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조폭들 춘추전국시대

잡아도 잡아도…질긴 생존력 ‘형님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우리 주변에 조폭들이 얼마나 있을까.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전국 조폭 현황이 공개됐다.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폭력조직과 그 조직원들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님’들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일까.

경찰 집중단속 1300여명 검거…수괴급 28명 구속
전체 조직·조직원은 늘어 “경기 서울 부산 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2일 강북 지역에서 활동한 ‘동대문파’와 ‘동대문 호남식구파’, ‘삼선교식구파’등 3개 폭력조직을 적발해 조직원 31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폭력배는 조직별로 ‘동대문파’12명, ‘동대문 호남식구파’9명, ‘삼선교식구파’10명 등이다.

220파·5451명

이들 조직원들은 재개발지역 철거 관련 이권이나 쇼핑몰 상가 분양권을 따내기 위해 집단 폭력을 행사했다. 또 노점상으로부터 자릿세를 뜯어내고, 사업 이권을 둘러싸고 대로변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월 경기도 안산·시흥지역 폭력조직 ‘목포식구파’96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대형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2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앞서 영등포에선 쇼핑몰 임대사업자를 협박한 ‘중앙동파’조직원 17명과 서울 용산역 주변 재개발과 집창촌·노점상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 조직된 ‘용산역전식구파’3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춘천 일대 폭력조직인 ‘동기파’, ‘생활파’, ‘승택파’조직원 19명도 유흥가를 장악해 업소보호비 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하다 적발됐다. 이와 함께 부산 유흥가 장악을 목적으로 회칼 등 흉기로 상대 조직원들을 집단 폭행한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조직원 46명도 쇠고랑을 찼다.

이렇게 경찰이 최근 3개월 동안 잡아들인 조폭은 모두 1300여명에 달한다. 경찰청은 6월15일부터 3개월간 조직폭력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1343명을 검거하고 257명을 구속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집중단속(608명 검거·170명 구속)에 비해 검거인원은 121%, 구속인원은 51% 증가했다. 경찰은 이번 단속기간에 두목 등 수괴급 총 28명을 검거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경찰이 검거한 조직폭력배는 모두 2577명으로 늘었다.

서울·부산·인천·경기 지역 검거인원이 1343명 중 873명(65%)이나 됐다. 대부분 폭력행사(53.8%)를 이유로 검거됐으며 서민상대 갈취(15.2%), 유흥업소 갈취(8%), 사행성 영업(2.5%), 대부업(2.4%) 등 주로 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직종에서 범죄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전과자(96.5%)에 의한 재범이 주를 이뤘고, 특히 9범 이상이 46.7%로 높게 나타났다. 조직원들의 직업은 무직(66.7%), 유흥업(6.4%), 운수업(3.6%), 사채업(1.2%) 순으로 나타났고, 연령은 대부분 20대(33.5%), 30대(46.5%)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일회적 검거활동에 그치지 않고 조직폭력배 출소 후에도 조직재건, 소규모 조직간 연합, 이권개입 등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며 “나아가 조직폭력배 배후·지원세력까지 척결하고 조직자금원 차단을 위해 범죄수익금 몰수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경찰의 단속으로 조폭은 얼마나 줄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폭력조직과 그 조직원들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한나라당)·윤상일(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지난달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직폭력배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에 220개 조직, 5451명의 조직폭력배가 활동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8년 221개·5413명 ▲2009년 223개·5450명 ▲2010년 216개·5438명 등으로 나타나 조폭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올해의 경우 전년에 비해 4개 폭력조직, 13명의 폭력배가 증가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은 조직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은 2007년 300명에서 2009년 307명, 현재 335명으로 증가했다. 전남 지역도 같은 기간 177명에서 185명, 217명으로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9개 조직에 898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23개 조직, 49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부산 23개(397명) ▲강원 19개(297명) ▲경남 17개(349명) ▲충남 17개(293명) ▲전북 16개(484명) ▲인천 13개(278명) ▲경북 12개(394명) ▲대구 11개(296명) 등의 순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광주 8개(335명) ▲전남 8개(217명) ▲대전 9개(138명) ▲울산 6개(197명) ▲충북 6개(247명) ▲제주 3개(133명) 등으로 조사됐다.

이를 각 지역의 1인당 조폭수로 따지면 전북지역이 가장 많았다. 전북의 1인당 조폭수는 0.00026명으로 전국 평균(0.00011명)의 2배를 넘었다. 이어 제주(0.00023명), 광주(0.00023명), 강원(0.00019명)이 뒤를 이었다. 1인당 조폭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전체 조폭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지만 1인당 조폭수는 0.00005명으로 계산됐다. 경기도 조폭수는 1위였지만 1인당 조폭수는 0.00008명으로 적었다.

광주·전남 증가

김태원 의원은 “경찰에서 조폭 근절에 나선다고 하지만 조직폭력배의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서민을 위협하는 조직폭력 범죄근절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일 의원도 “전국적으로 조직폭력배가 다시 증가 추세에 있어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