무의 정통 링크스 코스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용요금은 지역민들에게 1~2만원이 싸게 책정됐고, 주중에는 10만원, 주말에는 14만원으로 수도권보다 약 10만원 정도 저렴한 편이다. 지역주민 할인과 여성우대 요금제 외에 요일별 탄력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3개팀 이상 단체에게도 규정된 할인을 적용한다.
 
더욱 이용이 편리한 것은 대중제로 운영하는 퍼블릭이란 점이다. 때문에 요금이 인근 지역 회원제 골프장보다 3~4만원 정도 싼데다가 회원권 분양을 안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 또한 높다.

아울러 내년 3월 완공 예정으로 비치 코스에 조성 중인 50실 규모의 골프텔은 인접성이 용이한 인근 골프장이나 관광지와의 연계관광 효과도 배가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접근성도 상당히 용이하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서울에서 2시간 반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다. 동해고속도로 남강릉IC를 이용하면 더욱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인근에 주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아 1박2일 연계투어를 하면 나머지 시간 역시 즐겁게 유용할 수 있다.

볼거리, 즐길거리 풍부
1박2일 관광·골프투어 가능

해외투어가 만만치 않다면 차제에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삼척, 영덕, 포항, 경주를 잇는 동해안 바닷가 골프투어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한 데다 매일 색다른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는 또 다른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어 시간이 되면 한 번 권해볼 만 하다.
 
인근에 안인진 통일안보 전시관, 북한 간첩이 타고 넘어온 잠수함 전시관, 등명락가사, 하슬라 아트월드,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해돋이 공원과 썬크루즈, 금진온천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관광자원이 어느 곳보다 풍부하다. 메이플비치 골프&리조트의 그랜드 오픈으로 그동안 강릉 지역에 골프장이 샌드파인CC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던 수도권 골퍼들이 많이 몰려 강릉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