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공신’ 무적 7인방 비화

최강 드림팀…그들이 해냈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2010년(2003년 선정)과 2014년(2007년 선정)에 이어 3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라 더 값지고, 더 뜻 깊고, 더 감격스럽다. 하나로 똘똘 뭉친 국민들 모두가 성원한 결과로, 그 뜨거운 염원을 전 세계에 그대로 전한 7인의 일등공신 역할도 컸다. 대한민국의 꿈을 현실로 일궈낸 공로자들의 땀방울을 담아봤다.

하나로 똘똘 뭉친 국민들 염원 전세계에 전해
수년전부터 IOC 표심 잡기…빼곡한 일정 소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데는 남다른 노력을 쏟았던 기업인들의 공로가 컸다. 일단 기업 경영은 뒷전. 수년전부터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빼곡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이번 유치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들로 꼽힌다.

2003년부터 한 우물 ► 이건희
이 회장(IOC 위원)은 평창이 첫 출사표를 던진 2003년 전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꾸준히 스포츠외교 활동을 펼치다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이번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약 1년 반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에 체류했다. 총 이동거리만 21만㎞에 달한다. 이는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거리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평창을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을 접견하는 것으로 본게임에 들어갔다. 당시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영국 런던 ‘스포츠 어코드’(4월), 스위스 로잔 ‘IOC 테크니컬 브리핑’(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7월) 등 유치전의 핵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110명의 IOC 위원 중 만나지 않은 위원들이 없을 정도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IOC 공식 행사가 있으면 하루 종일 IOC 위원과의 면담 일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은 “평창을 믿고 지지해 주신 로그 IOC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IOC 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평창이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체육계, 국민 모두의 열망이 뭉친 결과”라고 말했다.

지구 13바퀴 돈 ► 박용성 
박 회장(대한체육회 회장)도 이 회장 못지않게 전 세계를 발로 뛰었다. IOC 위원을 한 명이라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과거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IOC 위원 등을 역임하며 그동안 국제 활동을 통해 쌓아온 탄탄한 인맥을 활용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평창 유치를 위해 비행한 거리는 지구 13바퀴에 해당하는 51만376㎞다. 총 272일을 국외에서 머물렀을 정도다.

2009년 3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지난해 동안 지구 8바퀴에 해당하는 32만6000㎞를 비행했다. 이를 위해 1년의 반이 넘는 182일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올해도 더반으로 떠나기까지 지구 4.6바퀴 거리인 18만4370㎞를 이동하고 90일 간 해외에 머물렀다. 박 회장은 해외출장비를 사비로 지출하고 부족한 대한체육회 유치활동비를 지원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은 하루에 한 국가씩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행사에 모두 참석해 단 한번이라도 IOC 위원과 더 접촉하기 위해 아예 유럽으로 짐을 옮겼다. 각종 행사에 최대한 참석해 IOC 위원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박 회장은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늦었지만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나니 평생의 한을 푼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2년간 회사일 접은 ► 조양호 
지난 2년 가까이 한진그룹 회장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조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외부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07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데 이어 2009년 9월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당시 강원도지사)와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됐다.

지난해 6월 김 특임대사의 퇴임으로 조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조 회장은 덴마크와 캐나다에서 열린 IOC 총회, 스위스 다보스포럼, 싱가포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 등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았다. 조 회장이 최근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몽땅 평창 얘기뿐이었다. 그는 2년간 34개의 해외 행사에 참석했다. 물론 모두 평창 유치를 위해서였다.

