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자살자 마음을 읽는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

망자의 심리부검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자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떠난 사람은 물론 남겨진 사람 역시 그 굴레에 갇힌다. OECD 국가 중 독보적으로 높은 자살률 수치에는 민감하지만 이면의 이야기에는 귀를 닫는다.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감춰진 이야기에 주목하는 작업이다. <일요시사>가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과 나은진 부센터장을 만나 심리부검에 대해 들어봤다.
 

문재인정부는 자살예방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다.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2020년까지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을 20명으로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과를 신설하는 등 정책적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치솟은 자살률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1만3000여명, 이보다 더 많을 땐 1만500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 시도자는 실제 자살 사망자의 20배가량인 20만명에 달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수십만 명이 가족의 자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자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통사고나 질환 등으로 사망한 경우는 죽음에 분명한 원인이 드러난다”며 “그러나 자살은 그 원인이 모호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인정하기 어렵다. 다른 어떤 죽음보다 가족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이하 심리부검센터)는 2014년 4월 자살자의 사망원인 분석과 유가족의 심리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설립했다. 


전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부검은 사망자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진행한다. 그와 비슷하게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성장 배경, 자살 직전의 어떤 변화 등을 재구성해 원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부동의 1위
정부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심각

이 과정서 자살 사망자에 대한 유족의 기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자살 사망자의 전체 삶을 반추하며 어떤 지점서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무엇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의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리부검은 자살한 지 3개월이 지났고 3년이 안 된 사망자의 유족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나은진 부센터장은 “자살로 사망한 지 3개월이 안 된 경우, 유족의 슬픔이 큰 시기라 감정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 또 3년이 지났을 때는 유족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아 기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심리부검센터는 정신보건센터 또는 병원서 의뢰 받거나 경찰서를 통해 유족을 연계 받는다. 방송 보도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족이 직접 센터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 

최대 2명까지 심리부검이 가능한데, 1명은 반드시 자살 사망자와 가까웠던 사람이어야 한다. 면담은 유족이 원하는 곳에서 이뤄진다. 심리부검센터, 유족의 자택, 정신보건센터 등 유족과 조율해 장소와 일정이 정해지면 2명의 면담원이 그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2∼3시간 동안 한국형 심리부검 도구인 K-PAC(Korea-Psychological Autopsy Checklist)을 이용해 면담을 나눈다. 이때 자살 사망자의 성장배경이나 가족관계, 죽음에 이를 만한 스트레스 요인 등에 대해 유족에게 묻는다.

전 센터장은 “면담서 얻은 데이터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연구 도구로 활용한다. 1년 단위로 데이터를 모아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은 총 446명. 

심리부검에 대한 유족들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6점 정도다.

그들은 “면담 이후 남은 나에 대한 생각이 들고 자녀와 다른 주변 사람이 보이게 됐다” “고인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왜 그랬을까’에 대한 생각을 조금 떨치게 됐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가까운 유족 대상으로 면담
원인 밝혀 국가 정책에 반영

나 부센터장은 “자살 사망자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유족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심리부검 이후 더 힘들어하는 분도 간혹 있다”며 “그래서 면담 이후 유족들을 정신보건센터로 연계해 계속 관리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심리부검의 효과는 핀란드의 사례서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핀란드는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가 30.2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핀란드는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부검을 사용했다. 1987년 4월부터 1989년 3월까지 1년 간 자살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그 유족들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한 것.

당시 자살자 수는 1397명이었고, 이들의 유족 중 83%가 심리부검에 응했다. 5년여에 걸친 심리부검 데이터를 토대로 핀란드는 정책을 마련했고, 그 결과 2011년 핀란드의 자살률은 16.4명으로 감소했다. 

나 부센터장은 “우리나라가 핀란드의 사례처럼 되려면 일단 심리부검센터를 찾는 유족들이 늘어나야 한다”며 “최소한 자살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이런 기관(심리부검센터)이 있고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채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숫자의 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특정 4개 지역 경찰서와 연계해 자살 사망자의 유족에게 위로패키지를 전달하고 있다.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면 변사 사건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경찰은 조서를 꾸미도록 돼있다. 


그 과정서 경찰은 반드시 유족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심리부검센터를 소개하거나 정보 제공 여부에 대해 묻는 게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 센터장은 “자살률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매우 많다. 자살을 택하기까지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고 또 남겨진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까”라며 “그동안은 그런 문제를 개인사로 치부했고 가족끼리 처리하라고 등 떠밀었다”고 전했다. 
 

이어 “자살 사망자들은 대부분 본인이 원해서 자살한 게 아니다. 우울증이나 술,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상 상태였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자살의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몸에 암세포 같은 덩어리가 있다고 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정신적인 문제로 자살을 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나 국가적으로 인색한 면이 있다”며 “수치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관심을 갖는 게 장기적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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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