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비리 주역’ 안현태 국립묘지 ‘게릴라식 안장’ 파문

죽어서도 ‘호강하는’ 비리주역 ‘찬밥신세’ 애국지사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가 지난 6일 국립묘지에 안장되자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안씨가 천문학적 비자금 조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게릴라식 안장으로 청와대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앞서 친일파들의 국립묘지 안장에 이어 민주헌정 파괴자까지 안장이 추진되자 ‘국립묘지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묘지 운용 실태를 들여다봤다.

국립묘지서 호강하는 친일파와 비리주역
뿔난 네티즌들 ‘국립묘지 무용론’ 성토해

5공화국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낸 고(故) 안현태씨가 지난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그가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복역한 바 있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현행 국립묘지 관련규정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는 자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안씨는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학살한 5공 핵심실세로 국민정서에 반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잠 못 드는 호국영령

이에 앞서 국가보훈처는 지난 5일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서면심사를 통해 안씨를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의결했고, 바로 뒷날 기습적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을 감행했다. 국가보훈처는 그가 사면복권 됐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내며 국가안보에 기여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안장결정을 날치기한 배후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가 심의위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10일 관련단체들과 함께 ‘안현태 등 국립묘지 안장 반대 국민위원회(약칭 안장반대 국민위원회)’를 결성하고 성명서를 통해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은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는 호국ㆍ애국인사와 국민 그리고 국립묘지에 대한 능욕이며,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며 안장 무효화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법률 개정ㆍ국민 서명운동ㆍ본안 소송 추진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하여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번 안장을 무효화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일 행적이 밝혀져서 독립유공 서훈이 박탈된 친일파들도 여전히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다. 친일파와 애국지사가 국립묘지에까지 나란히 누워있는 셈이다.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는 친일인사 이종욱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난 1977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하지만 일제 당시 태평양 전쟁 헌금을 모으고 징병을 선동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역시 서울현충원에 일본전쟁의 헌금 모금을 주도한 김홍량과 일제 전쟁 협력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난 윤익선의 묘도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친일행적이 드러나 공식 서훈을 박탈당한 상태다.

이 밖에도 친일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정부가 공식적으로 서훈을 취소했지만 국립묘지에 이미 안장돼 있는 친일파는 서울현충원에 임용길, 대전현충원에 박성행, 이동락, 강영석, 김응순, 박영희, 유재기 등으로 총 10명이다.

하지만 강제 이장시킬 마땅한 법적 근거가가 없어 보훈처는 유족들에게 이장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에 대해서도 서울현충원은 사후 묘역 안장을 약속해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충원측은 백씨가 생존해 있지만 6·25 때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백씨는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2005년 발표한 친일인사 3059명에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발간한 <친일규명 보고서>에 따르면 백씨는 1940년 봉천군관학교 제9기생으로 입학해 이듬해 12월 졸업했으며 항일무장세력 토벌부대이던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짜 애국자는 찬밥

반면 진작 국립묘지로 왔어야 할 애국선열들의 묘소는 쓸쓸하게 방치되어 있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과 일제하 항일투쟁의 상징인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의사의 묘역이 있고, 또 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가 있다.

하지만 이 묘지는 공원시설차원에서 용산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국립묘지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관계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한 포털의 토론사이트에서는 “국립묘지를 공동묘지로 바꿔야 할 판이다”  “국립현충원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만들 것이냐?” “부끄러운 일이다. 후세에 뭐라할지…”라고 성토하며 국립묘지에 관한 무용론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살아생전 권력에 기생해 불의에 두 눈 감은 친일파와 민주헌정 파괴자는 국가의 보호아래 편안하게 두 눈 감고 있다. 하지만 불의에 두 눈 부릅뜨고 항거한 애국지사는 찬밥신세로 몰려 방치되며 두 번 죽임을 당하고 있다. 하루빨리 이러한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