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목줄 잡은 ‘구로식구파’ 배씨 실체

문 정권, 조폭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측근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데 조폭 배모씨가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배모씨의 휴대전화서 전 수석의 측근 윤모씨를 도와 ‘돈세탁’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을 발견했다. 배씨는 폭력조직 ‘구로식구파’ 소속으로 향후 전 전 수석 사건의 실마리를 풀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배씨가 주목을 받자 사람들은 그의 소속 조직인 구로식구파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측근들이 롯데홈쇼핑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을 빼돌리는 데 조직폭력배 배모씨가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지난 12일, 확인됐다. 배씨는 폭력조직 ‘구로식구파’ 소속으로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서 활동했다. 검찰은 배씨가 전 전 수석의 측근 윤모씨를 도와 ‘돈세탁’을 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녹취파일을 확보하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수상한 통화
꼬리잡힌 수석

지난해 9월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초 방송 재승인 심사를 받을 때 정·관계 로비를 한 의혹을 수사하다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으로부터 ‘전병헌 500’이라고 적힌 메모를 압수했다. 또 강 전 사장이 재승인 심사 문제로 당시 국회의원이던 전 전 수석과 그의 비서관 윤씨를 만났다는 내용이 담긴 롯데그룹 정책본부 보고서도 입수했다.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채널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수사에선 롯데홈쇼핑이 구입한 기프트카드를 전 전 수석 가족이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하지만 기프트카드 사용 금액이 크지 않았던 데다 전 전 수석이 롯데 측에서 추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 직후 국정 농단 사건이 본격화하면서 전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잠정 중단됐다. 전 전 수석의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재개된 것은 올 1월 배씨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서 수사를 받으면서라고 한다. 

검찰은 당시 도박 사건을 수사하다 배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검찰은 배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다가 배씨가 전 전 수석의 측근 윤씨와 수상한 통화를 한 녹취파일을 발견했다. 녹취파일에는 배씨가 평소 ‘동네(서울 동작구) 친구’로 알고 지내던 윤씨에게 “‘돈세탁’한 현금 8000만원을 차 안에서 전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씨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은 전 전 수석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롯데홈쇼핑이 낸 후원금 3억원의 비밀을 푸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배씨는 한국e스포츠협회서 1억1000만원을 빼돌려 돈세탁을 한 뒤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8000만원을 윤씨에게 돌려줬다. 돈세탁에는 배씨와 관련된 업체 두 곳이 동원됐다.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후원금이 배씨를 거쳐 다시 전 전 수석의 측근에게 흘러간 윤곽이 확인된 것이다. 

전 전 수석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며 측근 윤씨 등과 선을 긋고 있다. 결국 전 전 정무수석은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 

‘돈세탁’ 정황 녹취파일 입수 
측근 비리 조폭이 핵심 역할


전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서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다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되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염원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국민께서 문재인정부를 끝까지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전 전 수석은 그러면서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한국e스포츠와 게임산업을 지원 육성하는 데 사심없는 노력을 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제든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겠다”며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새 정부 들어 두 번째다. 

악화일로
결국 사퇴

전 수석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배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전해졌다. 그의 SNS 계정은 민주당 정치인, 전 수석 지역사무실 관계자 다수와 연결돼있었다. 배씨는 전 수석의 보좌진을 통해 그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의 한 지인은 배씨가 수년 전부터 전 전 수석의 일을 도왔다고 했다. 총선 때 이른바 ‘병풍’으로 동원됐고, 전 전 수석 딸이 모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할 때도 도왔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후원금 자금세탁에 동원된 T사와 S사 대표도 배씨와 지인이거나 인척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S사 대표는 전 전 수석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 청년위원장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배씨가 속해있는 구로식구파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2005년 김모(46)씨를 두목으로 내세운 구로식구파는 오류동과 구로동 일대의 폭력배들을 규합, 100여명에 이르는 조직원을 거느린 대규모 폭력조직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에 하부조직원의 숙소를 마련해 두는 것은 물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수도권 인근의 유원지 등에서 조직원 정기모임을 매달 가졌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불법 오락실과 도박사이트다. 

일당은 권력서열에 따라 엄격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수익을 나눴다. 두목을 포함한 우두머리 급은 불법 오락실과 도박 사이트 투자자를 모집하고 장소를 선정했으며, 행동대장 등 중간급 조직원은 불법 오락실 관리부장을 맡아 수익금을 정산하고 도박 사이트 가맹점을 운영했다. 


