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안갯속’ 차기 경찰청장 후보

6·13 결과 따라 차기 경찰수장 변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철성 현 경찰청장 임기가 3개월여 남은 시점서 벌써부터 경찰청 상층부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하지만 이 과정서 다양한 변수들이 예상된다. 당장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 청장 임기만료 보름여 전에 실시되는 데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대폭 늘리는 법안이 발의돼 후임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정권이 바뀐 후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 청장이 빠른 시일 내에 교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에 이뤄진 치안정감급 이상 고위경찰들의 인사 이동서 이 청장은 임기를 보장받고 여기까지 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이 청장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순경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찰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 1958년 6월21일 경기도 수원서 태어나 수원 삼일중과 검정고시를 거쳐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경찰에 재직하는 동안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간부후보생 37기로 재임용됐다. 

경찰종합학교 교수, 경찰청 경무기획 담당, 강원경찰청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관리관, 외사국장, 정보국장, 경남지방경찰청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이 청장의 임기기간 동안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 자리를 위협할 정도의 사건도 많았다. 지난해 8월 강인철 치안감과의 갈등으로 인해 내부서 이 청장의 자진 사퇴 여론이 일었다. 

논란은 강 교장이 2016년 말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일할 때 이철성이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의 삭제를 지시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광주경찰청은 당시 촛불집회와 관련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강 교장 측은 “이 청장이 이를 보고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철성 측이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 청장과 강 교장의 여러 날에 걸친 SNS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중재로 갈등이 완화됐다. 

이철성 청장 3개월 뒤 퇴임…후임은 누구?
지방선거·후보군 확대 개정안 등 예측 난항

지난해 11월에는 다시 한 번 사임설이 돌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이때도 청와대와 이 청장은 극구 부인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 청장의 임기는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모두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서 문재인정부가 임명할 첫 경찰수장 인선은 쉽게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 청장 임기만료 보름여 전에 실시되는 데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대폭 늘리는 법안은 차기 경찰청장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까진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 민갑룡 경찰청 차장,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차기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후보군이 대폭 늘어나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찰 안팎의 물밑경쟁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임 경찰청장 인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6명인 치안정감서 31명인 치안감 이상으로 경찰청장 후보군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찰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발의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이기도 한 진 의원은 경찰 개혁을 위해 경찰위원회 위상강화와 경찰 권한을 최소화하는 경찰법과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 의원은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치안정감 6명 중에서만 경찰청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이번 개정안은 후보군을 치안감까지 넓혀 현행 6명 후보군에서 31명으로 확대해 대상자를 다양화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청장 임기가 6월30일 끝나는데 지방선거일은 이보다 16일 전인 6월13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6월10일 이전엔 경찰청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후보 확대 개정안
지방선거도 변수

경찰청 관계자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이때까지 경찰청장 후보를 특정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며 “선거 결과도 경찰청장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짧은 기간이지만 경찰청장 공백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까진 경력이나 현정부와의 인연 등을 고려할 때 이주민 서울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민갑룡 본청 차장과 현 정부 내 부산 인맥과 관계가 깊은 조현배 부산청장도 후보로 거론돼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단행된 경찰 수뇌부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 압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인 경찰청장 바로 아래 자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다. 경찰 안에 여섯 자리밖에 안 되는 고위직이다.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박운대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은 인천경찰청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이기창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유임됐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 인사로 경찰 최고 실세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당시 이 청장이 서울청장으로 내정된 것은 문재인정권서 차기 경찰청장으로 사전 낙점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로 차기 경찰청장 3파전 구도를 형성했던 이기창 경기남부청장, 조현배 부산청장이 유임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청장의 노무현정부 인사들과의 인연 때문이다. 이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3∼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서 근무했다. 

한 경찰 간부는 “청와대에 근무할 때 함께 일했던 행정관 중 상당수가 현재 청와대 비서관급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 출신인 이 청장은 경찰대 1기다. 주로 외사·정보 파트서 일했다. “꼼꼼하게 일을 챙기면서도 동료들을 다그치지 않는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의 인연
투톱의 급부상


민갑룡 경찰청 차장도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인사들과 인연이 있다. 

민 차장은 지난 2007∼2011년 수사구조개혁팀장·기획조정담당관 등을 맡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주로 담당했다. 당시 업무 과정서 서울대 교수이던 조국 수석과 인연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2009년엔 조 수석에게 검사 수사지휘권의 한계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긴 적이 있다. 민 차장이 치안감 진급 1년 만에 다시 치안정감으로 고속 승진한 것을 놓고도 “실세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진 속도를 보면 청와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차장은 경찰대 4기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과 함께 수사권 조정과 기획 업무를 오래 맡았다. 유능한 지략가라는 게 경찰 내부의 평가다.

현재까진 이 서울청장과 민 차장의 투톱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치안정감급 6인 모두가 차기 경찰청장 후보다. 박진우 경찰대학장은 제주 출신으로 1989년 간부후보 37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서울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경호과장, 인천지방경찰청 제1부장,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12월 인사로 후보군 압축됐지만… 
“아직 모른다” 새로운 세력 등장?

지난 2015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수사국장과 경남지방경찰청장을 맡은 뒤 올해 7월 경찰청 차장을 지냈다. 자타공인 수사 전문가로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조직 내 신임이 두텁다는 평이다. 

박운대 인천지방경찰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대공 분야 경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경찰대 학생과장, 서울 서부서장, 서울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등을 거쳤다. 경찰청에서는 정보화장비정책관과 경무인사기획관 등 다양한 부서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보안 전문가로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의 치안을 책임지게 됐다.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로 합리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경남 창원 출생으로 간부후보 35기로 경찰에 첫발을 내디뎠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과장·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정보심의관, 경찰청 정보국장 등 정보 분야서 오래 몸담았다. 

지난 2015년 경남지방경찰청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맡았다. 업무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성실과 열정을 다하는 자세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이다. 

이기창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찰대 2기로 졸업해 1986년 경찰에 첫발을 들였다. 서울 종암경찰서장, 경찰청 정보4과장, 강원지방경찰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차장, 지난해 12월부터는 광주지방경찰청장을 맡았다. 
 

정보·교통 분야에 능통한 현장 전문가로 합리적 성품을 바탕으로 대내외 신임이 두텁다는 평이다. 

여기에 진선미 의원의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후보군은 치안감까지 넓어져 대상자는 31명으로 확대된다. 이럴 경우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 외에 적어도 너댓명 이상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추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의 경찰청장 선임 과정을 고려할 때 후보군이 늘어난만큼 당정청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지면서 차기 경찰청장 선정에 난항을 겪을 확률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간은 물론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간 물밑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안정감 모두…
후보군 더 확대?

한편 임기 2년의 경찰청장 임명제청하는 경찰위원회는 위원장(장관급) 1인을 포함, 5인의 비상임 위원과 1인의 상임위원(차관급) 등 7인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동 위원회서 경찰청장을 임명 제청하면, 행안부장관이 제청하고 국무총리를 경유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경찰청장 역시 국세청장과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차기 경찰청장 인사에 대해 현재로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3개월이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남은 시간동안 후보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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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