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충격과 파란의 6·13 ⑥화제의 당선자 10인

사연도 가지각색 사정도 각양각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6·13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당선인들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사연 때문에 거머쥔 색다른 타이틀 때문에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 화제의 당선인들을 뽑아봤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전형적 ‘보수텃밭’으로 알려진 ‘강남 3구’에 푸른 바람이 분 가운데,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조 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당선된 자유한국당 후보였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장 조은희

그는 1961년생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북여고, 서울대 대학원서 국문학 석사를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등 언론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3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회사 및 시민단체 대표와 교수직을 맡다가 2008년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직을 맡아 일했다. 
 

당시 조 청장은 ‘국내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무 파트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부시장 퇴임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힘썼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서초구청장에 출마, 성공해 구청장직에 올랐으며 지난달 연임을 꿈꾸며 또다시 도전해 당선의 기쁨을 안게 됐다. 

성남시장 은수미

은수미 성남시장이 첫 대도시 여성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촌(富村) 분당을 품은 성남은 이재명 전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다. 선거 초반부터 은 시장은 상대 후보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도덕성 시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혹이 커지자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서 재심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곧 후보로 확정됐다. 개표결과,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후보에게 우호적인 성남 구시가지인 수정(59.64%)·중원(60.25%) 외에 분당(55.69%)서도 과반을 넘겼다. 
 

득표율 2위인 한국당 박정오 후보(수정 27.59%-중원 28.7%-분당 33.75%)를 압도했다.

은 시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한 노동전문가로 지난 19대 국회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무려 10시간18분 동안 연설해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20대 총선 때 성남 중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영등포구청장 채현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3선을 노리던 현역 구청장, 3선 시의원과의 경쟁을 뚫고 당선에 성공했다. 채 후보는 득표율 52.1%%를 기록, 김춘수 자유한국당 후보(25.2%)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당선을 결정지었다. 

이번 영등포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공천에 탈락한 현역 조길형 구청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한국당은 3선 서울시의원인 김춘수 후보를 공천했으며 미래당은 두차례 구청장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양창호 후보를 투입했다. 

여풍 버틴 서초, 성남 첫 여성시장 당선
무소속 3선 기장, 8전8승 불패 충북지사

총 5명이 도전장을 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채 청장은 50%를 넘기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다.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국정·시정 경험이 풍부한 ‘젊은 구청장’을 앞세워 구민들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채 청장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청와대 국정경험과 서울시정 경험, 국회 정책경험을 살려 새로운 영등포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 청장은 1970년 7월26일생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기장군수 오규석

오규석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당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지난 두 번의 선거를 내리 무소속으로 당선된 오 군수의 저력은 민주당 바람도 잠재웠다. 오 군수는 ‘기장 나훈아’로 불릴 정도로 유명 인사다. 
 

보통 20대 젊은 계층은 기초단체장 후보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그만은 예외다. 1년 동안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얀 목티셔츠에 파란색 재킷, 그리고 등산화만 고집해 ‘현장형 군수’의 대명사로 불렸다. 

유세 방법도 입소문을 타고 높은 득표율을 이끌었다. 오 군수는 대규모 유세를 벌이지 않고, 아내와 단둘이서 기장을 누비는 조용한 유세로 실속을 챙겼다. 

기장은 농촌과 신도시의 특징이 섞여 있는 도농 복합도시지만, 오 군수의 득표는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매일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근면함과 행사마다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을 챙기는 모습으로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젊은 계층이 많이 사는 정관에는 민주당의 이현만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오 군수는 이런 예상을 깨듯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충북도지사 이시종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8전8승 불패신화’를 세웠다. 이 지사는 오전 1시10분 기준 60.76%(37만2810표)의 득표율을 올려 자유한국당 박경국(29.92%, 18만3606표), 바른미래당 신용한(9.30%, 5만7108표) 후보를 꺾고 충북지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충북지사 당선으로 8번 선거에 나서 8번 모두 승리하는 ‘불패’ 기록을 달성했다. 1947년 충북 충주서 태어난 이 지사는 충주중,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민자당 소속으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민선3기까지 내리 충주시장을 지냈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주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8대 국회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에 맞설 대항마가 나오지 않자 직접 의원직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충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서도 연승을 이어감으로써 선거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정치인이 됐다. 

