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모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 죽음과 탄생이 맞닿아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조성연 작가는 사물의 끝과 시작을 작품에 담았다. 그의 개인전 ‘지고 맺다’ 전을 들여다보자.
서울 마포구 소재 갤러리 스페이스 소가 조성연 작가의 개인전 ‘지고 맺다(Waxing and Waning)’ 전을 선보이고 있다. 조 작가는 자신의 일상 공간서 함께 호흡하는 꽃과 과일, 사물 등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를 화면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2012년 개인전서 소개한 ‘발아발화’ 연작 이후 4년간 진행한 ‘스틸 얼라이브(still alive)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자리다.
4년의 결과물
조 작가가 ‘지고 맺다’ 전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예전과 큰 차별성을 지닌다. 이전 연작 ‘기시감’ ‘화경’ ‘사물의 호흡’은 누군가 쓰다 버린 혹은 과거에 멈춘 시간과 기능을 정물사진이라는 틀 안에서 새로운 호흡을 하도록 만든 작업이다.
반면 이번에 소개하는 신작 ‘지고 맺다’는 프레임 안의 죽음(지다)이 또 다른 생명과 새로운 삶, 미래(맺다)를 의미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시선도 프레임 밖으로 확장됐다.
조 작가는 2011년 발아발화 연작서 화면상의 형식은 정물이되 식물과 꽃 등 사물은 시간의 멈춤으로 대치했다. 화면 전체를 아우르던 시선은 그릇 속 씨앗, 콩의 발아 부분, 꽃의 중심, 보따리의 매듭으로 집중되고, 그 순간 호흡은 흐르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춘다.
일상과 호흡하는 사물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
발아발화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진행한 2016년 개인전에선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면서 교감하는 삶의 태도를 작품에 녹였다. 자연과 시간의 힘, 순환하는 생명에 대한 숭고함과 그것의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의미를 부여한 찰나의 순간을 정물사진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근간이 된 스틸 얼라이브 프로젝트는 조 작가가 ‘발아발화’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발전했음을 드러낸다. 조 작가는 이 작업서 자신이 다루는 식물에 대한 관심과 사물을 담아내는 정물사진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씨앗의 발아와 재배, 발화에서 열매 그리고 다시 씨앗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이치와 생의 순환은 조 작가의 삶의 태도, 작업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시 사진 프레임 너머에 대한 활동으로 이어져 경작과 재배라는 영역으로 확장됐다.
과거 연작보다 확장된 프레임
검은 배경 앞에 선 꽃과 과일
이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식물의 고요한 성장과정을 긴 호흡으로 관찰하고 교감하는 노동의 시간을 통해 조 작가는 삶과 죽음의 순환에 기여하고 함께하며 그 경계의 이미지를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고 맺다 연작 12점과 본 작업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스틸 얼라이브 연작 18점을 함께 소개한다. 진 꽃들, 시들거나 마른 잎, 열매를 맺고 있거나 뿌리를 드러낸 식물, 작물, 풀은 생을 다한 듯하다.
하지만 검정 배경 앞에 선 작품 속 그들의 모습은 저물고 있는 게 아니라 또 한 번의 삶을 마치고 다음을 위한 준비의 얼굴, 생의 에너지를 품고 죽음을 밀어 올리는 자연의 초상처럼 관객을 마주한다.
사색의 공간
스페이스 소 관계자는 “익숙한 대상이면서 동시에 순환과 공생, 공존의 조화를 깨닫게 하는 공간과 시간인 작가의 텃밭과 정원 그리고 경작의 활동들이 전시장 이곳저곳에 스틸 얼라이브의 조각이 돼 놓여있다”며 “지고 맺다와 스틸 얼라이브 정물사진을 통해 관객들이 생과 사, 자연과 우주라는 작은 화면 속 큰 사색의 공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7월1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조성연은?]
▲학력
상명대학교 사진학과 졸업(1994)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사진전공 졸업(1999)
계원예술대학 출강(2002~)
▲개인전
‘발아발화II’ b컷 갤러리, 서울(2016)
‘발아발화’ 가비 갤러리, 서울(2012)
‘조성연 전’ 우민아트센터 프로젝트 카페우민, 청주(2012)
‘사물의 호흡’ cola갤러리, 서울(2009)
‘花景’ 예맥화랑, 서울(2004)
갤러리현대 윈도우 갤러리, 서울(2004)
‘청년작가 기획Ⅰ’ 아문아트센터, 대구(2001)
헬로우아트 갤러리, 서울(2001)
‘상상하기’ 서남미술관 포토스페이스, 서울(2000)
‘기시감(旣視感)’ 담갤러리, 서울(1999)
▲그룹전
‘예술가의 정원’ 닻 미술관, 경기도 광주(2018)
‘자연을 담다’ folk갤러리, 서울(2018)
‘CAN art selection’ 스페이스 캔, 서울(2016)
‘일상 공간’ s+갤러리, 부산(2016)
‘아트 에디션’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2015)
‘reflection’ 갤러리 잔다리(2015)
‘Flowering Island’ 넵스 갤러리, 서울(2014)
‘still life’ 최정아 갤러리, 서울(2014)
‘정지의 표면과 깊이’ 샘표스페이스, 경기도(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