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재벌집 ‘4억 증발’ 수수께끼

감쪽같이 사라진 뭉칫돈…대기업 비자금?

[일요이사=박민우 기자] 한 재벌이 도난당한 뭉칫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4억원의 현금 다발을 은행이 아닌 집에 보관했다는 점이 의문. 또 어디서 난 돈인지, 어디에 쓸 돈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재벌집 도난 사건을 들여다봤다.

장롱 위에 감춰둔 5만원권 8000장 대낮 도난 
‘냄새 나는데…’ 출처·용도 등 돈 의문 증폭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 사는 A씨는 지난달 31일 자택에 보관 중이던 5만원권 8000장 4억원을 분실했다.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집을 비운 사이 현금 4억원을 비롯해 2500만원어치의 귀금속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집에 돌아온 A씨는 곧바로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포항남부경찰서는 현장 조사 결과 A씨의 자택 현관문과 주택 1층 뒷문이 부서진 흔적을 발견했다. 또 집안에 있던 철제금고가 금속 공구로 훼손된 사실도 확인했다.

부인도 몰랐다

돈은 금고가 아닌 다른 방의 옷장과 천장 사이에 보관돼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외부 침입에 의한 절도로 판단했다. 누군가 현관문과 주택 1층 뒷문을 부수고 집 내부로 들어간 뒤 금고를 열려다가 실패한 후 4억원을 발견해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금고에 돈이 없었다는 점과 범행 시간이 낮 시간대였다는 점에서 A씨 주변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A씨의 집 주변 골목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사건 발생일 오후 2시40분쯤 20대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 동종 전과자 등에 대한 탐문수사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전담수사반까지 구성하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용의자 확보에 실패한 경찰은 결국 금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를 공개수배했다. 경찰은 “용의자는 20대 초반의 남성 2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중 한명은 신장 170∼175㎝에 보통체격이고, 다른 한명은 신장 165∼170㎝에 왜소한 체격”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보통의 도난 사건과 달리 세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단지 피해금액이 커서가 아니다.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에서다.

우선 4억원의 현금 다발을 집에 보관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A씨는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았다. 집에 금고가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마대 같은 자루에 담아 장롱 위에 보관하고 있었다.

더욱이 A씨의 가족도 이 돈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전언. A씨는 부인에까지 현금보관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여기에 A씨가 도난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의혹을 더한다. 일반 가정집에서 4억원의 거액을, 그것도 전부 5만원권 현금으로 보관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일부에선 로비 자금, 탈세금 등의 ‘검은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도 A씨가 현금 4억원을 아무런 방범 장치도 없이 허술하게 보관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 4억원을 은행이 아닌 집에 보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이가 많아 은행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진 돈의 출처와 용도를 두고도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등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A씨는 지역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어디서 난 돈인지, 어디에 쓸 돈인지가 의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0여년간 포항에서 고철 업체를 운영하면서 한 대기업에서 나온 고철을 거의 독점적으로 확보해 판매해왔다. 현재는 고문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A씨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모 그룹 계열사 전 회장의 동생이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뭉칫돈이 A씨의 형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A씨의 형이 몸담았던 모 그룹의 비자금일 가능성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추측 난무

A씨는 돈의 출처와 용도에 대해 “사업 특성상 현금 사용이 많은데 2년간 수입 일부를 조금씩 모은 것”이라며 “보관한 현금은 아들에게 경영을 넘기고 노후생활에 쓰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도난 사건뿐만 아니라 별도로 뭉칫돈의 출처와 보관 경위, 용도 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검거가 먼저”라며 “용의자가 잡히면 의문들도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재벌집 도난 사건. 이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경찰 수사를 통해 풀릴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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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