연수구의원 조민경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전국 최연소로 정치에 입문한 여성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 입문을 위해선 ‘만 25세 이상’이 돼야만 한다. 하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정치 문턱을 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조 의원은 2017년 2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더불어민주당 가입과 동시에 6·13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의 깃발까지 꽂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뭉친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자신을 알렸다. 시민들도 선거운동기간 동안 패기있고 성실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를 보며 조민경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6·13지방선거 개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현 연수구의원인 자유한국당 이강구(45) 당선인 보다 4419표를 더 받은 2만1305표를 끌어모으며 당당히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이젠 최연소 의원이라는 딱지를 떼고 연수구 의원으로서 주민분들이 필요로 하는 곳엔 어디든지 달려가 주민분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미시장 장세용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 텃밭의 상징이었던 경북 구미서 당선됐다. 장 시장의 당선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이자 구미시장으로는 첫 민주당 계열 출신이기 때문. 
 

장 시장의 당선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 흐름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에 내부적으로 진보 후보인 장 시장에 맞설 보수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8선 신기록 군의원, 구미·TK 유일 민주 깃발
25세 최연소 여성의원, 4년 만의 신안군수

특히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장 시장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당 이양호 후보는 당론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서 ‘샤이진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 등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당선의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양시장 최대호

최대호 안양시장(더불어민주당)이 전·현직 시장 간 네 번째 맞대결서 승리했다. 최 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후보의 전적은 지난 2007년 안양시장 재선거서 이 후보가, 2010년 지방선거에선 최 시장이 승리해 각각 1승1패를 기록하다 지난 2014년 선거서 이 후보가 다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바른미래당 백종주 후보가 두 후보의 치열한 선거판에 가세하면서 선거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각종 변수에도 불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이번 선거서 예상과 달리 최 시장이 두 후보를 따돌리며 탈환에 성공했다. 

최 시장은 “오늘의 승리는 최대호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깨끗한 준법 선거운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신 안양시민의 위대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시민 최대호가 지난 4년간 안양시민께 배운 대로, 들은 대로, 약속드린 대로 그 약속 실천해 안양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서 이 후보가 패배하면서 전·현직 시장 간 맞대결 결과는 2승2패로 동수를 기록하게 됐다. 

신안군수 박우량

박우량 신안군수가 4년 만에 재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군수는 무소속 고길호 후보와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박 군수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고 후보가 취임도 하지 못한채 퇴진한 이후 실시된 재선거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낙후된 신안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이 확실시 됐던 2014년 지방선거의 중도사퇴를 두고 갖은 억측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사건의 ‘유병언 연루설’과 ‘비리 수사’ 등의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에서 권유했던 입당을 두고 민주당 중앙당은 후보 자격을 박탈했고 그는 무소속 출마로 선회해야 했다. 추미애 당 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유력한 경쟁자인 박 군수를 밀어내기 위한 잔꾀였다는 것을 자인하고 말았다. 

박 군수는 “신안군민은 정당을 넘어서 인물과 능력을 보고 무소속 후보인 저를 선택했다”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자율권을 보여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광군의원 강필구

강필구 영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8선 도전에 성공하면서 전국 최다선 신기록을 수립했다. 강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경북 안동시의회 무소속 이재갑 후보와 공동으로 8선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서 2명을 선출하는 영광군 가 선거구에 출마해 7명 중 1위(23.9%)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강 의원은 1991년 당시 40세의 나이로 지방의회에 첫 입성한 뒤 내리 연이어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당선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까지 민주당 2차례, 무소속으로는 6차례 당선됐다. 직업이 ‘군의원’이자 ‘의리의 정치인’ ‘민원 해결사’로 통하는 그는 ‘강필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절대불변의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통상 기초의원 3선을 한 경우에는 광역(도)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지만 강 의원은 27년간 한결같이 ‘주민 곁에서 호홉’하는 군의원의 길만 고집해왔다.

강 의원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이 행복한 영광을 만드는 심부름꾼이 되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영광을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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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