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노량진 고시촌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오로지 꿈 위해 모든 것 버린 청춘들로 ‘넘실넘실’

[일요시사=이성원 기자] 노량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수산시장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노량진 고시촌’이란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시험을 준비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는 노량진 고시촌.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을 파헤쳐본다.

임용고시·공무원 준비 등 각종 시험 준비로 분주
방학 맞아 독서실·고시원 등 빈방 하나도 없어

요즘 노량진은 신림동과 함께 묶여져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 두 동네는 거리상으로는 많이 떨어져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노량진은 최근 9호선까지 개통이 되며 한결 이동하기도 수월해졌다. 지난 6일 점심 때 쯤 노량진을 찾았다. 역에서 내려 육교에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온통 20대의 청춘들이다. 이들이 더운 여름에도 이곳을 활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만의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오고가는 사람들 속에 뭔가 그들만의 비슷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복장은 참으로 수더분하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스타일로 옷을 입는다.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끄는 사람에서부터 모자를 눌러쓴 사람, 뿔테 안경을 쓴 사람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이들은 멋과는 담을 쌓은 또 다른 세계의 사람들같아 보였다.

합격 위한 필사의 노력
“빨리 떠나고파”

손에는 저마다 책과 프린트물을 든 사람들이 많았고,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면 어깨에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가에 빼곡한 학원들이다. 특히 임용고시와 경찰·9급·7급 공무원학원들이 많이 보였다.

임용고시학원에 들어가 보니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강의실 밖에서 서성이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25·여)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한 기간은 1년밖에 안되는데 최대한 빨리 합격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다”며 “노량진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러한 생활에 젖어들어 안주할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7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유모(30·남)씨는 “군산에서 이곳에 올라온 지 벌써 4년째인데 시험에 붙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부만 한다”며 “꼭 합격해서 시골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노량진에 이토록 많은 학원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이 있지만 시험에 합격하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이들의 바람 또한 간절해 보였다.

고시생들에게 간절한 합격이라는 소식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이렇듯 노량진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게 고시원과 독서실이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까지 다수 올라오며 고시원에는 방이 없을 정도로 성수기를 맞고 있었다.

최모(23·여)씨는 “대전에 있는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데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방학을 맞아 올라왔다”며 “2달 정도 노량진에 있으면서 공부하려고 고시원을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어서 친척집에 머무르면서 통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노량진에 고시원과 독서실은 많으나 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시원 비용 외에도 각종 추가 비용들이 들어 공부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모(28·남)씨는 “매달 고시원에 30만원을 내고, 독서실 이용하는데 11만원, 이 밖에 학원비, 교재비, 식대 등을 합치면 대략 한 달 80만원 정도 나간다”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노량진에 있는 고시생들 중에는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 학원 조교나 총무, 음식점 알바 등으로 돈을 벌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고시원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며 “젊었을 때 자신들의 꿈을 위해서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나중에 무엇을 하던지 간에 좋은 산 경험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노량진 고시원과 독서실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해야 하는 공부와 또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돈 가운데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밥값
가장 싼 곳으로 정평

무엇보다 노량진 고시생들은 돈을 아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량진에 있는 음식점들에게도 여파를 끼친 듯하다. 정오 12시30분쯤 노량진역 주변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밥을 먹으러 나온 고시생들로 북적였기 때문이다.

노상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노량진만의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넓적한 종이컵에다가 밥을 떠서 파는 것이 바로 그것. 종류도 김치볶음밥, 비엔나소시지 볶음밥, 회덮밥, 오무라이스 등 매우 다양했고 가격도 2000원으로 저렴했다. 곱빼기는 500원만 추가해서 받는 곳도 있었다. 2000원의 한 끼 식사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별천지의 가격이다.

이곳에서 만난 오모(28·여)씨는 “시험준비를 하루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하다 보니 당연히 음식 값도 절약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노량진은 고시생들이 많다보니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많은 이런 가게들이 많아져 먹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뷔페식당 북새통, 노상점심 싼 값에 매력
학원가에서 열애하며 공부로 인한 외로움 달래기도

2000원을 내고 받은 종이컵에는 한 가득 밥이 담겨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해 보였다.

이번엔 학원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긴 줄이 끝없이 늘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뷔페식당이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한 끼 식사를 뷔페식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주변 고시생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식권가격이 쓰여 있었다. 1장에 4000원이고, 1달은 18만원, 10장은 3만3000원 등 기간별 식권가격이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전모(26·여)씨는 “고시원 생활을 하다 보니 잘 챙겨먹지도 못하는데 여기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주변 친구들과 자주 이용한다”며 “노량진에서 뷔페식당은 고시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량진은 고시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음식점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그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잡화상품점도 눈에 띄었다. 고시생들이 필요로 하는 문구류나 슬리퍼, 또한 각종 시험 족보물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것으로 넘쳐나는 곳이다.

공부하다 눈 맞은 남녀들
“공부하며 사랑도 쌓고”

노량진을 배회하다보니 손잡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니 학원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나와서 밥을 먹는다. 꾸미지 않은 편안한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채 데이트 겸 고시준비를 하는 커플들이 속속 보였다. 막 학원 수업을 마치고 주변 분식집으로 들어간 한 커플을 따라가 보았다.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커플은 사귄지 8개월 된 커플이란다. 9급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학원 스터디모임을 하다가 눈이 맞아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인 류모(31·남)씨는 “시험을 준비한지 2년째인데 여자친구가 있어서 힘이 된다”며 “시험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데가 별로 없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함께 그 기분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학원에서 그룹스터디를 하거나 함께 강의를 듣다가 커플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공부에 더 집중을 못하는 사람도 있어 노량진에서의 연애는 각자만의 소관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커플은 밤에 각자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하루종일 같이 움직이며 밥 먹고 공부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근 카페의 주인은 “커플들이 대부분 이 곳을 방문한다”며 “공부하느라 외로울 텐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노량진은 각자의 꿈을 이루려는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고시생들에게 공부는 물론, 그 나이 때의 관심사인 사랑까지도 함께 잡으려고 욕심을 내는 오묘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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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