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무늬 철옹성’ 군내 성폭력 막전막후

조용히 묻히는 ‘여군 미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하·수직관계서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피해자들은 쉽게 입을 열기 어렵다. 미투(Me Too) 운동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낸 캠페인. 지난 1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피해자들의 고발로 발칵 뒤집힌 여러 분야에 비해 군대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군대가 성폭력 문제서 자유로웠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3월 군인권센터는 ‘군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 전화’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각계각층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당시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유독 군대서 반향이 없는 이유는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외부자가 필요하다”고 운영 배경에 대해 밝혔다.

성폭력 근절
부르짖지만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월 군대 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성범죄 특별대책 TF’를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TF는 성범죄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 사건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각급 부대 양성평등담당관과 성고충전문상담관을 통해 군에 복무 중인 여성인력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도 병행한다고 소개했다.


3개월 뒤 국방부는 지난 5월8일 TF 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TF장을 맡았던 이명숙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서 “활동기간 중 신고된 사건은 총 29건이고, 그중에 성희롱 15건, 강제추행 11건, 준강간 2건, 인권침해 1건”이라며 “이 중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은 20건”이라고 알렸다.

또 “현재 사건처리는 종결된 것이 2건, 함구 중 3건, 조사 중인 것이 24건”이며 “준강간이 2건 있었는데 긴급구속된 사건이 하나, 한 건은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추가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가해자의 계급은 대부분 피해자보다 높았다.

TF는 군대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양성평등 의식 개선과 신고접수 및 피해자 지원조직 전문성 확보, 사건 및 2차 피해 방지 등을 위해 활동기간 동안 17건의 정책 개선과제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군대 내 다수인 병사를 포함한 전 장병의 성폭력 방지 및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 편성, 사건 처리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징계처리 기준을 세분화해 온정적 처리를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로부터 2개월 뒤 국방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 심지어 사건은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서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제정된 양성평등 주간(7월1∼7일)에 일어났다.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계급과 서열에 의한 성범죄
신고 못한 사건 더 많을 것

지난 3일 해군 장성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준장 계급의 A장성은 과거 같이 근무했던 여군 B장교와 지난달 27일 함께 술을 마셨다. A장성은 B장교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하자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시사했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방부 대회의실서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를 시작에 앞서 “이번 기회에 군대 내 잘못된 성 인식을 완전히 바로잡겠다”며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근절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임을 모두가 인식해야만 한다”며 “오늘 이 자리를 국민 앞에 엄숙히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장관의 일갈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성폭력 문제 개선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군이 피해자인 성범죄가 드러난 것만 여러 건인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고 할 만큼 미미했기 때문이다.

군대는 보수적이면서 폐쇄성을 띠고 있어 실제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가 상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가해자 대부분
피해자의 상관

2013년 10월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의 한 주차장에서 C대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대위가 타고 있던 승용차에는 반쯤 탄 번개탄이 남아 있었다. 자살이었다. 

C대위가 자살한 뒤 공개된 유서에는 “10개월 동안 언어폭력, 성추행.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매일 야간 근무시키고 아침 출근하면서 야간 근무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류 던짐. 약혼자가 있는 여장교가 어찌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직속상관인 D소령의 성추행과 가혹행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군인권센터가 자살예방센터 등에 C대위의 유서와 일기장을 근거로 심리부검을 의뢰,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을 밝힌 결과도 그랬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기자회견서 “C대위가 D소령의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정신질환 상해를 입었고 이것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발표했다.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C대위는 해당 부대로 전입하기 전까지 자살요인이 전혀 없었다.

이 사건은 재판에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1심 재판에 앞서 군 검찰은 D소령을 성관계 요구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 군 수사당국이 피해자인 C대위가 받았다는 성관계 요구를 성적 농담에 따른 모욕으로 판단한 것. 

