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대입 체육특기생> 유형별 합격자 분석

  • 유준호 기자 jayscope@naver.com
  • 등록 2017.12.04 10:53:05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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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비리 후 모든 게 바뀌었다!

<한국스포츠통신>은 예체능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예실련)과 공동으로 예능과 체육 분야의 각종 사회적 문제점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다. 예실련은 국정 농단의 빌미가 되었던 최순실,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와 체육계의 농단을 기점으로 현재 초중고 등 각급 학교서 예능 전공과 체육특기생으로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발족된 순수 시민단체다.
 

최근 수년 동안에 걸쳐 대학 입학의 수시모집 전형이 끝날 무렵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야구와 축구 등 체육특기생 자격을 가지고 있는 학생선수들의 대학입학 전형에 있어 수험생인 학생선수들은 물론, 학부모들과 해당 학교의 지도자, 진학 지도 교사 등의 모든 관련자들이 수시모집 전형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발표된 이후에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겪으며 불만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체육특기생들을 포함한 일반적인 대학입시 전형방법은 크게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누어진다. 수능 점수로만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모집과는 달리 수시모집은 여러 가지의 전형방법과 항목으로 분류돼있으며 이것은 다시 학교별로도 여러 가지의 자격과 그 자격을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 등이 구분돼있다.

연세대 경우
5등급 이내만

몇 가지 공통점 중의 하나는 많은 명문대학교들의 많은 모집 학과서 수시모집 시 수능 시험서의 과목별 최저등급제가 채택돼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시모집에 의해 대학의 진학을 원하고 있는 수험생들도 수시모집 기간 이후 실시하고 있는 대입 수능시험에 응시해야만 최종적인 당락의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같은 경우, 2016년 신입생들의 모집요강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구분된 가운데 수시모집은 다시 학생부 전형과 논술 전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수시모집의 학생부 전형이든 논술 전형이든 간에 학생들은 수능시험을 치른 후 국어와 영어, 수학과 사회 과목 등 4개 과목의 수능 등급 합계가 ‘5’ 이내에 들어야만 모집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필수 조건이 있다.
 

최소 한 과목서만 2등급을 받는다면 나머지 세 개 과목에서는 1등급의 점수를 수능 시험에서 내든지, 아니면 네 과목 모두 1등급을 받아야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등급 이상을 받은 학생들끼리만 다시 학생부 혹은 논술 성적으로 경쟁해 입학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능 시험 최저등급제는 SNS나 일부 여론서 명문대학교 수시모집이 강남을 비롯한 일부 경제력과 환경이 좋은 가정의 소위 ‘금수저’ 학생들만 입학시키는 제도라는 비판을 반박하는 대학들의 훌륭한 입학전형 필수 조건이다.

최저학력제
공부는 기본

모든 신입생 학생선수들을 모집하는 우리나라 대학교들의 체육특기생들의 입시전형에 있어 아직까지 수능시험의 최저 등급제까지 조건으로 하는 대학교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올해 중학교 3학년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년도 대입의 체육특기자 모집서 위에서 기술한 수능시험 최저학력제(최저등급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양교 총장들의 공동 발표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2개의 대학교서만 도입하겠다고 하는 입시전형의 조건이다. 하지만 국내 대학 교육을 선도해가는 학교들의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청사진이고 최근 학교 스포츠에 화두로 돼있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학생들의 양성’에 부합되는 방침이기에 시일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대학 입시 조건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시모집 끝나고 오히려 더 큰 혼란
학교별로 자격과 충족조건 등 달라


이렇게 다양한 대학입시의 환경과 조건 아래, 최근 체육특기생들의 대학 입시 시즌을 전후하여 직간접으로 관련돼있는 당사자들로부터 당혹과 불만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스포츠통신>은 이와 관련해 주요 대학들의 몇 가지 전형 요소와 입학 사정 절차, 체육특기생들인 학생선수들의 성적 조건, 그리고 그에 대한 문제점들에 관해 야구 종목의 예로 취재해봤다.

인원과 조건

2018년도 체육특기생들의 대입전형 중 야구의 예를 들어 보자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은 모집 요강서 선수별 포지션을 세분화해 적게는 7∼8명, 많게는 12∼13명 정도의 인원을 선발했다.

선발 인원은 정원에 관한 것이고 대학의 입학 정원은 관계 법규에 따른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모집 단계서부터 선수들의 포지션을 세분화한다는 것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해마다 입시 시즌이 되면 체육특기생 자격의 야구선수 수험생들에게 ‘경기실적서’라는 대입 시 구비서류를 발행하고 있다. 
 

경기실적서의 항목 중에는 포지션 항목이 있는데 해당 선수의 당해 연도 시즌 공식경기 중 가장 많이 맡아 보았던 포지션을 기준으로 명시가 된다.

문제는 주요 대학들이 포지션별로 모집인원에 차별을 두어 신입생들을 선발한다는 데 있다. 

