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논문표절 잡는’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10 10:50:51
  • 호수 1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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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도둑’ 꼼짝마…현미경 검증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청와대 5대 인사원칙 중 하나가 ‘논문표절’일 정도로 논문표절은 공직자 및 학자의 도덕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것은 ‘지식도둑’이라 불릴 정도다. 표절 의혹이 불거져도 대개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 해당 논문을 통과시킨 자체 대학 내 검증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논문 검증의 산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를 찾아 우리나라 논문 표절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이하 연구센터)는 지난 2013년 초 문을 열었다. <미디어워치> 사내벤처로 출발한 연구센터는 조국 민정수석부터 시작해 손석희 앵커, 방송인 김미화, 김상곤 교육부장관 등의 수많은 유명인들의 논문을 검증했다.

작심 비판

연구센터가 본격적으로 논문 검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문대성 전 IOC 위원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다. 

황의원 센터장은 “2012년 문대성 논문 표절로 떠들썩했다”며 “당시 보수 우파진영서 이 문제로 억하심정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조국 민정수석의 논문 표절 제보가 연구센터에 들어오면서 연구센터는 논문표절 검증의 장을 열었다. 

황 센터장은 조 민정수석의 논문에 대해 “본인이 영어로 쓴 논문이 있는데 그것을 카피한 것이 발견됐다”며 “2013년 1월 보도를 하고 서울대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는 히트를 쳤지만 조 민정수석은 논문표절을 부인했다. 서울대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진실위)도 ‘미미한 문제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책임을 피했다.

하지만 조 민정수석 이후 연구센터는 조직화에 들어갔다. 제보를 받음과 동시에 기획을 통해 백지연 아나운서, 손석희 앵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논문을 검증해나갔다. 

논문 표절 보도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는데 박근혜정부서 교육부장관을 지낸 서남수 전 장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같은 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연구센터의 논문 표절 검증을 피하지 못했다.

황 센터장은 논문의 표절 진위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대학 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이헌령 비헌령식’ 행태를 지적했다. 특히 서울대진실위가 시효(2007년 이전 논문에 대해선 검증 하지 않겠다는 것)를 만든 것을 두고 황 센터장은 열을 올렸다.

그는 “우리가 진중권 교수 논문표절 문제를 지적하니 서울대는 시효를 만들었다”며 “사실상 차별을 두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2007년 이전 논문은 사실상 엉터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르쇠 대학 문제 지적
“이공계 검증도 나설 것”

센터의 검증결과에 따르면 진 교수의 논문은 기호학자인 유리로트만의 <예술텍스트의 구조>란 책을 편역해 석사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서울대진실위 논리를 따르면 1992년에 제출된 해당 논문은 검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황 센터장은 김상곤 교육부장관 논문 표절 문제를 두고 서울대진실위를 다시 한 번 비판했다.

그는 “센터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던 시절 서울대에 석·박사 논문을 검증하라고 했지만 석사논문은 검증하지 않고 박사논문만 검증하더라”며 “1∼2년 뒤 검증 내용을 보내주면서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서울대진실위의 검증 기간이 1∼2년이 걸리는 것을 두고도 면피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가 터질 당시 서울대진실위는 단 2주 만에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황 센터장은 “황 교수의 경우 표절이 아닌 위·변조 문제여서 고의성까지 증명해야 돼 까다로웠다”며 “서울대가 의지를 갖고 논문표절 검증을 한다면 2년이 걸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대학 내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논문 검증을 질질 끄는 이유는 연구 부정문제가 바로 해당 연구기관의 치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학위를 수여한 학교가 직접 논문 검증을 맡기 때문에 학교는 진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이해관계가 없는 언론이 오히려 공정하고 객관적인 논문 검증을 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학내 파벌 싸움에 동원된 일도 벌어졌다. 서울대병원서 학내 'A파'와 'B파'가 갈렸다. A파서 병원장이 나오지 않도록 B파가 A파 인물 제거를 위해 논문 제보를 통해 찍어내기에 돌입한 것이다.

위·변조 고의성 증명 어려워
학내 파벌 싸움으로 번지기도 

서울대진실위는 해당 사건을 가지고 1년6개월 동안 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고 결론 발표 전 <조선일보>에 해당 내용을 흘려 기사가 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법원서 서울대진실위의 결론이 뒤집어졌다.

논문 위·변조 의혹을 받은 A파 교수가 1·2심에 이어 대법원서 승소한 것. 

이에 황 센터장은 “국가대표 대학 진실위서 부정행위가 아닌 것을 부정행위라고 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며 “서울대가 법원서 법무법인 ‘율촌’을 동원했지만 깨졌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을 국감 때 국회 교문위 및 해외에 제보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내용을 언론에 공표한 기자는 고소를 당했고, B파 제보자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서울대진실위에 대해 황 센터장은 “서울대가 법인화됨에 따라 허위공문서죄를 피해가게 됐다”며 “사문서가 돼 아무런 책임감이 없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학계에 만연한 논문표절과 별개로 대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필은 300만원, 1000만원과 같이 정가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주로 논문 컨설팅 업체나 대학교 앞 인쇄소서 대필 중개가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황 센터장은 대필의 경우 내부고발이 없는 이상 밝혀지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대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탁 행정관이 성공회대서 석사 보고서를 썼는데 똑같은 내용으로 책을 출판했다”며 “책 서문을 보면 공저자가 4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탁 행정관이 앞서 낸 석사보고서는 탁 행정관 본인 이름만 올라 있다”며 “결국 이 3명이 쓴 것을 제출했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지적했다. 

해당 문제를 발견한 뒤 황 센터장은 성공회대에 대필 제보를 했다. 성공회대는 ‘자기표절이 아니다’ ‘대필도 아니다’라는 결론과 함께 책 공저자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저희들이 쓴 적이 없다’라는 조사 보고서를 황 센터장에게 보냈다. 

이를 두고 황 센터장은 “내가 본 학교의 대필검증 중 제일 코믹하다. 대학서 문제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언론밖에… 


황 센터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황 센터장은 “이공계쪽 문제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며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논문표절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주로 정치쪽을 다뤘는데 앞으로는 특이사례를 중심으로 학계서 회자될 수 있는 연구부정문제를 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논문표절 문제의 근본적 해법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론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며 현재 언론서 잘 해주고 있다”며 “해외서도 결국 언론이 논문표절 문제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은?]

▲전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
▲연구진실성검증센터장
▲현 미디어워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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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