또 하부 조직원은 종업원을 관리하고 경찰 단속 등을 감시하는 문방 역할을 담당했다. 범행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두목부터 하부조직원까지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눠 ‘기업형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경찰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불법 오락실을 운영했다. 금전적 어려움에 직면한 실업자나 전과가 없는 친인척, 지인에게 월 300만∼500만원을 주고 바지사장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실업자 등을 바지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속될 경우 변호사 선임비는 물론 3000만∼5000만원을 지불하겠다”며 금전 제공을 담보하는 등 달콤한 제안들을 늘어놓았다. 또한 이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감금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도박 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 도박 사이트 프로그램 개발자 A(41)씨를 2006년 8월부터 2개월간 감금한 것. 

공포에 질린 A씨를 몰아세워 도박 사이트를 강제로 만들게 해 개발비를 갈취했다. 또 단속을 교묘히 피하기 위해 도박 사이트 서버를 중국 등 해외에 두고 하부 조직원을 정기적으로 파견해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한편 불법 오락 기계는 직접 제작·판매했다. 

조직 정체는?
배씨는 누구?


이들 조직의 폭력 역시 조직적이고 잔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조직원은 물론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하부 조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서울 금천구 등지서 각종 대형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 등을 운영하며 이권 개입과 관련한 폭력을 행사했다. 
 

영업이익금 등 투자수익을 노린 일반인들도 이들 조직이 운영하는 불법 오락실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자 중 B(58)씨가 불법 오락실에 투자했으나 약속 받은 영업이익금을 받지 못하자 급기야 부천지역 폭력배를 동원했다. 

결국 서울 강서구 화곡동 ○○오락실의 게임기 이전 과정서 부천지역 폭력배와 구로식구파 조직원 8명이 집단으로 뒤엉켜 패싸움을 벌였다. 

유흥업소 이권과 관련한 집단 패싸움도 벌어졌다. 2009년 6월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구로식구파가 관리하고 있는 유흥주점서 봉천동 지역 조직원이 업소보호 명목을 빌미로 난동을 피웠다. 

이 난동은 두 폭력조직간 집단 대치로 번졌다. 봉천동 지역 조직원의 난동에 격분한 구로식구파 조직원들이 둔기를 손에 쥐고 유흥주점에 들이닥쳐 폭력을 행사해 일대에 소란이 일었다. 

이권개입뿐만 아니라 조직원 영입경쟁으로 인한 집단폭력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배씨 속한 폭력조직 관심 급증
2005년 생긴 기업형 범죄단체

타 조직원이 구로식구파 하부 조직원을 포섭하려는 정황을 포착한 이들 조직은 2009년 5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공원서 패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를 비롯해 불법 오락실 등 업소를 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해 다수의 조직원이 필요하다고 여긴 이들은 조직원 영입을 위해 둔기 등을 동원해 가차 없이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조직원들에게도 수시로 둔기를 휘둘렀다. 2009년 11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공원서 불법 오락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며 하부조직원 5명을 둔기로 수십 회에 걸쳐 때리는 등 일명 ‘줄빠따’ 폭행을 했다. 

하부 조직원들은 구로식구파 결성 이후 5∼6년 간 지속적으로 수십 회에 걸쳐 무분별한 폭행을 당했으나 저항이나 반발은 커녕 일방적 폭력으로 점철된 조직체계에 순응했다. 이처럼 대담한 범행을 저질러온 구로식구파는 수도권 일대의 불법 오락실 33곳과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110억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거뒀다. 

불법 수익금을 밑천삼아 각종 대형 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며 조직의 위세를 과시하고 세를 결집했다. 또 이들 업소를 운영하며 세금을 탈루해 거액의 조직자금을 축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범죄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와 아파트, 주유소, 부동산 등을 사들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불법 오락실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월 1억∼1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얻으며 성업 중인 불법 오락실의 경우 월 3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구로식구파의 범죄 수익금은 110억원 상당”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배씨와 윤씨, 전 전 수석의 또 다른 측근 김모씨를 업무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했다. 

여죄 가능성
강도 높은 수사

또 배씨를 상대로 자금세탁을 맡은 경위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배씨가 향후 전 전 수석 사건의 실마리를 풀 키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배씨와 전 전 수석의 측근 윤씨의 관계 등으로 볼 때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횡령 건 외에도 배씨가 전 수석 측 정치자금 관리에 추가로 도움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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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