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포스코 구원투수’ 최정우 회장 내정자

“참견 마” 외풍 막고 내실 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포스코 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에 최정우 포스코 컴텍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이다. 그가 최종후보로 낙점되면서 말 많던 인사논란도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 회장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승계카운슬(Council, 심의회)의 검찰 수사 등 남은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그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갈지 주목된다.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확정됐다. 최 사장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포스코 이사회서 차기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에 만장일치로 임명됐다. 

만장일치 임명
비엔지니어 출신

포스코는 지난 4월18일, 권오준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후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승계카운슬을 설치하고 2개월여에 걸쳐 심도있게 후보군 발굴을 진행해왔다. 

이 기간동안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은 포스코그룹 내부후보 10명 외에도 폭넓은 후보군 검토를 위해 30여개의 주주사, 7개 외부 써치펌,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 직원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등을 활용해 11명의 외부인사를 추천받아 총 21명의 후보군을 발굴했다. 

승계카운슬은 총 8차례의 회의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토해왔으며,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후보군 5명을 지난달 22일, 이사회에 제안한 바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승계카운슬이 발굴한 후보군들의 자격 심사와 후보 확정을 위해 22일 사외이사 7인으로만 구성되는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결의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포스코그룹 100년을 이끌어갈 혁신적인 적임자 선정을 위해 22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10분까지 후보자 심층면접과 이후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진 토론을 통해 장인화 후보, 최정우 후보 2명을 선정했다. 

이후 23일 오전 2명을 대상으로 4시간에 걸쳐 2차 면접을 이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점심식사 후 이어진 3차 면접서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사업추진 역량 등 CEO 요구역량에 대해 2명의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최정우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포스코 차기 후보로 확정한 배경에 대해 CEO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후보는 회장이 되기까지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주요 핵심계열사에 근무하면서 그룹 전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전체 그룹 경쟁력과 시너지 창출에 가장 적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생산, 판매서 탈피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그룹사들과의 시너지, 수요산업과의 시너지, 거래 중소기업과의 시너지, 주주, 직원, 국민 등 각 이해관계자들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50년 역사에 최초의 비엔지니어출신 내부 회장 후보로, 경영관리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는 포스코 회장 후보로 선정 것에 대해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룹 전체 이해도 높아 
“시너지 창출 적격” 평가

최 후보는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 성공역사를 바탕으로 명실상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배들의 위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임직원, 고객사, 공급사, 주주, 국민 등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후보가 포스코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해외 적자 계열사에 대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포스코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각종 돌발 악재로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순손실 규모만 2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해외 손실이 포스코 투자 위험 요소로 부각되면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 부진이 심각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 계약을 맺고 설립한 해외 계열사다. 

지난해 판매 가격 상승과 후판 내수 판매 확대로 가동 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 등 각종 금융 비용까지 반영된 순손익은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만 1343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약 70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그룹 대표 자회사인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각각 1503억원, 61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핵심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 자회사 한 곳이 모두 까먹은 셈이다.

베트남 계열사들 또한 가동률 상승과 내수 가격 강세로 손실폭이 줄고 있지만 만성 적자를 면치는 못하고 있다. 

베트남 철강재 제조·판매 계열사인 'POSCO SS VINA'는 지난해 5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베트남 현지서 철강 구조물 가공과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POSCO E&C Vietnam’ 또한 2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 야심작이었던 ‘인도 일관제철소’도 골칫거리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까지 총 1865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 반대와 국제 환경단체 시위 등 돌발 악재 탓에 착공도 못한채 10년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법인 운영에 따른 각종 비용 지출이 늘어나자 포스코는 지난해 인도법인에 대한 손상차손 검사를 실시해 총 1092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이는 전체 투자비(1865억원)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 업황 부진
맞춤형 체질개선

포스코가 인도법인에 대해 손상을 인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사업 재개와 투자 손실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 후보가 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재무 전략 전문가라는 점에서 적자 해외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 후보는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에 선임된 후 고강도 구조 조정과 본원적 체질 개선 방안을 내놨다. 

▲포레카 매각과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POSCO Klappan Coal 청산 ▲Posco Investment 합병 ▲포스코-우루과이 청산 ▲POSCO BIOVENTURES 청산 ▲VAUTIDAMERICAS 청산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포스코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5년 6월 말 연결기준 23조 6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그해 말 16조5500억원까지 줄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6.9%서 78.4%로 하락했다. 

반면 현금 순유입을 나타내는 지표인 FCF(잉여현금흐름)는 5조8560억원으로 개선됐다.

회장 선출을 주관한 승계카운슬 또한 최 후보의 사업 재편 성과와 글로벌 경영역량을 높이 평가해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최 후보 입장서도 적자 해외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 전략을 마련해,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해외 사업의 경우, 정착 단계의 계열사들이 많아 초기 비용들이 실적이 반영되고 있다”며 “다만 신임 회장 입장에선 이 리스크마저 철저히 관리해 실적 안전판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사장은 1957년생으로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 감사분야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의 분야서도 많은 경력을 쌓은 비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그룹 내에서 전략가이자 강한 추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서 전략과 재무 담당 임원을 두루 거친 최정우 사장은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포스코는 글로벌 저성장과 철강경기 위축이라는 외부요인과 함께 신규 투자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잡음
권오준 방패막이?

최정우 회장 후보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우며 그룹 구조 개편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부분은 효율성 있게 재편했다. 

특히, 정준양 회장 시절 과잉됐었던 포스코 그룹 투자사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한때 71개까지 늘어난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해외 계열사는 181개서 124개로 줄었다.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고, 포스코건설과 에너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 회장 후보는 올해 2월부터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소재분야사업 육성에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등 탄소소재 사업에 진출하며 포스코 그룹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최 회장 후보는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적용한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에 중점을 두어 전 사업 영역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월드클래스 수준의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을 경영활동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선진 안전 체계와 문화를 구축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 회장직을 놓고 정치권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 일부 의원들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최정우 회장 후보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특히 포스코의 ‘CEO 승계카운슬’을 문제삼고 있다. 카운슬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밀실인사가 아니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는 카운슬이란 기구를 좀더 투명한 회장 선출을 위해 만들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승계카운슬에 맡겼다. 현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의해 선출됐다. 

“선출 방식 문제” 정치권 또 딴지 
“승계카운슬은 공정·투명” 일축

승계카운슬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식 모델을 벤치마킹한 경영자 인선 방식이다. 

1968년 당시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9년까지 국영기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민영화됐다. 민영화 이전까지는 최대주주인 정부가 회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회장 선출과 운영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끊임없이 작용했다.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을 투명하게 하라는 이 같은 대내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승계카운슬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최 회장 후보에 대해 “권오준 전 회장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뽑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코 CEO(최고경영자)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제도화돼야 한다. 포스코를 구성원들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9일에도 홍 원내대표는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면 소위 카운슬이라는 몇몇 사람들이 밀실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회장 선출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최 회장 후보가 권오준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포스코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 만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 후보에 대한 김 원내대표의 비판은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 개인 뿐 아니라 민주당도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권 전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문재인정부의 상징인 ‘정의’와 거리가 먼 인물로 보는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의 부역자 측근이 포스코 회장이 되는 것은 포스코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명성 확보”
집권여당 비판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지난 2006년 정관개정을 통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회장 선출 제도에 투명성을 높인 것”이라며 “지난 2013년 첫 가동한 승계카운슬 역시 투명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릴 후보군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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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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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