그 결과 1심서 D소령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유족 측 변호사는 “재판부는 D소령의 언행이 지나쳤다고 설명하면서도 강제 추행의 정도가 약했다고 판단하는 모순적인 판결을 내놓았다”며 “영관급 장교에 대한 군의 온정론적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고등군사법원은 원심 집행유예를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고, 2015년 7월 대법원서 D소령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C대위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해군서 또 다른 성희롱, 성추행 등 성범죄가 일어났다. 은폐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2014년 3월 해군 초계함에 근무하던 E대위는 여군 숙소 겸 사무실에 무단 침입, 여군 소위를 상대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E대위는 여군 소위의 어깨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문제는 E대위 외에도 이 여군 소위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던 해군 관계자가 있었던 것. 심지어 성희롱 사건은 E대위의 성추행 사건보다 앞서 일어났다. 부함장인 F소령이 같은 피해 여군 소위에게 한 성희롱 발언으로 감봉 3개월에 처해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F소령은 세면장 등에서 여군 소위에 성적 폭언을 마구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군 상대 성범죄 늘어도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


피해자 한 명을 상대로 E대위와 F소령의 성범죄가 일어났지만 해군은 E대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당시, F소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F소령의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가 타부대로 전출된 뒤 고충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해군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의혹은 없다”며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성범죄는 해군에서 연이어 일어났다. 같은 해 7월에는 해군 호위함 함장이 만취 상태에서 부하 여군 간부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보직해임됐다.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소속 호위함 함장인 G중령은 부대 인근 식당에서 부하들과 회식을 한 뒤 2차로 간 주점서 여군 간부 2명을 양옆에 앉혀놓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성추행했다.

당시 G중령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상부에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해군은 사건을 파악한 뒤 G중령을 보직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G중령은 처음에는 너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하다가 이후 성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

같은 해 12월에는 해군사관학교서 영관급 장교들이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인 여군 부사관은 해사 전 감찰실장과 헌병파견대장이 여군들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상담을 하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했다고 신고했다. 

조사과정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국군병원도 성범죄가 일어났다. 2016년 8월 국군병원의 한 간부가 수개월에 걸쳐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의 한 국군병원서 근무 중이던 H중령은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약 5개월간 부하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은 물론 노래방서 신체접촉을 하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6명에 달했다.

이보다 앞서 같은 병원의 병원장도 여군 대위를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기상으로 따지면 H중령이 성추행 혐의로 6월 보직해임되고 조직이 발칵 뒤집힌 상황서 병원장이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국군병원서 일어난 사건들은 군대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지휘관들의 안일한 의식 수준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해군본부 소속 I대위가 자신의 원룸 숙소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은 조사과정서 I대위가 친구에게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것을 파악하고 직속상관인 J대령을 체포했다.

I대위는 ‘빈손으로 이렇게 가나보다, 내일이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도 남겼다. 당시 J대령은 “회식 후 만취상태서 I대위와 성관계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1심서 J대령에 징역 17년 및 신상공개 10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열린 항소심서 J대령은 징역 15년, 신상정보공개 5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 단계서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사건 범행은 상관의 지위와 권한을 악용한 중대한 성범죄로서 피해자와 유족에 고통을 준 것은 물론 단결과 사기, 명예에도 해악을 끼친 행위이므로 중형으로 엄단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봐 이같이 선고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6년 군사법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육군 내 여군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에 따르면 육군서 여군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입건된 장병은 2012년 16명, 2013년 23명, 2014년 25명, 2015년 29명, 2016년 상반기까지 18명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계급별로는 가해자의 대부분이 군 간부로 드러나 군대 내 성폭력이 계급과 서열에 의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실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여군 대상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상담, 치료 및 법률 지원, 청원휴가 확대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여군을 상대로 한 군대 내 성폭력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군대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직권조사를 바탕으로 국방부장관에게 이같이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성폭력 형사피해 여군 사건 173건을 반년간 조사했다.

가중처벌하고
“피해자 보호”

그 결과 계급이 낮을수록 상관에 의한 성폭력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사실을 도출했다. 또 군사법원이 가해자에게 군형법 대신 형량이 경미한 일반형법을 적용하는 등 미온적인 처벌 관행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실제 가해자 가운데 징역은 9명에 불과한 반면 집행유예는 22명, 벌금 12명, 기소유예 16명 등 대부분 처벌이 관대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휘관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하고 재판도 신속하게 진행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공소제기 뒤 즉각 징계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군인징계령을 개정하고 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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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