거의 모든 주요 대학들은 투수 몇 명, 포수 몇 명, 내야수 몇 명, 외야수 몇 명 등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어떤 대학은 아예 우완 투수, 좌완 투수, 사이드 암, 언더핸드 등 투수의 투구 스타일까지 명시하고 있었고, 내야수 모집서도 ‘유격수’라고 하는 포지션을 명문화한 대학도 있었다.

모집 인원의 할당에서는 투수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외야수 같은 경우는 1∼2명을 선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선발 원칙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선수와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야구계 일선에 있는 지도자들의 의견이다.

첫째, 앞으로 야구선수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많은 선수들이 포지션의 선호도에 대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투수를 하면 대학 진학 기회의 문이 크기에 선수 자신의 신체조건과 재질, 플레이 스타일과는 별개로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이 될 것이고, 가장 진학의 문이 작은 외야수의 경우에는 선수와 학부모들이 거세게 기피하는 현상이 일선의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와 초등학교, 리틀야구 등, 유소년야구 팀에서부터 심화될 것이다.


둘째, 포지션 별로 세분화된 대입 형태는 또 다른 입시 비리와 부정입학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관계 법령으로 엄격하게 금지돼있는 ‘사전 스카우트’ 형태로 미리 입학할 선수를 정해 놓고, 그 선수의 포지션과 스타일에 끼워 맞추어 놓은 형태로 입시요강에 포지션이나 (투수의 경우) 투구 스타일을 명시했다는 논란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지난 6월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2018 시즌 신인 1차 지명서 삼성라이언즈에 선택된 한양대학교 투수 최채흥은 국내 야구계에 오랜만에 출현한 좌완의 거물급 투수다. 

훌륭한 신체조건(186cm/96kg)을 바탕으로 대학 재학 시절 1학년 때부터 팀의 주전 투수로 활약하며 대통령배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역이었으며, 아마 혹은 프로 팀의 선수들까지 조합한 각종 국가대표 팀에 언제나 선발돼 국제무대서 국내 야구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그러한 최채흥도 대구상원고 재학의 고교시절에는 투수가 아닌 1루수로 활약했으며 2014년 신입생 모집서도 내야수 자격으로 한양대학교에 선발, 입학했다. 

그가 본격적인 투수로서의 훈련을 하기 시작한 때는 대학 입학 후였고, 이는 당시 그의 재질을 파악했던 한양대학교 야구부의 김한근 전 감독의 혜안과 선수 본인의 의지로서 이뤄진 일이었다.

국내 축구계의 영원한 주장 혹은 최종 수비수, 리베로(축구서 일정한 포지션이 없이 경기 상황에 맞추어 스스로 포지션과 위치를 정하는 선수를 일컬음)이라고 불리는 홍명보 감독도 동북고등학교서 고려대학교로 진학했을 때 포지션은 중앙 센터백이 아닌 미드필더였다. 


대학 입학 후 미드필더로서는 피지컬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그를 본 감독이 축구의 통찰력과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그의 장점을 살려 중앙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전환했고, 그 이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명보가 재탄생했다.

이러한 예는 비단 야구와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와 배구, 핸드볼 등 단체 경기의 구기 종목서 얼마든지 예시가 가능한 훌륭한 선수들이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한다. 

체육특기생들을 대학입시서부터 포지션별로 세분화해 선발을 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입시비리로 점철됐던 국내 체육특기생들의 대학입시서, 그런 논란을 피해 가려는 대안일지도 모른다. 

전혀 자격이 안 되는 선수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도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서 본다면 포지션별 선발은 그 자체로 스포츠의 본질을 모르거나 아예 무시하는 관료 편의주의에 의한 탁상행정의 결과물이거나 아니면 또 다른 입시 비리와 부정입학의 새로운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 야구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전형-자기소개서

이번 2018년 체육특기생들의 대학입시 야구 종목서 수도권의 한 명문대학에 지원했던 올해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선수 한 명이 1차 서류전형서 탈락했다. 

그동안 청소년대표 출신이라는 것은 대학은 물론, 프로팀 선발에 있어서도 100% 합격을 보증해 주는 경력이기에 해당 선수와 부모는 큰 충격을 받았고 더구나 1차 서류 전형서의 탈락이라는 사실을 도대체 납득할 수 없어 해당 대학의 입학처에 탈락 원인을 문의했다.

비공식적인 경로로 겨우 받아냈던 답변은 1차 서류 전향의 구비서류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자소서)’의 내용 부실이었다. 대학 측의 입학처 직원의 비공식적인 답변이었기 때문에 정말 해당 선수의 탈락 원인이 자기소개서의 내용 부실이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사실이라면 모든 체육특기생들 또한 또 다른 시각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대개의 일반 수험생들은 입시 시즌이 되어 자소서를 작성할 때 담임교사나 자소서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지도와 도움을 얻어 완성시킨다. 그 와중에는 부모 혹은 친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자소서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완성시키는 학생들은 드물다. 더구나 체육특기생들의 경우에는 일반 학생들 보다 더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에 처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담임교사는 운동에만 매달리는 자기의 제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지도교사들 또한 체육특기생들에 관한 상담과 진로, 자소서의 작성에 전문적인 견해를 갖췄다고는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선수의 부모와 지도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동안 필드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 시키는 것에만 주력을 해 온 지도자들과 자식들의 경기 성적 향상에만 신경을 써왔던 부모들에게 입시전형 요소의 하나인 자소서의 작성이란 것은 생소하다 못해 전혀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항인 것이다.

