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모레퍼시픽 ‘수상한 부동산’ 추적

제주땅 알박기 의혹…큰 덩어리 노림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포착됐다. 제주 땅을 사는 과정에서 이른바 ‘알박기’식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만평의 임야 가운데 일부 지분만 매입한 뒤 수년째 버티고 있는 정황이 석연치 않다. 다른 토지주들이 원하는 토지분할도 거부하고 있다. 이 땅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의문투성이 부동산 거래를 들춰봤다.

2005년 8만평 서광리 임야 지분 20%만 매입
6년째 더 사지도 팔지도 않고 눈치만 ‘살살’

아모레퍼시픽이 제주 땅에 이른바 ‘알박기’식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몇년 전 수만평의 임야 가운데 일부 지분만 매입한 뒤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토지주들은 아모레퍼시픽 때문에 땅이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모씨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 임야 25만7096㎡(약 7만7900평)의 지분 20%를 30여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은퇴 후 제주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지분을 나눠 공동소유하게 됐다.

“늙어 보낼 곳이…”
노후 꿈 산산조각

그러나 지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모씨가 자신의 지분을 아모레퍼시픽에 매각하면서 강씨의 꿈이 꼬이기 시작했다. 신씨는 2005년 6월 소유하고 있던 지분 20%를 장원산업에 팔았다. 장원산업이 서광리 임야 5만1419㎡(약 1만5581평)의 소유권을 쥔 셈이다. 당시 매매가는 약 16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장원(粧源)’이란 아호를 딴 장원산업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서 창업주의 차남)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의 개인 회사였다. 녹차를 생산하는 농장사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1974년 12월 설립됐다가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서광리 땅을 산지 6개월 만인 2005년 12월 ㈜태평양에 흡수합병됐다.

합병 당시 장원산업 지분은 서 사장이 53.63%를, 나머지는 대부분 기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지주회사였던 ㈜태평양은 지난 3월 계열사간 연관성 강화 및 글로벌 기업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사명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광리 땅의 지분을 매입한 뒤 그대로 뒀다. 다른 지분을 추가로 사지도, 갖고 있는 지분을 팔지도 않았다. 이 땅이 묶이면서 공동 토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동의 없이 처분이나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공동소유의 물건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면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권리를 제대로 내세울 수 없다. 지분만 거래한다 해도 개별 부동산의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모레퍼시픽 외 강씨 등 나머지 지분 소유자 5명은 아모레퍼시픽의 ‘알박기’식 지분 매입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주들 땅 묶여 재산권 행사 못해
수십차례 토지분할 제의했으나 거부

이들은 “막강한 자금과 권력을 쥔 대기업이 힘없는 소시민들의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며 “지난 6년간 20% 지분을 가진 아모레퍼시픽의 합의 없이 어떤 재산권 행사도 불가능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제주에서 보내고자 했던 꿈과 희망이 무너지고 오히려 피맺힌 한과 절규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강씨와 다른 토지주들은 아모레퍼시픽 측에 토지분할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토지분할은 지적도에 등록된 1필지의 토지를 지분만큼 2필지 이상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공유토지를 분할할 경우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분할이 이뤄질 수 없다.

이에 따라 토지주들은 수십회에 걸쳐 아모레퍼시픽에 토지분할을 제의했다. 그때마다 회사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 나중엔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다. 한번은 아모레퍼시픽의 ‘OK 사인’을 받아 토지분할을 위한 지적 측량 등 용역에 착수했으나, 또 다시 뒤늦게 백지화해 토지주들이 수천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강씨는 “아모레퍼시픽에 토지분할을 요구했지만 부서간 서로 떠미는 것도 모자라 결제가 늦어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왔다”며 “매번 토지분할을 해주겠다는 구두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1년에 세금만 수백만원씩 내는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부지 점유도 지적했다. 그는 “지적 측량을 하면서 공동 소유의 부지 수천평을 회사 측이 주차장, 녹차밭 등으로 어떤 승인도 없이 무단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줄곧 시정을 요청해도 모른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랬다 저랬다’
말 뒤집기 반복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왜 서광리 임야의 지분을 매입한 것일까.

문제의 땅 바로 인근엔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고 있는 녹차밭 ‘서광다원’이 있다. 따라서 업계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사업부지 확보 차원에서 땅의 지분을 사들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최초의 차 전문박물관인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있는 서광다원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대 차 생산지로, 면적이 66만1160㎡(약 20만350평)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사업은 서 창업주의 필생의 의지로 이뤄진 산물이다. 이 창업주는 국내에서 사라진 차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1970년대 버려졌던 황무지를 직접 일궈 차나무 재배단지를 조성했고, 1980년대부터 설록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서 사장의 차 사업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차 사업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울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녹차는 전통음료로서의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유망사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까지 주사업인 화장품에 이어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서 사장은 평소 “녹차는 맥이 끊긴 우리나라 차 문화를 잇기 위해 부친이 필생을 바친 일”이라며 “그 유지를 받들어 우리나라를 녹차 강국으로 만들겠다” 고 임직원에게 강조해 왔다.

만약 아모레퍼시픽이 사업부지용으로 서광리 임야의 지분을 사들였다면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무슨 이유로 부지 전체를 매입하지 않고 일부 지분만 취득했느냐다.

"땅 문제 법적분쟁으로 끌고 가
싼값에 통째로 거머쥐려 한다"

이에 대해 강씨는 아모레퍼시픽의 야욕을 의심했다. 한마디로 땅 전체를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강씨의 주장. 강씨는 또 땅 문제를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가 결국 싼값에 다른 지분까지 통째로 거머쥐려 한다고 의심했다.

실제 부동산 공유자간 합의가 되지 않아 토지분할이 불가능할 경우 법원에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서로 좋은 위치의 땅을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협의 분필이 어렵다. 이때 법원은 직권으로 경매를 명령하고, 경매 처분 후 매각 대금을 공유지분별로 배당받게 된다. 경매는 토지 공유자도 참여해 낙찰 받을 수 있다. 낙찰가는 대부분 일반 시세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강씨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른 토지주들의 부담이 커져 아모레퍼시픽이 협상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하려고 해도 실거래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땅 시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서광리 산XX번지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8480원으로 나타났다. 총면적이 25만7096㎡란 점을 감안하면 이 임야의 땅값이 22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분을 매입한 2005년 1월 공시지가는 9770원. 6년 전에 비해 땅값이 내려갔지만, 실거래가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에 호재가 많아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수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광리 일대는 ▲첨단과학기술단지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서귀포관광미항 ▲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등 건설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추진하는 6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화·역사공원은 오는 2015년까지 404만㎡(약 122만4000평)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JDC는 2007년 12월 우선 510억원을 투입해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일체 함구…의혹만 키워
확인취재도 응하지 않아

한국산업은행은 “신화·역사공원의 개발 효과가 고용 파급효과는 3만1497명, 생산 파급효과는 2조3553억원, 소득파급효과는 501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제주 땅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사실 확인을 위한 본지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홍보팀장은 지난 10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 땅 문제는 잘 모른다. 담당 부서에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19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11일 아모레퍼시픽 측에 지분 매입 배경, 토지분할 거부 이유, 부지 활용 계획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이 역시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반론이나 해명을 듣기 위해 십여 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 측은 “팀장이 자리에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러 번 메모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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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