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노래방 꽃뱀 주의보 천태만상

도우미와 하룻밤 다음날 피의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가정, 학교, 직장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게 이른바 꽃뱀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요시사>가 꽃뱀 관련 사건들을 추적해봤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로 안태근 법무부 소속 검사가 지목됐고 사건 장소에 법무부장관이 동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검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들은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사까지?
성폭력 만연

그럼에도 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성폭력 범죄는 최근 SNS 발달 등으로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론화 하는 데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저하지 않는 모양새다. 

성폭력 범죄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피해자에 공감하고 나아가 예방과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서 검사 관련 글을 올렸다. 그는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님이 겪은 일들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이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서 그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내 앞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Me First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성폭력 범죄 상황을 꾸며내거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 합의금이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고죄 발생 건수는 모두 3617건으로 2012년 2734건보다 1000여건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무고죄의 40%가량이 성범죄 관련이다.

지난해 8월 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전북 무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직위해제 상태로 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처음 신고한 학생이 거짓말이라고 털어 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학부모까지 나서 교사를 처벌하지 말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인권센터는 성희롱과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추행 교사로 낙인찍힌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행법상 무고죄는 최대 법정형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 수준의 처벌을 받는 중범죄지만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허위 신고를 당한 사람은 성추행범, 성폭행범 등으로 알려져서 사회적 타살 위기에 처한다. 2016년 10월 한 SNS 이용자는 시인 박진성씨가 2015년 미성년자인 자신을 성희롱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때라 해당 글은 빠르게 확산됐다.

성폭력 사건 공론화↑
사회적 인식 변화 중

최초로 문제가 제기된 후 1년 가까이 지속된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박씨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하면서 마무리됐다. 박씨는 자신을 허위로 고소한 두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는데, 각각 기소유예와 벌금 처분을 받았다. 

“사회적 생명이 끊겼다”고 토로한 박씨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가족에게 발견돼 의식을 회복했다.

지난해 무고로 기소된 2105명 가운데 109명만 구속됐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무고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아님 말고’ 식의 고소를 양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금전 등의 이유로 일단 신고하고 보자는 식의 행위가 늘고 있는 것.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형사 사법질서를 왜곡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사력 낭비와 재판을 방해한 거짓말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이 과정서 40대 노래방 도우미 A씨가 합의금을 받기 위해 손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A씨는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손님으로 만난 남성 B씨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가진 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만, 이후 A씨는 전화와 문자 등으로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 B씨는 1000만원을 건넸고, A씨는 남은 10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가 범행 사실이 들통 났다.

지난 2013년 대전에서는 손님과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후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협박한 노래방 도우미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노래방 도우미는 성관계 이후 “네가 나를 강간했지? 네 가정부터 모든 것이 파탄난다”며 돈을 요구해 1150만원을 챙겼다. 

그러다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 강간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만난 손님을 상대로 혼인 빙자 사기를 쳐 거액을 뜯어낸 일도 있다. 충북 음성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심모씨는 손님으로 찾아온 이모씨에게 접근해 사채를 갚아주면 같이 살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는 심씨의 꾐에 빠져 모든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 범행 대상에게 돈을 뜯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중년 교사들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간통이나 성폭행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사기단도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공범으로 활동했다. 

최모씨는 2014년 5월 김모씨에게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와 성관계를 맺도록 만들고는 남편 행세하며 협박해 1억10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전남 인근 한 고등학교 교감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1억원을 갈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무고죄 처벌
초범은 약해

30대 재력가를 유혹한 후 성폭행 당했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내려한 남녀 사기단도 있었다. 바람잡이, 꽃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이들은 피해 남성이 꽃뱀 역할을 맡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맺으려 하자 경찰에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기단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 3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종용했지만 피해자가 결백을 주장하며 거절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초등학교 동창을 상대로 꽃뱀을 붙여 돈을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고향 친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꽃뱀 여성을 소개한 후 돈을 뜯은 혐의로 박모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총책, 꽃뱀 등으로 일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 일행은 노래방으로 고향 친구를 불러내 꽃뱀 역할을 맡은 김씨와 단둘이 있게 만든 후 “왜 강간하느냐”고 협박해 17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았다.

지인을 이성과 합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후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협박해 돈을 가로챈 범행도 발각됐다. 주범이 꽃뱀 역할을 할 여성을 섭외하는 등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각각 임무를 부여하는 식이다. 

송년회 등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주범은 범행 대상과 술을 마시면서 미리 섭외한 꽃뱀 역할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합석을 권유한다.

