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노래방 꽃뱀 주의보 천태만상

도우미와 하룻밤 다음날 피의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가정, 학교, 직장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게 이른바 꽃뱀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요시사>가 꽃뱀 관련 사건들을 추적해봤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로 안태근 법무부 소속 검사가 지목됐고 사건 장소에 법무부장관이 동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검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들은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사까지?
성폭력 만연

그럼에도 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성폭력 범죄는 최근 SNS 발달 등으로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론화 하는 데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저하지 않는 모양새다. 

성폭력 범죄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피해자에 공감하고 나아가 예방과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서 검사 관련 글을 올렸다. 그는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님이 겪은 일들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이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서 그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내 앞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Me First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성폭력 범죄 상황을 꾸며내거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 합의금이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고죄 발생 건수는 모두 3617건으로 2012년 2734건보다 1000여건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무고죄의 40%가량이 성범죄 관련이다.

지난해 8월 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전북 무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직위해제 상태로 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처음 신고한 학생이 거짓말이라고 털어 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학부모까지 나서 교사를 처벌하지 말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인권센터는 성희롱과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추행 교사로 낙인찍힌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행법상 무고죄는 최대 법정형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 수준의 처벌을 받는 중범죄지만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허위 신고를 당한 사람은 성추행범, 성폭행범 등으로 알려져서 사회적 타살 위기에 처한다. 2016년 10월 한 SNS 이용자는 시인 박진성씨가 2015년 미성년자인 자신을 성희롱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때라 해당 글은 빠르게 확산됐다.

성폭력 사건 공론화↑
사회적 인식 변화 중

최초로 문제가 제기된 후 1년 가까이 지속된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박씨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하면서 마무리됐다. 박씨는 자신을 허위로 고소한 두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는데, 각각 기소유예와 벌금 처분을 받았다. 

“사회적 생명이 끊겼다”고 토로한 박씨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가족에게 발견돼 의식을 회복했다.

지난해 무고로 기소된 2105명 가운데 109명만 구속됐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무고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아님 말고’ 식의 고소를 양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금전 등의 이유로 일단 신고하고 보자는 식의 행위가 늘고 있는 것.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형사 사법질서를 왜곡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사력 낭비와 재판을 방해한 거짓말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이 과정서 40대 노래방 도우미 A씨가 합의금을 받기 위해 손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A씨는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손님으로 만난 남성 B씨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가진 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만, 이후 A씨는 전화와 문자 등으로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 B씨는 1000만원을 건넸고, A씨는 남은 10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가 범행 사실이 들통 났다.

지난 2013년 대전에서는 손님과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후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협박한 노래방 도우미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노래방 도우미는 성관계 이후 “네가 나를 강간했지? 네 가정부터 모든 것이 파탄난다”며 돈을 요구해 1150만원을 챙겼다. 

그러다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 강간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만난 손님을 상대로 혼인 빙자 사기를 쳐 거액을 뜯어낸 일도 있다. 충북 음성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심모씨는 손님으로 찾아온 이모씨에게 접근해 사채를 갚아주면 같이 살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는 심씨의 꾐에 빠져 모든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 범행 대상에게 돈을 뜯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중년 교사들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간통이나 성폭행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사기단도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공범으로 활동했다. 

최모씨는 2014년 5월 김모씨에게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와 성관계를 맺도록 만들고는 남편 행세하며 협박해 1억10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전남 인근 한 고등학교 교감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1억원을 갈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무고죄 처벌
초범은 약해

30대 재력가를 유혹한 후 성폭행 당했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내려한 남녀 사기단도 있었다. 바람잡이, 꽃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이들은 피해 남성이 꽃뱀 역할을 맡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맺으려 하자 경찰에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기단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 3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종용했지만 피해자가 결백을 주장하며 거절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초등학교 동창을 상대로 꽃뱀을 붙여 돈을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고향 친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꽃뱀 여성을 소개한 후 돈을 뜯은 혐의로 박모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총책, 꽃뱀 등으로 일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 일행은 노래방으로 고향 친구를 불러내 꽃뱀 역할을 맡은 김씨와 단둘이 있게 만든 후 “왜 강간하느냐”고 협박해 17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았다.

지인을 이성과 합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후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협박해 돈을 가로챈 범행도 발각됐다. 주범이 꽃뱀 역할을 할 여성을 섭외하는 등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각각 임무를 부여하는 식이다. 

송년회 등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주범은 범행 대상과 술을 마시면서 미리 섭외한 꽃뱀 역할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합석을 권유한다.

