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병원 사태로 본 간호사 ‘태움 문화’ 실상

욕먹고 맞고 ‘활활 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림대 성심병원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재단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노출 심한 옷을 입게 하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사실뿐 아니라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논란은 가라앉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관행으로 굳어진 간호사들의 ‘태움’ ‘내리 갈굼’ 악습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한림대 성심병원서 간호사 갑질 문제가 터졌다. 재단 행사 장기자랑서 간호사들에게 특정 부위가 지나치게 노출된 옷을 입게 하고 보기 민망한 춤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과 경악의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 병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강요와 갑질

재단 장기자랑 행사에 오른 간호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자 추가 폭로가 쏟아졌다. ‘장기자랑을 위해 업무 외 시간에도 연습을 해야 했다’ ‘유혹하는 표정을 지어보라고 했다’ ‘너는 가슴이 작으니 패드를 넣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등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때 안일하게 대응하던 병원 측은 특정 정치인 후원금 강요 논란, 수간호사의 다단계 가입 강요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자 뒤늦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성심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재단)은 윤대원 이사장 명의로 지난 14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 이사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됐던 ‘일송가족 단합대회’와 관련 재단 책임자로서 부족함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재단 차원의 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기가 늦은 것도 문제지만 뿌리부터 굳어진 간호사들의 갑질 문화를 손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선 간호사들의 반응은 특히 차가웠다. 
 

서울 S병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재작년 동네 병원으로 이직한 J(33)씨는 “(이번 사태는) 성심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J씨는 “이번 일은 오히려 너무 늦게 드러난 감이 없지 않다”며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J씨가 말한 태움 문화는 간호사들 사이서 오래도록 이어진 악습이다. 말 그대로 ‘재가 될 때까지 활활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에게 폭언·폭행 등의 갑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선에선 “터질 게 터졌다”
그동안 갑질악습 뿌리 깊어
신입 이직률 40% 근본 대책은?

J씨 역시 병원서 근무하던 초기 3년 동안 밤마다 냉장고 청소를 강요받았던 경험이 있다. J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활활 탔던 시기”라며 “음료수 하나 흐트러짐 없이 놓여있던 냉장고를 매일 닦으면서 느낀 인간적 모멸감은 같이 활활 타본 동료들이나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과 2006년 전남대병원에선 두 명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11월 사망한 간호사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6년 4월 자신의 팔에 약물을 주사해 목숨을 끊은 간호사의 유족들은 “(죽은 간호사가) 일상적으로 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며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병원서 두 사람이 연이어 자살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한 포털 사이트에는 간호사 문제를 다루는 토론방이 등장했다. 그곳에서 ‘태우다’라는 은어가 나왔다. 간호사들의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고 그 과정서 태움 문화라는 간호사 세계의 악습이 세상에 알려졌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일정 정도의 엄격함은 용인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중들도 쏟아진 경험담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서울 K대학병원서 근무했던 Y(28)씨는 근무 과정서 선배 간호사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약품을 정리하는 도중 다짜고짜 얻어맞은 Y씨는 너무 놀라 울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후 긴장하라는 의미로 엄하게 대했다는 선배의 얘기가 있었지만 Y씨는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그만뒀다.
 

일부 간호사들은 일적인 부분서 선배에게 욕설 등의 심한 말을 듣는 것도 서럽지만 개인적인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하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옷 정리, 식사 준비, 모닝콜까지 후배 간호사들의 일은 업무 외에도 넘치도록 많았다.

J씨와 Y씨는 “병원은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며 “한순간의 실수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그 정도가 너무 과해 신입 간호사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현실”이라며 “그 힘든 대학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해 병원에 입사했다가 선배의 괴롭힘에 못 이겨 그만두는 게 상식적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에 달한다. 높은 이직률 탓에 입사 100일, 입사 1년이 되면 축하 파티를 해주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 조사에선 간호사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극심한 노동강도’를 꼽은 이들이 많다.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8.25년으로 채 9년이 안 된다. 현장에선 늘 인력이 부족하지만 간호사들은 떠밀리듯 병원을 떠난다.

못 버티고 퇴사

대한간호협회는 성심병원 사태를 두고 “모든 간호사들의 소명 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기관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준비 중인 ‘간호사인권센터’를 통해 근로현장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막고 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간호사 임신 순서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직원들끼리 휴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휴가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와 비슷하게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임신순번제’라는 게 있다. 간호사 여러 명이 동시에 임신하면 업무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아예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순서를 어기고 임신을 할 경우, 심하면 퇴사를 종용 받기도 한다.

임신을 해도 축복보다는 눈총을 받기 일쑤다. 실제 임신한 한 간호사는 산달까지 일하다가 출산 2주 전에야 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간호사 수급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 발표한 내년에 부족한 간호사 수는 12만명이 넘는다.

이미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 병원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간호사들은 힘든 환경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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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