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서 본인이 입에 달고 다녔던 ‘적폐 청산’에 대해 정의 내렸다.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 나가겠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 청산”이라고.
너무나 추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 시대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아니, 우리 헌법의 기본권 조항을 돌려 이야기한 듯도 하다. 여하튼 좋은 말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적폐 청산인지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하여 문학을 하는 필자가 알아듣기 쉽게 풀어보겠다. “국민들이 지난 정권서 행한 국정 농단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지난 정권 인사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바꾸어 나가겠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 청산”이라고.
말을 바꾼다고 바꾸었는데 영 석연치 않다. 필자가 바꾸어 놓고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왜 그럴까. 해답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자신이 틈만 나면 외쳐대던 적폐 청산과 정치보복을 혼동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적폐 청산은 사람에 앞서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또한 그 무엇보다도 반드시 민생이 우선시돼야 하고 그를 무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마치 그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이 금번 시정연설에선 적폐 청산에 대해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혁신이라는 단어로 도배질했다. 즉 적폐 청산을 국가혁신으로 이어가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이는 정상적일까. 지면 관계상 다른 항목은 제쳐두고 그가 밝힌 개헌에 대해 살펴보자. 문 대통령은 연설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헌론의 세 축으로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그리고 대통령 5년 단임제 안을 제시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지난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문 대통령에 대해 평했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문재인은 사리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 인간’이라고 표현했던 글 말이다. 왜 그런 생각이 절로 일어났는지 언급해보자.
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누차에 걸쳐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 바 있고 일관되게 세 가지 항목에 대해 주장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권력구조의 개편,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국회에 대한 강한 메스 질, 그리고 삼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지방 권력 나눠먹기로 시작된 지방자치제의 폐지와 관련해서다.
필자는 정치판을 떠나 문학인으로 변신해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상태서 오로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제시했다. 이 생각, 필자만 그럴까. 천만에다. 이는 나와 너를 떠나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마치 필자를 포함, 대다수의 국민을 조롱하듯 권력구조와 국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또한 그를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자치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치졸하기 짝이 없는 부분이 있다. 개헌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자는 발상이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자치단체를 독식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금번 국회 시정연설서 밝힌 문 대통령의 구상은 그가 새롭게 들고 나선 혁신도, 그렇다고 적폐 청산도 아닌 적폐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말장난 그만하고 차라리 담배 가격이나 내려 서민들의 시름이나 덜어주라는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