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노량진 고시촌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오로지 꿈 위해 모든 것 버린 청춘들로 ‘넘실넘실’

[일요시사=이성원 기자] 노량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수산시장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노량진 고시촌’이란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시험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노량진 고시촌.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을 파헤쳐본다.

임용고시·공무원 준비 등 각종 시험 준비로 분주
방학 맞아 독서실·고시원 등 빈방 하나도 없어

요즘 노량진은 신림동과 함께 묶여져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 두 동네는 거리상으로는 많이 떨어져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노량진은 최근 9호선까지 개통이 되며 한결 이동하기도 수월해졌다. 지난 6일 점심 때 쯤 노량진을 찾았다. 역에서 내려 육교에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온통 20대의 청춘들이다. 이들이 더운 여름에도 이곳을 활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만의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오고가는 사람들 속에 뭔가 그들만의 비슷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복장은 참으로 수더분하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스타일로 옷을 입는다.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끄는 사람에서부터 모자를 눌러쓴 사람, 뿔테 안경을 쓴 사람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들은 멋과는 담을 쌓은 또 다른 세계의 사람들같아 보였다.

합격 위한 필사의 노력
“빨리 떠나고파”

손에는 저마다 책과 프린트물을 든 사람들이 많았고,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면 어깨에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가에 빼곡한 학원들이다. 특히 임용고시와 경찰·9급·7급 공무원학원들이 많이 보였다.

임용고시학원에 들어가 보니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강의실 밖에서 서성이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5·여)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한 기간은 1년밖에 안되는데 최대한 빨리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다”며 “노량진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러한 생활에 젖어들어 안주할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유모(30·남)씨는 “군산에서 이곳에 올라온 지 벌써 4년째인데 시험에 붙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만 한다”며 “꼭 합격해서 시골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노량진에 이토록 많은 학원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이 있지만 시험에 합격하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이들의 바람 또한 간절해 보였다.

고시생들에게 간절한 합격이라는 소식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이렇듯 노량진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게 고시원과 독서실이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까지 다수 올라오며 고시원에는 방이 없을 정도로 성수기를 맞고 있었다.

최모(23·여)씨는 “대전에 있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데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방학을 맞아 올라왔다”며 “2달 정도 노량진에 있으면서 공부하려고 고시원을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어서 친척집에 머무르면서 통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노량진에 고시원과 독서실은 많으나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시원 비용 외에도 각종 추가 비용들이 들어 공부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모(28·남)씨는 “매달 고시원에 30만원을 내고, 독서실 이용하는데 11만원, 이 밖에 학원비, 교재비, 식대 등을 합치면 대략 한 달 80만원 정도 나간다”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노량진에 있는 고시생들 중에는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 학원 조교나 총무, 음식점 알바 등으로 돈을 벌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시원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며 “젊었을 때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나중에 무엇을 하던지 간에 좋은 산 경험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노량진 고시원과 독서실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공부와 또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돈 가운데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밥값
가장 싼 곳으로 정평

무엇보다 노량진 고시생들은 돈을 아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량진에 있는 음식점들에게도 여파를 끼친 듯하다. 정오 12시30분쯤 노량진역 주변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밥을 먹으러 나온 고시생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노상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노량진만의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넓적한 종이컵에다가 밥을 떠서 파는 것이 바로 그것. 종류도 김치볶음밥, 비엔나소시지 볶음밥, 회덮밥, 오무라이스 등 매우 다양했고 가격도 2000원으로 저렴했다. 곱빼기는 500원만 추가해서 받는 곳도 있었다. 2000원의 한 끼 식사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별천지의 가격이다.

이곳에서 만난 오모(28·여)씨는 “시험준비를 하루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하다 보니 당연히 음식 값도 절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노량진은 고시생들이 많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많은 이런 가게들이 많아져 먹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뷔페식당 북새통, 노상점심 싼 값에 매력
학원가에서 열애하며 공부로 인한 외로움 달래기도

2000원을 내고 받은 종이컵에는 한 가득 밥이 담겨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해 보였다.

이번엔 학원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긴 줄이 끝없이 늘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뷔페식당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한 끼 식사를 뷔페식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주변 고시생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식권가격이 쓰여 있었다. 1장에 4000원이고, 1달은 18만원, 10장은 3만3000원 등 기간별 식권가격이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전모(26·여)씨는 “고시원 생활을 하다 보니 잘 챙겨먹지도 못하는데 여기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주변 친구들과 자주 이용한다”며 “노량진에서 뷔페식당은 고시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량진은 고시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음식점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그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잡화상품점도 눈에 띄었다. 고시생들이 필요로 하는 문구류나 슬리퍼, 또한 각종 시험 족보물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것으로 넘쳐나는 곳이다.

공부하다 눈 맞은 남녀들
“공부하며 사랑도 쌓고”

노량진을 배회하다보니 손잡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니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나와서 밥을 먹는다. 꾸미지 않은 편안한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채 데이트 겸 고시준비를 하는 커플들이 속속 보였다. 막 학원 수업을 마치고 주변 분식집으로 들어간 한 커플을 따라가 보았다.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커플은 사귄지 8개월 된 커플이란다. 9급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학원 스터디모임을 하다가 눈이 맞아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인 류모(31·남)씨는 “시험을 준비한지 2년째인데 여자친구가 있어서 힘이 된다”며 “시험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데가 별로 없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함께 그 기분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학원에서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함께 강의를 듣다가 커플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공부에 더 집중을 못하는 사람도 있어 노량진에서의 연애는 각자만의 소관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커플은 밤에 각자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종일 같이 움직이며 밥 먹고 공부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근 카페의 주인은 “커플들이 대부분 이 곳을 방문한다”며 “공부하느라 외로울 텐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노량진은 각자의 꿈을 이루려는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고시생들에게 공부는 물론, 그 나이 때의 관심사인 사랑까지도 함께 잡으려고 욕심을 내는 오묘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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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