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지원율 10% 유지하다 오너지분 늘고 80%로 급증
두아들 30% 보유 자회사…매출 90% 관계사 의존
재계 순위 24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OCI그룹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7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이테크건설’과 ‘쿼츠테크’등 2개사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82년 9월 설립된 이테크건설(당시 영창건설)은 산업용 건물 건설업체로 플랜트사업과 화물차터미날 등도 영위하고 있다. 1993년 5월 OCI그룹에 편입됐고, 1999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해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테크건설 최대주주는 30.71%의 지분이 있는 삼광유리다. 유니드(25.17%)와 OCI㈜(5.14%)도 올라있는 주주명부엔 오너일가도 끼어있다. 5.7% 지분이 있는 이복영 회장이다. 이수영 OCI그룹 회장의 동생 이 회장은 현재 이테크건설을 비롯해 삼광유리, 군장에너지, 쿼츠테크, 이테크인프라 등의 그룹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이테크건설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테크건설은 지난해 매출 6639억원 가운데 83%인 5495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이테크건설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OCI㈜(4326억원), 삼광유리(719억원), 군장에너지(156억원), 쿼츠테크(113억원), OCI머티리얼즈(113억원), 넥솔론(63억원), 유니드(4억원) 등이다.
이테크건설이 처음부터 관계사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평균 10%대에 불과했으나 이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뒤부터 급증했다.
이테크건설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13%(총매출 852억원-내부거래 112억원) ▲2002년 8%(1397억원-112억원) ▲2003년 18%(1826억원-321억원) ▲2004년 13%(2226억원-298억원) ▲2005년 19%(2583억원-504억원) ▲2006년 14%(3441억원-487억원)였다.
이 회장이 이테크건설 지분을 사들인 것은 2006년 3월. 당시 5%를 신규 취득했고, 2007년 11월 5.7%로 늘렸다. 이후 이테크건설의 내부거래율은 2007년 52%(4400억원-2296억원)로 뛴데 이어 2008년 84%(6925억원-5793억원), 2009년 88%(5822억원-5126억원)까지 치솟았다.
2008년 12월 설립된 쿼츠테크는 신재생 에너지 소재사업인 석영도가니, 석영용기 등 산업용 유리제품 제조업체다. 이 회사에도 오너일가 지분이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우성씨와 차남 원준씨가 각각 20%, 10%를 갖고 있다.
쿼츠테크도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매출의 80% 이상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쿼츠테크는 설립 첫해인 2009년 관계사 매출이 무려 98%나 됐다. 총매출 4억7800만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4억71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그 비중은 다소 낮아졌지만, 거래 금액이 커졌다. 쿼츠테크는 매출(19억9800만원)의 83%(16억6200만원)를 넥솔론(13억8000만원), 엘피온(2억3200만원), OCI㈜(5000만원) 등 계열사들로부터 채웠다.
이테크건설과 쿼츠테크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OCI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OCI정보통신, 디씨알이, 이테크인프라, 엘피온 등이다. 1997년 7월 설립된 OCI정보통신은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로, 주로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86억원 가운데 175억원(94%)이 ‘패밀리 포인트’다. OCI㈜(84억원), 이테크건설(41억원), 넥솔론(20억원) 등 14개 계열사들이 밀어줬다. 2009년엔 16개 계열사들이 달라붙어 내부거래율이 98%(118억원-116억원)에 달했다.
비중↓…거래액↑
2008년 5월 설립된 디씨알이는 무기화학물질 제조업체다. 2008년 95%(221억원-210억원), 2009년 93%(277억원-257억원), 지난해 92%(316억원-291억원)로 영업 개시 이후 지난 3년간 내부거래율이 90%가 넘는다.
2008년 6월 설립된 이테크인프라는 토목시설물 건설업체다. 2009년 64%(36억원-23억원)에 이어 지난해 96%(203억원-195억원)의 내부거래율을 기록했다.
2009년 7월 설립된 엘피온은 태양광 소재 제조업체다. 2009년 93%(178억원-165억원), 지난해 84%(507억원-426억원)로 매출의 대부분을 ‘식구’들과 거래했다.
다만 이들 4개사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OCI정보통신과 디씨알이 지분은 OCI㈜가 100% 갖고 있다. 이테크인프라는 이테크건설이 100%를, 엘피온은 OCI㈜가 63.1%로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