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통큰 기부 정몽준 의원

현대가 잔치에 장자·큰며느리 빠지니 ‘썰렁’

범현대가가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주도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2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놨다.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만 재계에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참여하지 않아서다. 대체 이들의 불참 사유는 뭘까.

범현대가 오너들 5000억원 출연해 재단 설립
현대중공업 2380억원, 정몽준 의원 2000억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사재와 회삿돈 50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단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따서 ‘아산나눔재단’으로 정했다.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는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태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한정화 한양대학교 교수, 영화배우 안성기,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준비위원으로 선임됐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신 계승하기 위해

이어 정 위원장은 “아산은 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7년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소외된 지역에 병원들을 세우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했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산 선생의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또 “정몽준 의원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업인의 사명에 대해 고민해오다 이달 초 집안일로 만나 얘기하던 중 마침 내일(8월17일)이 정 의원 모친(고 변중석씨)의 기일이어서 이번 재단설립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복지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의 대권행보를 위한 재단설립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정 의원이 상당한 출연을 한 것은 기업이 창조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돈을 내놓은 것”이라며 “특별히 어떤 시점을 의식하거나 어떤 목적, 다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1982년 정 의원이 쓴 ‘기업경영이념’을 보면 정 의원이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많이 고심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의 공생관계 발전 등 정책 기조에 맞춰서 갑자기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 의원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만 출연했을 뿐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고 못박았다. 향후 추가 출연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이 계속해서 기금을 출연해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추가 출연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몽구 회장, 자체 진행 사회공헌활동 있어서
현정은 회장, 형편 어려워서?…경영권 분쟁?

아산나눔재단의 출범시기 등에 대해 정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않았다”며 “올해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이고, 내일이 정 의원의 모친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라는 점에서 (재단설립 발표를 한)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설립기금은 현대중공업 계열 6개사가 2380억원, 정몽준 의원이 2000억원(현금 300억원, 주식1700억원)을 출연한다.

이밖에 KCC 15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100억원, 현대백화점 50억원, 현대산업개발 50억원, 현대종합금속 30억원 등 총 380억원을 투입한다. 또 정상영, 정몽근, 정몽규, 정몽윤, 정몽석, 정몽진, 정몽익, 정지선 등 창업자 일가가 240억원을 투입했다. 범현대가 대부분이 출연에 참여했지만 정작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빠졌다. 이번 재단 설립 주체가 범현대가라고는 하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단 이사회에
참석 않을 것”

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범현대가 모두 제각기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형편의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도 “형님(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로 (재단을) 하니까 그렇고, 현대그룹은 여력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정 회장은 사재 15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기존에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비치재단이라는 공식 채널이 있는데 아산나눔재단에 별도로 출연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계기로 해비치재단에 추가로 출연해 기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각 형편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재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현정은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실패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불참과 관련해서는 현대가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대가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탕’이었다. ‘왕자의 난’을 시작으로 ‘시숙의 난’과 ‘시동생의 난’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숱한 경영권 분쟁
인해 마음에 앙금?

우선 ‘왕자의 난’은 정주영 창업주 타계 전인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간 더 좋은 계열사를 차지하려는 욕심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으로 ‘파이’를 나누면서 분쟁은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 마음속엔 앙금이 남았다. 현재까지도 이들은 서로 왕래가 뜸한 상태다.

남편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지난 2003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 회장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숙부의 난’이 불거진 것.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정 명예회장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 황급히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화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지난 2006년에는 정 의원과도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시동생의 난’이다. 이 사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지분 26.68%을 매입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촉발됐다.

현대중공업은 ‘백기사’를 자처하며 경영권 보호와 단순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현대그룹은 믿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6.26%의 지분을 보유한 KCC와 연합할 경우 지분율은 33%에 이르러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은 35%로 2%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태 역시 형님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정 의원이 한걸음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현 회장은 지난 2010년 말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정몽구 회장과도 맞섰다.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정은 회장은 회심의 풀베팅을 했고, 현대건설을 거머쥐는 듯했다. 하지만 자금 출처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판도변화가 생겼다. 그 틈을 노리고 현대차그룹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끝에 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현대차그룹이 결정됐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로 인해 정 의원이 재단 설립 문제와 관련해 현 회장에 참여를 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대로 정 의원이 참여를 권했더라도 현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을지는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프로필

■학력
~2011 강원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11 전주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02 한국체육대학교 명예박사 
~1993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0 매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70~1975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1967~1970 중앙고등학교 
1964~1967 중앙중학교 
1958~1964 장충초등학교  

■경력
2009.09~2010.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8.05~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1~2009.09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7.06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2004~2008.05 제17대 국회의원
2002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
2001~아산재단 이사장
2000 제16대 국회의원
1997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1996 아산재단 이사
1996 제15대 국회의원
1994~2011.01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3.01~2009.01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2 제14대 국회의원
1991 현대중공업 고문
1988 제13대 국회의원
1987 현대중공업 회장
1983 울산대학교 이사장
1982 현대중공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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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