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의 역사가 다시 쓰여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재판서 실형을 면했다. 삼성은 자리를 비웠던 수장의 복귀로 미뤄뒀던 계획에 속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 국내 경기에 훈풍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세간의 눈길이 모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2심 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는 석방됐다.

1년 만에
집으로∼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계 1위 그룹을 이끄는 선장의 복귀로 경제 부문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에 따른 석방 소식 이후 “사법부가 법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이 석방됐으니 삼성에서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들이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환영의사를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그룹은 무역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그룹의 경쟁력은 제고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일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리아 취엔(Gloria Tsuen) 무디스 부사장 겸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복귀는 장기적인 전략기획과 CEO의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JY 복귀로 “다시 뛰자” 분위기 조성
미뤄뒀던 계획에 속도…성장동력 확보

이 부회장은 공식적인 경영에 나서기 전 당분간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7일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제2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예비 투자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투입되는 자금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
 

글로벌 반도체 수용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 반도체 제2생산라인 건설을 시작하는 내용이 안건이었다. 이날 경영위원회에는 권오현 회장, 윤부군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없으나 석방후 나온 첫 번째 투자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출근 언제부터
경영 복귀는?

평택 지역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택갑 지역구 국회의원인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원 의원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의 30조원 투자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어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도록 평택시민과 함께 응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과감한 행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리더들은 앞다투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주요 관심 기술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분류되는 사업군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면서 선굵은 M&A를 성사시켰다. 그가 삼성전자의 총수 역할에 나서면서 진행한 M&A는 14건에 달한다. 향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하만을 매입한 것도 이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복귀로 글로벌 M&A 시장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뤄뒀던 금융계열사 인사도 단행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지만 금융계열사는 제외됐다. 이 부회장의 복귀로 이들 계열사 CEO 인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8일, 삼성증권은 9일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CEO 인선에 착수했다. 삼성생명 등 4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개최됨에 따라 인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로 일반 시민의 접근이 어려웠던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5000원이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분할하겠다는 것.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50대1 비율로 가격이 낮아진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은 200만원이 넘어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번 결정으로 주주친화적 기업이라는 평가와 국민주로서의 전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주식 거래는 오는 5월부터 가능하다.


사회적인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평창올림픽 공식파트너사로 나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개관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과 강릉에 위치한 올림픽 파크와 올림픽 선수촌,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 인천공항 등에 9개의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운영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평창 파트너
국가에 이바지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상현실, IoT 등 기술을 집약한 체험 공간에서 삼성의 브랜드 정신인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강릉 올림픽 파크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는 3069평방미터 규모로,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과 가상현실 플랫폼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올림픽 파크 내 쇼케이스는 ▲갤럭시 노트8과 기어 VR로 다양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 체험존(Immersive VR Experience)’ ▲갤럭시 노트8로 나만의 셀피 사진을 꾸미고, UCC를 만들어 보는 ‘제품 체험존(Playful Experience)’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처음 출시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제품 역사와 갤럭시 디자인철학, 올림픽 후원의 역사를 살펴볼 수있는 ‘언박스 삼성(Unbox Samsung)’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 홈을 미리 체험해 보는 ‘스마트 홈(IoT)’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외에도 키즈 라운지, 고객 서비스존, 스페셜 이벤트 존 등 방문하는 선수단과 팬들이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이영희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써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혁신으로 전 세계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소통하고 특별한 경험을 누리도록 노력해왔다”며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된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험은 더욱 풍성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M&A 기대
투자·인사 단행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쇼케이스는 선수, 관계자,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 왔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삼성 올림픽 쇼케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행보는 언제 시작될까. 이 부회장은 석방 직후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문안을 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서 개최한 ‘24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에 참석 후 이 부회장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홍원표 삼성에스디에스 사장(대표) 역시 대답이 없었다. 

노희찬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역시 말을 아꼈다.

다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마친 후 만난 기자들의 ‘이 부회장이 평창에 가느냐’는 질문에 끝내 답하지 않았지만 “허허”라고 웃으며 가능성을 높였다. 

삼성 80주년을 계기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내달 22일은 삼성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상회(삼성물산)’ 사업을 시작한 지 80년이 되는 날이다.

지역경제 훈풍
국가 살림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를 좌우하는 삼성그룹의 실질적이 총수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었다”며 “이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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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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