일반 학생들도 아닌 체육특기생의 운동선수들을 그 선발에 있어 자기소개서 내용부터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한다면 현실을 전혀 도외시한 비상식적인 처사라 할 수 있다.

재수하는 특기생

2018년도 대입 체육특기생 중 작년도 6개 대학 팀으로 지원, 모두 탈락했던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 야구선수 한 명이 금년 서울의 명문대학교인 한양대학교에 야구 종목 체육특기생으로 합격했다.

2017년 대입 전형서도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 선수가 재수한 후 건국대학교 야구 종목의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이와 관련 <한국스포츠통신>과 예실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교육부의 대입제도과에 질의했으며 그에 대한 답변까지 얻어낸 바 있다.

▲(질의) 대학은 체육특기생을 선발 시 졸업자(재수생)를 제외하고 졸업예정자(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입시요강을 정하고 평가 기준을 제시해 선발해도 대학의 자율로 허용하는가.

▲(답변) 대학입시전형기본사항에서는 고교 졸업자의 경우에도 고교 재학기간의 경기 실적 등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자격 기준을 설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위의 질의와 답변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체육특기생들도 재수나 삼수를 통한 대학 진학이 많은 주요 대학서 가능하며 실제로 작년과 올해 한양대학교와 건국대학교서 재수를 통한 체육특기생의 합격자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러한 재수를 통한 체육특기생들의 대학 진학은 이제까지 오랜 기간 동안 국내 체육특기생들의 대입 과정서 암묵적이고 비밀리에 이루어져 왔던 사전 스카우트에 의한 대학 진학의 폐단이 적어도 재수생들이 진학하고 있는 대학들에서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야구 관계자 및 입학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고교 재학 시절의 경기 실적이 높거나 좋았던 체육특기자 중 대학 진학에 실패했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선수들은 재수를 통해 본인들이 희망하는 대학으로의 진학도 시도해봄직하다.

평가항목과 과정

해마다 대학입시가 종료되면 가장 많은 논란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입시 분야가 입학전형에 있어서 어떤 기준과 과정에 의해 어떤 경쟁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수능 점수나 학생 성적부에서의 내신등급처럼 공개되는 점수의 기준이 없는 체육특기생들과 학부모들, 소속 팀에서 입시 지도를 해준 지도자들과 담당 교사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8년도 대학입시서도 야구의 경우 야수로서 시즌 중 타율 4할 이상을 기록했던 많은 학생선수들이 대입 과정서 고배를 마셨다. 야구에서의 시즌 4할은 아무리 경기 수가 적은 고교야구라 할지라도 기록하기 어려운 성적이고 어쩌면 지원하는 대학서의 수치화된 경쟁 항목 중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록일 것이다.

운동 잘한다고
공부 잘한다고 
가는 거 아니다

어떤 이유로 4할을 기록한 많은 야구 종목 체육특기생들이 지원했던 대학들 모두에서 탈락했을까.

<한국스포츠통신>과 예실련은 대입 체육특기생들의 합격자 발표가 끝난 직후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교 중의 하나인 고려대학교의 ‘인재발굴단’을 방문, 고려대학교의 2018년도 체육특기자 전형에 대한 입학과정 중 평가 항목에 관한 자료를 열람했다.

인재발굴단은 해마다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입학전형을 전담하는 학내 부서다.

인재발굴단 관계자에 따르면 입학전형의 평가 항목과 그 기준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거의 해마다 변경되는 중이고 차기 연도 진학 희망자들에게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평가 항목의 세부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평가 항목의 가장 큰 변경 이유 중의 하나로, 해마다 정해 놓은 평가 항목과 규정 등을 피해가며 예상치 못한 편법 등을 통해 입학하는 체육특기자들의 사례가 교육부 등의 관련 부처에 보고되기 때문에 그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평가 항목의 잦은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인재발굴단서 제공한 2018년도 고려대학교 대입 과정의 체육특기생 평가 항목에 따르면 대략 10가지의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한 뒤 그 총합으로 지원자들의 성적을 파악한다.

주요한 항목으로 첫째, 전국대회서의 소속 팀 성적으로서 우승을 했던 팀에서 일정 경기 이상을 출장한 선수에겐 만점을 부여 받았다. 

둘째, 전국대회서 개인상을 수상한 선수 또한 만점을 부여 받았다. 셋째, 국가대표(혹은 청소년대표) 경력자들도 만점을 부여 받았다.

2018년도 체육특기생들의 대학 진학과 관련해 합격자 발표 이후 논란이 증폭되는 주요 부문을 알아봤다. 

<한국스포츠통신>과 예실련은 공동으로 현재 대학입시의 전 분야에 걸친 주요 사항들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있으며 본 기사와 관련한 후속 기사도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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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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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