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안갯속’ 차기 경찰청장 후보

6·13 결과 따라 차기 경찰수장 변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철성 현 경찰청장 임기가 3개월여 남은 시점서 벌써부터 경찰청 상층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하지만 이 과정서 다양한 변수들이 예상된다. 당장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 청장 임기만료 보름여 전에 실시되는 데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대폭 늘리는 법안이 발의돼 후임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권이 바뀐 후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 청장이 빠른 시일 내에 교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에 이뤄진 치안정감급 이상 고위경찰들의 인사 이동서 이 청장은 임기를 보장받고 여기까지 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이 청장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순경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찰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 1958년 6월21일 경기도 수원서 태어나 수원 삼일중과 검정고시를 거쳐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경찰에 재직하는 동안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됐다. 

경찰종합학교 교수, 경찰청 경무기획 담당, 강원경찰청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관리관, 외사국장, 정보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 청장의 임기기간 동안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사건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강인철 치안감과의 갈등으로 인해 내부서 이 청장의 자진 사퇴 여론이 일었다. 

논란은 강 교장이 2016년 말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일할 때 이철성이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의 삭제를 지시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광주경찰청은 당시 촛불집회와 관련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강 교장 측은 “이 청장이 이를 보고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철성 측이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 청장과 강 교장의 여러 날에 걸친 SNS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중재로 갈등이 완화됐다. 

이철성 청장 3개월 뒤 퇴임…후임은 누구?
지방선거·후보군 확대 개정안 등 예측 난항

지난해 11월에는 다시 한 번 사임설이 돌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이때도 청와대와 이 청장은 극구 부인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 청장의 임기는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모두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서 문재인정부가 임명할 첫 경찰수장 인선은 쉽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 청장 임기만료 보름여 전에 실시되는 데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대폭 늘리는 법안은 차기 경찰청장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까진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 민갑룡 경찰청 차장,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차기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후보군이 대폭 늘어나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찰 안팎의 물밑경쟁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임 경찰청장 인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6명인 치안정감서 31명인 치안감 이상으로 경찰청장 후보군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찰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이기도 한 진 의원은 경찰 개혁을 위해 경찰위원회 위상강화와 경찰 권한을 최소화하는 경찰법과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 의원은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치안정감 6명 중에서만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이번 개정안은 후보군을 치안감까지 넓혀 현행 6명 후보군에서 31명으로 확대해 대상자를 다양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청장 임기가 6월30일 끝나는데 지방선거일은 이보다 16일 전인 6월13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6월10일 이전엔 경찰청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후보 확대 개정안
지방선거도 변수

경찰청 관계자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이때까지 경찰청장 후보를 특정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며 “선거 결과도 경찰청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짧은 기간이지만 경찰청장 공백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까진 경력이나 현정부와의 인연 등을 고려할 때 이주민 서울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민갑룡 본청 차장과 현 정부 내 부산 인맥과 관계가 깊은 조현배 부산청장도 후보로 거론돼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단행된 경찰 수뇌부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 압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자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다. 경찰 안에 여섯 자리밖에 안 되는 고위직이다.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운대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인천경찰청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이기창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유임됐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 인사로 경찰 최고 실세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당시 이 청장이 서울청장으로 내정된 것은 문재인정권서 차기 경찰청장으로 사전 낙점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로 차기 경찰청장 3파전 구도를 형성했던 이기창 경기남부청장, 조현배 부산청장이 유임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청장의 노무현정부 인사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이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3∼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서 근무했다. 

한 경찰 간부는 “청와대에 근무할 때 함께 일했던 행정관 중 상당수가 현재 청와대 비서관급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 출신인 이 청장은 경찰대 1기다. 주로 외사·정보 파트서 일했다. “꼼꼼하게 일을 챙기면서도 동료들을 다그치지 않는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의 인연
투톱의 급부상


민갑룡 경찰청 차장도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인사들과 인연이 있다. 

민 차장은 지난 2007∼2011년 수사구조개혁팀장·기획조정담당관 등을 맡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주로 담당했다. 당시 업무 과정서 서울대 교수이던 조국 수석과 인연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2009년엔 조 수석에게 검사 수사지휘권의 한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긴 적이 있다. 민 차장이 치안감 진급 1년 만에 다시 치안정감으로 고속 승진한 것을 놓고도 “실세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진 속도를 보면 청와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차장은 경찰대 4기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과 함께 수사권 조정과 기획 업무를 오래 맡았다. 유능한 지략가라는 게 경찰 내부의 평가다.

현재까진 이 서울청장과 민 차장의 투톱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치안정감급 6인 모두가 차기 경찰청장 후보다. 박진우 경찰대학장은 제주 출신으로 1989년 간부후보 37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경호과장, 인천지방경찰청 제1부장,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12월 인사로 후보군 압축됐지만… 
“아직 모른다” 새로운 세력 등장?

지난 2015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수사국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을 맡은 뒤 올해 7월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자타공인 수사 전문가로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조직 내 신임이 두텁다는 평이다. 

박운대 인천지방경찰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대공 분야 경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대 학생과장, 서울 서부서장,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등을 거쳤다. 경찰청에서는 정보화장비정책관과 경무인사기획관 등 다양한 부서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보안 전문가로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의 치안을 책임지게 됐다.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로 합리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경남 창원 출생으로 간부후보 35기로 경찰에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정보심의관, 경찰청 정보국장 등 정보 분야서 오래 몸담았다. 

지난 2015년 경남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맡았다. 업무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성실과 열정을 다하는 자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이다. 

이기창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찰대 2기로 졸업해 1986년 경찰에 첫발을 들였다. 서울 종암경찰서장, 경찰청 정보4과장, 강원지방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차장, 지난해 12월부터는 광주지방경찰청장을 맡았다. 
 

정보·교통 분야에 능통한 현장 전문가로 합리적 성품을 바탕으로 대내외 신임이 두텁다는 평이다. 

여기에 진선미 의원의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후보군은 치안감까지 넓어져 대상자는 31명으로 확대된다. 이럴 경우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 외에 적어도 너댓명 이상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추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의 경찰청장 선임 과정을 고려할 때 후보군이 늘어난만큼 당정청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지면서 차기 경찰청장 선정에 난항을 겪을 확률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간은 물론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간 물밑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안정감 모두…
후보군 더 확대?

한편 임기 2년의 경찰청장 임명제청하는 경찰위원회는 위원장(장관급) 1인을 포함, 5인의 비상임 위원과 1인의 상임위원(차관급) 등 7인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동 위원회서 경찰청장을 임명 제청하면, 행안부장관이 제청하고 국무총리를 경유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경찰청장 역시 국세청장과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차기 경찰청장 인사에 대해 현재로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3개월이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남은 시간동안 후보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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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