이후 노래방으로 유인해 범행 대상에게 만취할 때까지 술을 권한 후 꽃뱀 역할의 여성만 두고 자리를 피하는 수법이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면 꽃뱀 역할의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연기하고, 공범들은 만취한 피해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추궁하며 협박했다. 

공범들은 꽃뱀 역할의 여성을 귀가 시킨 후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석만남을 통해 만난 남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일방적으로 고가의 술을 주문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여성 섭외해
지인까지 농락

예를 들어 한 남자는 맥주 한두 잔을 비우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 두 곳의 술집서 나온 술값 370만원을 결제해야 했다. 카드 한도가 넘어서면 이른바 ‘어깨’들이 나타나 은행서 돈을 찾아오도록 협박했다.

꽃뱀 여성들은 대부분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왔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범행에 가담했다. 나이트클럽 등에서 만난 남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 더 하자’는 말로 꼬드겨 술집으로 유인하고 술값 바가지를 씌웠다. 

술집 점주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의사나 판사 등은 데려오지 말라고 사전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과거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꽃뱀은 이제 집회 등 생소한 장소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노래방 등의 원래 활동 장소로 유인해 돈을 갈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보수단체의 집회가 활발했던 무렵 그들의 단체채팅방에는 이른바 ‘꽃뱀주의보’가 내려졌다. 집회에 참석한 노인들을 상대로 “술 한 잔 하자”며 접근한 뒤 노래방 등에 데려가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부끄러움에 관련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집회가 열리기 전날 관련 내용을 공지하는 단체채팅방을 통해 만남 장소와 시간을 결정한다. “내일 대한문에서 봐요, 커피 한 잔 해요” 등의 방식이다. 

현장 만남이 성사되면 개인 채팅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날 실제 만남이 이뤄진다. 보통 팀을 구성해 움직이는 꽃뱀 사기단은 만남 장소서 술판을 벌인다. 피해자가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사기단은 “노래나 부르자”며 노래방으로 이끈다.

합의 하에 했는데
“당했다” 돈 뜯어내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때부터 사기단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때 꽃뱀들은 피해자가 두고 간 금반지, 시계 등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피해자가 노래방으로 다시 돌아오면 점주는 술값을 요구한다. 술값은 보통 술집서 받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모든 일처리가 끝나면 사기단은 단체채팅방과 개인채팅방서 모두 자취를 감춘다. 노인들은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한다. 사기단은 여러 개의 집회 단체채팅방을 드나들며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꽃뱀 범죄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젊은 재력가, 중년 사업가 등 돈이 많은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수법도 진화 중이다. 

꽃뱀들은 낮 시간대 공원 등에 혼자 앉아있는 노인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말동무로 시작하지만 상대가 관심을 보이는 등 호감을 나타내면 성매매를 하자고 유인한다. 돈은 10만∼15만원가량 요구한다.

범행 대상이 꽃뱀의 요청에 응하면 집으로 이동한다. 꽃뱀은 먼저 돈을 받고 담배를 사오겠다고 둘러댄 후 그대로 도망간다. 심지어 노인들에게 같이 살자고 접근한 후 급전이 필요하다고 돈을 뜯어낸 후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평소 다른 사람과 별다른 교류가 없던 노인들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들에게 선뜻 큰돈을 내어준 것.

2015년에는 충북 보은서 다방을 운영하던 한 여성이 단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관계를 갖고 운영자금 등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피해자들이 경작한 농산물을 비싼 값으로 팔아주겠다며 가로채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노인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 환심을 사거나 스킨십을 하면서 자신을 믿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에는 치매노인을 꾀어 혼인신고까지 한 뒤 9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리고 이혼한 꽃뱀이 구속돼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던 80대 노인에게 이모씨는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했다. 

신뢰를 쌓아가던 이씨는 형제들과 상속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도와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흘린다. 이씨를 철석같이 믿은 노인은 재혼은 물론 재산처분권까지 맡겨 버렸다.

철썩 믿은 노인
전 재산 털려

심지어 “모든 재산을 이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까지 만들도록 했다. 이 과정서 이씨는 노인이 자신을 더욱 믿도록 혼인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씨는 가로챈 돈을 가지고 동거남 등과 함께 호화롭게 지냈다. 

혼인관계를 지속하면 재산상 손해가 난다는 말로 이혼을 제안해 법적 관계도 정리했다. 그 사이 노인의 모든 재산은 처분됐다. 노인의 자녀들은 미국에 있어 이씨에 대해 이렇다 할 제지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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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