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권력서열’ 경찰대 vs 비경찰대 파워게임

어차피 라인은 정해져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대 출신들이 재약진 하고 있다.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간부후보생 출신인 이철성 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찰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찰대 출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대-비경찰대 사이에 권력싸움 분위기가 형성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치안감 이상 34명 중 경찰대 출신은 19명(55.8%)으로 과반이다. 이 중 이철성 경찰청장을 제외하면 경찰대 출신 비중은 57.5%로 더 높아진다. 경찰 내 세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감으로만 살펴보면 전체 27명 중 16명(59.2%)으로 역대 가장 많은 경찰대 출신이 치안감에 포진하고 있다. 

이 청장에 주춤
새 정부에 약진

치안감 중 경찰대 출신은 2013년 27명 중 9명(33.3%)에 불과했지만 2014년 26명 중 12명(46.2%), 2015년 27명 중 14명(51.9%), 2016년 26명 중 13명(50.0%)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였던 2014년과 2015년은 경찰대(2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청장에 오른 강신명 전 청장(2014년 8월~2016년 8월) 재임 시기였다.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높아지면서 비경찰대 출신과의 반목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대 출신이 과도하게 주요 고위직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경찰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이 처음으로 치안감에 승진하기 시작하던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에 시기상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고위 간부직은 대체로 순경으로 임관한 경찰관들보다 승진 연한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모두 경위 임관), 그리고 고시 특채(경정 임관) 등으로 이뤄진다. 고위직 대부분이 이들 출신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비중이 갑자기 높아지면 간부후보 출신 등 비경찰대 출신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대 출신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줄서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경찰청장은 2016년 강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 내정됐을 당시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경찰대 출신 상위직 편중 우려를 감안해 2012년 마련된 경찰대학 운영개선 방안을 지속 추진하고 경찰대 출신들이 전문역량을 갖추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대 출신 편중 인사 논란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비경찰대 출신 경찰관은 “이 청장 취임 이후 경찰대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비판적 시각이 많이 있다 보니 자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대 출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문재인정부 첫 경찰 고위직 인사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역할을 했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경찰대 1기)이 경무관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치안감 이상 경대 출신 과반…역대 최다
차기 청장도 유력하다? 요직 독식 우려


또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이은 경찰 내 서열 2위로, 여섯 자리뿐인 치안정감의 절반을 다시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경찰대 1기인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0년 경찰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태극무궁화 세 개를 단 이후 경찰대 출신 치안정감은 대체로 2명을 유지했다. 

2014년 말 치안정감 자리가 5개서 6개로 늘어나며 세 명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2016년 12월 박근혜정부 시절 마지막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는 경찰대 출신 2명, 간부 후보 출신 2명, 고시 특채 출신 2명으로 균형을 이뤘다. 

지난해 12월 고위직 인사서도 경찰대 출신의 강세는 지속됐다. 경찰대 4기인 민갑룡 치안감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경찰청 차장으로 임명됐다. 경찰대 1기인 이주민 치안정감은 인천경찰청장서 서울경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대 2기인 이기창 치안정감은 경기남부경찰청장 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간부 후보 출신 치안정감은 박진우(37기) 경찰대학장, 조현배(35기) 부산경찰청장 두 명이며, 나머지 1명은 특채 출신 박운대 인천경찰청장이다. 
 

특히 경찰청장으로 향하는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경찰대 출신들이 바통 터치해 경찰대 출신들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비판론 고개
폐지 주장도

경찰대 출신이 다시 급부상 하자 내부에서는 경찰대 비판론이 또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9월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대 출신의 경우 졸업과 동시에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경위로 입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경찰관은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 출신도 순경 공채 시험에 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경찰대 출신은 무언가 다른 엘리트’라는 생각을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대학 폐지 논의는 몇 차례 나온 바 있다. 1999년 6월, 2003년 1월에 경찰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경찰대 폐지론이 나왔다. 2003년에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서 경찰대학 폐지방안이 담긴 ‘경찰대학 운영의 개선방안’ 정책연구 보고서가 제출됐다. 

2007년에는 ‘경찰대학 설치법 폐지’ 법안이 발의됐으며 특히 2011년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서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이 완강히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경찰대 폐지는 숱한 논란을 거쳤지만 진행되지 않았으며 2015년부터 학생 정원을 기존 120명서 100명으로 감축 선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경찰대학은 순경 입직자의 90%가 대학졸업 이상의 학력이고 경찰대학 설립 당시와 달리 전국의 35개 대학서 경찰관련 학과가 설치됐다고 밝히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경찰대학의 설립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 


이종걸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서 경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견제차원서 경찰대 폐지라는 옵션을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검찰, 경찰이 자기조직의 권한 강화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들이 적폐 해소를 위한 자기개혁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대학 폐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에 비해 일반대학의 경찰관련 학과가 많이 설치됐지만 일반대학이 경찰대학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폐지 반대 측의 주장이다. 

역설적으로 경찰대 폐지가 경찰 내부의 다양한 인적구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입법조사처는 폐지라는 최종적 카드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경찰대를 존속시키면서 정원 감축, 임용 직급 하향 조정, 경찰대학의 기능을 특화하는 존속방안에 대한 검토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묵은 갈등과 반목을 털어내고 다양한 입직 경로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사법고시라는 하나의 관문으로 들어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보다 더 개방적이고 투명한 조직이라는 강점이 있다”며 “서로 파벌을 형성해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 같은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찰 조직으로서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나섰다
견제장치 제시

지난 14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은 경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경찰대학교 중심의 경찰 고위간부 충원시스템 개혁안 등 경찰 견제장치도 함께 제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수사권 조정 후 특정 그룹이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경찰대가 만들어지던 때의 경찰행정학과는 동국대 정도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전국 수십개 대학에 경찰행정학과가 있다”며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조치해 경찰대 순혈주의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부서 폐지론 솔솔…반론도 거세
청와대 제시 간부충원 개혁안 주목

청와대는 이밖에도 경찰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대통령-행정안전부장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의 국가경찰서 자치경찰을 분리해 경찰의 몸집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도에 한정해 시행하던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더 많은 권한이 자치경찰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시도지사 산하에 신설되는 자치경찰은 지역 치안·경비·정보 활동과 함께,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 일부 사건에 대한 수사도 담당하게 된다. 

조 수석은 이날 브리핑서 “지난 2013년에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 따라 자치경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법부의 요구를 받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고자 한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분리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권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내부적으로 분리해 행정직에 근무하는 고위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서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됨에 따라 국정원 소속 대공수사 담당자들의 소속도 경찰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서 훈련된 대공수사 인력이 경찰로 가 기존의 경찰 인력과 합해지는 것”이라며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것으로 대공수사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새로 만들어질 조직구성은 경찰과 국정원이 합의해야 하고, 공무원의 이동과 직급 부여 문제라 행정안전부도 관여한다”며 “조직 이름을 어떻게 하고 (인원이)얼마나 이동해서 어떤 직급과 계급을 줄지는 향후 정부부처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신 상관 없다”
시너지 효과는?

김진표 경찰청 대변인은 “경찰의 다양한 입직 경로가 경찰 조직의 건강한 조직 운영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며 “경찰 업무의 다양성에 비춰 볼 때 서로가 가진 장점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경찰대 출신이든 비경찰대 출신이든 결국 하나의 경찰”이라면서 “최근에는 입직 경로와 상관없이 각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