이후 노래방으로 유인해 범행 대상에게 만취할 때까지 술을 권한 후 꽃뱀 역할의 여성만 두고 자리를 피하는 수법이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면 꽃뱀 역할의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연기하고, 공범들은 만취한 피해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추궁하며 협박했다. 

공범들은 꽃뱀 역할의 여성을 귀가 시킨 후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석만남을 통해 만난 남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일방적으로 고가의 술을 주문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여성 섭외해
지인까지 농락

예를 들어 한 남자는 맥주 한두 잔을 비우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 두 곳의 술집서 나온 술값 370만원을 결제해야 했다. 카드 한도가 넘어서면 이른바 ‘어깨’들이 나타나 은행서 돈을 찾아오도록 협박했다.

꽃뱀 여성들은 대부분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왔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범행에 가담했다. 나이트클럽 등에서 만난 남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 더 하자’는 말로 꼬드겨 술집으로 유인하고 술값 바가지를 씌웠다. 

술집 점주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의사나 판사 등은 데려오지 말라고 사전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과거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꽃뱀은 이제 집회 등 생소한 장소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노래방 등의 원래 활동 장소로 유인해 돈을 갈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보수단체의 집회가 활발했던 무렵 그들의 단체채팅방에는 이른바 ‘꽃뱀주의보’가 내려졌다. 집회에 참석한 노인들을 상대로 “술 한 잔 하자”며 접근한 뒤 노래방 등에 데려가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부끄러움에 관련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집회가 열리기 전날 관련 내용을 공지하는 단체채팅방을 통해 만남 장소와 시간을 결정한다. “내일 대한문에서 봐요, 커피 한 잔 해요” 등의 방식이다. 

현장 만남이 성사되면 개인 채팅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날 실제 만남이 이뤄진다. 보통 팀을 구성해 움직이는 꽃뱀 사기단은 만남 장소서 술판을 벌인다. 피해자가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사기단은 “노래나 부르자”며 노래방으로 이끈다.

합의 하에 했는데
“당했다” 돈 뜯어내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때부터 사기단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때 꽃뱀들은 피해자가 두고 간 금반지, 시계 등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피해자가 노래방으로 다시 돌아오면 점주는 술값을 요구한다. 술값은 보통 술집서 받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모든 일처리가 끝나면 사기단은 단체채팅방과 개인채팅방서 모두 자취를 감춘다. 노인들은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한다. 사기단은 여러 개의 집회 단체채팅방을 드나들며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꽃뱀 범죄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젊은 재력가, 중년 사업가 등 돈이 많은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수법도 진화 중이다. 

꽃뱀들은 낮 시간대 공원 등에 혼자 앉아있는 노인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말동무로 시작하지만 상대가 관심을 보이는 등 호감을 나타내면 성매매를 하자고 유인한다. 돈은 10만∼15만원가량 요구한다.

범행 대상이 꽃뱀의 요청에 응하면 집으로 이동한다. 꽃뱀은 먼저 돈을 받고 담배를 사오겠다고 둘러댄 후 그대로 도망간다. 심지어 노인들에게 같이 살자고 접근한 후 급전이 필요하다고 돈을 뜯어낸 후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평소 다른 사람과 별다른 교류가 없던 노인들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들에게 선뜻 큰돈을 내어준 것.

2015년에는 충북 보은서 다방을 운영하던 한 여성이 단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관계를 갖고 운영자금 등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피해자들이 경작한 농산물을 비싼 값으로 팔아주겠다며 가로채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노인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 환심을 사거나 스킨십을 하면서 자신을 믿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에는 치매노인을 꾀어 혼인신고까지 한 뒤 9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리고 이혼한 꽃뱀이 구속돼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던 80대 노인에게 이모씨는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했다. 

신뢰를 쌓아가던 이씨는 형제들과 상속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도와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흘린다. 이씨를 철석같이 믿은 노인은 재혼은 물론 재산처분권까지 맡겨 버렸다.

철썩 믿은 노인
전 재산 털려

심지어 “모든 재산을 이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까지 만들도록 했다. 이 과정서 이씨는 노인이 자신을 더욱 믿도록 혼인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씨는 가로챈 돈을 가지고 동거남 등과 함께 호화롭게 지냈다. 

혼인관계를 지속하면 재산상 손해가 난다는 말로 이혼을 제안해 법적 관계도 정리했다. 그 사이 노인의 모든 재산은 처분됐다. 노인의 자녀들은 미국에 있어 이씨에 대해 이렇다 할 제지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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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