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자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연예인,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신변비관 자살까지. 잇따른 자살 소식은 자살이 만연된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살카페, 집단 자살, 처지를 비관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동반자살 하는 등의 일들도 자주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는 게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할까도 싶지만, 자살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 방법인 것처럼 유행으로 퍼지는 것은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매일 42명 자살…34분마다 1명씩 목숨 끊어
OECD 자살률 1위… 자살사망자 10년새 2배로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카이스트 학생들과 교수, 여성 스포츠 캐스터, 발라드그룹 출신 가수 등 올 들어 기억나는 자살사건만 꼽아 봐도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이는 비단 연예인이나 기업가들처럼 유명세를 치르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초등학생까지 자살하는 마당이니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살기 팍팍해서’ ‘취업이 어려워서’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서’ 등은 하루에 몇 차례씩 나오는 자살관련 뉴스거리이고, 이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어 그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가파른 자살 증가 속도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 자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서 무차별적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자살 바이러스 ‘전염’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자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2009년 하루 평균 42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자살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34분마다 1명씩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30대는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 중 1위, 40-50대는 2위였다. 전체적인 수치로는 암과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네번째에 속했다. 20대는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절반 가까이(44.6%)를 차지했으며, 30대 34.1%, 10대 29.5%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쓰러져가고 있었다.

자살을 촉진하는 요인들로는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한 생활고와 실직, 신용불량으로 인한 자살, 가정폭력과 갈등으로 인한 자살,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살, 청소년들의 진로문제와 성적저하로 인한 자살 등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성별 분포는 남성이 9,936명, 여성이 5,477명으로 남성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전해인 2008년보다도 크게 상승한 수치다. 2008년 자살자 수는 12,858명이며, 1일 평균 35.1명이었다. 자살자 수는 10년 전인 1999년 7,056명, 20년 전인 1989년에는 3,133명에 불과했다. 20년 전에 비해 5배, 10년 전에 비해 2배가 상승한 것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표준인구 10만명 당 한국의 자살률은 28.4명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헝가리가 19.6명, 일본이 19.4명으로 뒤를 이었다. OECD 평균은 11.2명으로, 한국이 2.5배 높았다.

지역별로는 2008년에 비해 충남 지역이 46.5%, 대전이 33.3%, 광주가 33.0% 상승했다.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제주(3.3%), 전북(13.0%)이었다. 서울은 15.1%(2,453명), 경기는 16.3%(3,019명)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살 시도자는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의학계에서는 자살시도자가 자살 사망자의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응급의료센터가 2008~2009년 2년간 조사한 임상자료에 따르면 자살시도자가 자살사망자의 약 11.25배를 기록했다. 자살 시도자가 재시도할 확률도 1주 이내 5~10%, 10년 내 37% 수준에 이를 만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해와 편견’ 사라져야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이 지난 3월 제정돼,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개입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이 수립될 예정이다.

미국 자살방지협회 재단 등 전 세계 협회와 기관들도 자살에 대해 올바른 지식과 시스템이 있다면 “자살은 반드시 예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자살을 예방하는 첫 단추는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일이며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한국자살예방협회 등과 함께 ‘2011년 한국인의 자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인 책임까지’를 주제로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고, 6일까지 이틀간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진수희 장관은 이날 “자살은 가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줄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와 민간단체, 의료·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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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