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핫키워드>떠오르는 신예 영화감독 박홍민

30대 맨발의 청춘 ‘길 밖에서 길을 찾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억 원도 채 안 되는 저예산으로 빚어낸 100% 3D 미스터리 드라마.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나선 교수와 그 아내가 무당이 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흥신소 직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물고기>는 신예 박홍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의 나이 이제 30세,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의 또래들은 가지 않는 길, 의아해 하고 안쓰러워하는 시선들이 뒤따랐지만 그의 선택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다. 이루고 싶은 것, 그래서 지금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은 매섭고도 순수하게 빛났다. 청춘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30대 진화하는 청춘 속에 그가 말하고 있었다.  

데뷔작 <물고기>… 저예산 3D영화의 가능성 제시
불안한 청춘들이여…“이젠 나를 위한 삶을 살아라”

주변을 응시하는 카메라. 신예 박홍민 감독의 눈과 발이 향하는 동선은 모두 카메라의 시선이 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은 내러티브가 된다. 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잘 꾸며낸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리얼리티.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영화의 ‘색깔’은 이런 현실을 기반으로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판타지를 넘나드는 전복을 담아낸다. 드디어 그만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장편 영화 <물고기>가 완성됐고, 오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6일~14일)에서 첫 선을 보인다.

환상과 실재의 전복

<물고기>는 토속 신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나선 교수와 그 처가 무당이 됐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흥신소 직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 이다. 영화는 물샐틈없는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내ㆍ외적인 전복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아낸다.

“물고기는 구조적으로도 독특하고, 특이한 전복영화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상황들이 이 영화의 볼거리에요. 기준에 안 맞는 어떤 것들에 대한 재미, 의아한 상황들을 풀어나가는 흥미를 담고 있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신이 되어 3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되죠. 이것은 이성과 감성 등 현실의 다양한 기호들을 충돌시켜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려고 했던 부분이기도 하구요”

신예 감독의 작품이 또 주목을 받는 것은 3D로 만들어 진 입체영화라는 것이다. 7000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100% 3D 카메라로 촬영한 <물고기>. 입체영화이지만 어느 하나가 툭 튀어나오지 않으면서 영화의 흐름을 이어가는 매력을 담아냈다.

“일반적인 입체영화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상영됐지만, 대부분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라이드필름식의 접근을 많이 했죠. 3D영화 컨퍼런스를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입체관련 테스트를 하다 보니 이를 연출법의 하나로서 활용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또 제가 생각하는 입체는 현실을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리얼리틱이 아닌 현실을 좀 더 과장하고 왜곡된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이 표현기법이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물고기>영화의 주제를 더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예산을 가지고 3D영화를 제작한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기획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7천만 원을 가지고 입체로 찍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문제, 입체카메라의 제약, 한정된 구도 등 고민되는 것들이 많았지만 그는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배경지인 진도를 다녀보니 간단한 동선이 만들어 졌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3년의 제작과정을 거친 영화는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세상 사람들과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너무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저란 사람이 이런 ‘색깔’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틀을 깬 시도도 많았고, 모험적인 시도를 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일반 입체영화들이랑 어떻게 다를 지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됐을지 생각하고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거예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제작’을 해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지 6년.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고,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어느새 단편영화 7편, 장편영화 1편을 만들어낸 신예감독으로 성장했다.

“어느 날 퇴근길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알 수 없는 울컥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무엇일 지 생각했고, 그 답은 ‘영화’ 였어요”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는 일을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그것을 영상에 담아 표현해 내고 싶었고,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도 안하고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제는 단순 재미를 넘어 그에 따르는 책임감도 수반되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여 탄생되는 결과물과 마주할 때, 수많은 사람들과 작품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보람을 느낄 때 그는 행복하다. 

도전과 열정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저에게 본질적인 재미를 줌과 동시에 이기적이게 만들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게 하죠.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일만 몰두해서 하다 보니 제 주변을 놓치게 되는 이기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니까요.(웃음) 그럼에도 저는 이 길을 선택한 순간 제 자신에게 계속 의문을 던져왔고,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내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나란 존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반문했고, 이제는 좋은 패턴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는 자신과 같이 20,30대 도전하는 청춘들을 위한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이 굉장히 무책임 한 것 같아요. 세상엔 아무리 꿈꾸고 하고 싶어도 부딪히는 장애물이 많고, 또 그런 장애물을 만나면 낯설고 무섭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너무 먼 곳을 ?기 보다는 나를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다 보면 좋은 방향이 나타나니까요”

박 감독의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시점에 고정된 채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히 오고갔다. 그렇게 30대 도전하는 청춘은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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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