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스갯소리 한 번 하고 넘어가자. 필자가 지난 10월30일 <일요시사>에 ‘문재인의 이상한 한풀이’라는 제하로 문재인 대통령이 진행하는 적폐청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었다.
공교롭게도 그 글이 발표된 이후 문재인정권의 적폐청산에 대해 곳곳서 ‘한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급기야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풀이’와 동일 의미를 지닌 ‘감정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를 살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요시사>를 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각설하고,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2012년 총선과 대선서 군 사이버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군형법상 정치 관여 등)로 구속됐다.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게 그 사유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도 재임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관여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검찰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 당시 ‘우리 사람을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 사이버사의 활동내역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이 구속되자 이 전 대통령이 흡사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목 성명을 토해냈듯이 공항서 작심발언을 토해냈다. 물론 문재인정권서 진행하고 있는 적폐 청산에 대해서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는 별도로 “우리는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기자들의 ‘군 사이버사령부의 활동과 관련해 보고받은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며 “그것은 상식에 안 맞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그의 대변인격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하여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눈곱만큼도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되는 게 맞다”며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에 의하면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는 별 일이 아닐 수도, 또한 입증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인 격한 반응과 이 전 수석의 대응을 살피면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도둑이 포도청 간다’는 속담으로 지은 죄를 숨기려고 한 짓이 도리어 죄를 드러내고 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나열해보겠다. 막상 이유를 말해보겠다고 했으나 실없이 웃음만 나온다. 만약에 내가 그런 입장에 처했다면, 즉 동 사건에 개입되지 않았다면 그저 웃고 말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돌출 행동과 그를 지원하기 위한 이 전 수석의 구체적 발언을 살피면 이 전 대통령이 이미 기소를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동 사건을 접하자 은연중 이 전 대통령이 채 2만원도 되지 않는 의료보험료를 냈던 일이 떠오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