최근엔 더욱 바빴다. 조 회장은 지난달 토고에서 열린 아프리카올림픽위원회(ANOCA) 총회에 참석해 뮌헨(독일), 안시(프랑스)와 합동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이후 40여명의 IOC 위원들이 대거 하객으로 참석한 모나코 알베르 2세 대공 결혼식에 참석해 맨투맨 식으로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이렇게 조 회장이 달린 거리가 지구 13바퀴 정도인 50만9000㎞에 이른다. 조 회장은 “저도 열심히 했지만 저 혼자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10년 동안 계속 90%가 넘는 지지를 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끝까지 포기 않은 ► 김진선
지난 7일 더반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호명되자 김진선 특임대사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유치 대표단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2번 통한의 눈물에 이은 환희의 눈물이었다. 김 특임대사는 개최지 발표가 결정된 직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너무 고맙다”며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1999년 당시 강원도지사였던 김 특임대사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천명했다. 하지만 첫 번째 도전은 아쉽게 좌절됐다. 2003년 7월 체코 프라하 IOC 총회에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결선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역전을 당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2007년 7월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초 강력한 유치 1순위로 꼽혔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앞세운 러시아의 막강한 물량공세에 밀려 또 다시 막판에 뒤집혔다.

김 특임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3수에 도전했다. 지난해 6월 3선의 도지사 임기가 끝나 잠시 뒤로 물러섰다가 11월 정부로부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치 특임대사로 임명되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 특임대사는 매일 유치에만 매달렸다. 그가 첫 도전부터 평창을 알리기 위해 움직인 거리는 무려 지구 22바퀴(87만6533㎞)에 해당한다.

위원들 사로잡은 퀸 ► 김연아
이번 평창의 유치 성공의 주역으로 단연 ‘피겨여왕’김연아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선수는 2009년 4월 유치위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평창 지원사격에 나섰다. 세계 최고기록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각종 공식행사에서 ‘평창의 얼굴’로 활동해왔다.

동계스포츠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김 선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 빛을 발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직전 실시되는 후보도시 PT는 평창의 유치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어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여유 있는 모습과 제스처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김 선수는 직접연설 3분과 영상메시지 4분을 합해 모두 7분에 걸쳐 진심이 담긴 연설로 IOC 위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내 꿈은 내가 누렸던 기회를 새로운 지역의 재능 있는 선수들과 나누는 것”이라며 “내가 어릴 적 나가노 동계올림픽(1998년)을 보고 꿈을 키웠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시아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같은 꿈을 이루는 데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가 ‘친애하는 IOC 위원 여러분,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다른 이들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호소해 IOC위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더반의 ‘PT 여왕’ ► 나승연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은 이번 유치전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나 대변인은 PT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그는 유창하고 깔끔한 영어 실력과 함께 빼어난 미모로 IOC 위원들에게 평창의 뜨거운 열망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나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꿈에 불과하다는 말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인내와 끈기라는 단어가 한국인의 삶 속에 스며있다”며 “평창사람들의 꿈이었던 올림픽 유치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지구 돌고, 돌고, 또 돌고…
각국 위원들 ‘사로 잡았다’

나 대변인은 지난해 4월부터 유치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국제행사에서 PT를 도맡아 ‘평창의 입’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 대변인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자마자 1995년 한국은행에 총재 비서로 입행했다. 이후 1996년부터 아리랑 TV 개국과 함께 공채 1기로 입사해 4년여 동안 방송 기자로 활동했던 나 대변인은 외교관 부친을 따라 캐나다, 영국,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어렸을 적부터 생활하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다.

나 대변인은 사업가 남편과 사이에서 외아들을 두고 있다. 남편은 한국타이어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직하고 현재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유치전 ‘깜짝 카드’ ► 토비 도슨
한국계 미국인 스키선수 토비 도슨(본명 김봉석)은 유치위의 ‘깜짝 카드’였다. 도슨은 PT에서 감성적 호소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난 프리스타일 스키선수이자, 올림픽 선수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난 미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입양된 과거를 소개했다. 이어 “평창을 지원해 준다면 동계올림픽 선수가 되고 싶지만 기회조차 없었던 수만 명의 어린 아이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난 도슨은 3세 때인 1981년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다가 인파에 밀려 미아가 된 후 잠시 고아원에 맡겨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베일의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평소 과묵했던 도슨은 스키를 배운 뒤 수다쟁이가 될 정도로 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고, 미국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인공적으로 울룩불룩한 눈 둔덕으로 만들어 놓은 슬로프에서 타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국에 알려지면서 도슨은 이듬해 그토록 그리워했던 생부와 남동생을 만났다. 2014년에 이어 2018년 평창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유치가 확정되자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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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