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2011 국감’ 기업인 블랙리스트

두달이나 남았는데…벌써부터 ‘후들후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2011년도 국정감사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 열릴 국감을 앞두고 재계는 벌써부터 ‘긴장 모드’다. 누가 불려갈지 몰라서다. 코앞에 닥친 국감 증인으로 기업인들이 대거 채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총수 호출’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는 누가 얼굴을 붉힐까.

“누가 불려갈까” 10월 앞두고 재계 ‘긴장 모드’
정보 가동 여의도 탐색…도피수법 총동원 태세

10월만 되면 재계는 잔뜩 긴장한다. 국정감사 때문이다. 해마다 단골 표적이 됐던 재계는 올해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야는 MB정부 들어 어려운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해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국감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정치권에 이명박 대통령도 중소기업 상생, 서민경제 등에 초점을 맞춰 ‘대기업 때리기’에 나선 마당에 눈치 볼 것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재계도 이를 감지한 듯 벌써부터 분주하다. ‘국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안테나를 여의도에 맞추는 등 정보력을 총동원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총수 호출’ 초미 관심

그렇다면 국감 증인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기업인들은 누가 있을까. 우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거론된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 출석을 요구하자 해외출장 명목으로 도피성 외유를 떠나 귀국하지 않고 있다. 당초 해외출장은 15일간이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조 회장의 기약 없는 해외행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조 회장을 반드시 여의도로 불러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조 회장에 대해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해 별도의 청문회가 아니더라도 국감까지 한진중공업 이슈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불편한 관계인 재계 인사는 또 있다. 바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이다. 허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정치권에 쓴소리를 퍼부었다. 정치권의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논의 등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가세해 정치권을 연일 공격했다.

재계 대표들이 반기를 들자 정치권은 발끈했다. 여야는 즉각 수장 3인방을 여의도로 호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6월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청회’에 허 회장과 손경식 회장, 이희범 회장을 불렀으나 모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여야는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하지 않은 공청회를 청문회로 격상하고, 또 다시 출석을 거부하면 국감장에 세우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차기 확고한 기반을 만드는 데는 정치·사회적 이슈 양성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더구나 이번 국감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굵직한 치적을 만들기 위해 ‘폭로전’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꼭 증인 출석이 아니더라도 지난 한해 동안 미스터리로 남은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기업인들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야당 모 의원은 ‘A그룹 스폰서’ 의혹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A그룹이 정치권 인사의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으로, 접대 계산서 등 장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정치권 인사가 A그룹이 받고 있던 검찰의 비리 내사에 압력을 넣어 사건을 축소했다는 정보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채 의혹을 걸고 넘어갈 태세다. B그룹과 C그룹은 고위공직자의 아들과 친인척을 채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그룹의 경우 중소기업들의 탄원이 국회에 수북이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은 말로는 상생협력을 외치지만 구호에 뿐이며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D그룹은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CEO급 기업인들이 국감 증인으로 대거 신청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과 관련해 정유사 대표들이 국감장에 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기업인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증인석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저런 사유로 불출석할 게 뻔 하다는 관측이다. 기업들도 이미 준비태세를 갖춘 모양새. 해외출장 또는 건강상의 사유 ‘시나리오’를 벌써 짠 곳도 있다. 이는 기업인들이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해 이용했던 전형적인 수법들이다.

폭로전’ 가능성도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안 나가면 그만. 법적 조치가 약해서다. 국감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고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설사 검찰에 고발되더라도 대부분 멀쩡했다. 지금까지 국회가 고발한 불출석 증인 중 징역형에 처해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부분 무혐의, 기소중지, 기소유예 등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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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