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딥체인지로 ‘제2의 삼성전자’ 되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약 25%(390조원)를 차지하게 됐다.

그 중 삼성전자는 코스피 전체의 약 21%(332조원) 가량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15년 주당 100만원에서 형성되었던 주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현재 250만원까지 증가한 결과다(2015년 시총은 전체의 18%).

이에 재계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안정적인 퀀텀 점프에 성공하려면 현재의 삼성전자를 이을 제2, 3의 삼성전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 한 곳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후속 주자들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제2의 삼성전자에 등극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SK이노베이션을 거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삼성전자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두 기업 모두 지속적으로 사업, 수익 구조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가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남보다 앞선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었다.

이에 지속적인 사업구조 혁신을 거듭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해왔다. 단순 가전 사업으로 시작해 반도체, 휴대폰 사업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이어 작년 독일 전장업체인 하만(Harman)까지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이제 인간의 생활 전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회사 오너의 강력한 의지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분사를 통한 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의 모태기업으로서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혁신 이력은 기존 영위해 온 정유업을 바탕으로 화학, 윤활유 시장을 개척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패러다임에 발 맞추고자 전기차 배터리로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최근 행보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지속적인 사업 구조 혁신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서 에너지 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각 사의 최고 경영층이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넘어 과감히 혁신을 실천한다는 차원서도 공통점을 공유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는 반도체 호황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집행한 투자(94조원) 덕분이다. 업계는 화성 반도체라인으로의 투자나 하만 인수는 최고 경영층이 인식하는 혁신에 대한 절박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2014년 37년 만의 적자를 경험한 SK이노베이션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혁신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특히 올해 초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딥 체인지(Deep Change)’ 수준의 과감한 구조적 혁신과 강한 실행력으로 2018년 기업가치 30조원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며 사업구조 혁신과 수익구조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 중이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금년 1분기 영업이익(분기 사상 세 번째 1조원 돌파)은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50%를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했다.
 

이는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서 탈피, 에너지,  화학에 대한 역량 집중으로 포트폴리오가 진화, 회사의 수익창출 방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황 중심 사업서 기초(펀더멘털) 경쟁력을 확보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분기에도 비정유사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성과 창출이 이어졌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변동 손실, 정기보수 등으로 실적 악화를 보인 석유사업의 실적 악화를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상당부분 상쇄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온 딥 체인지 성과를 눈으로 확인한 결과인 동시에 딥 체인지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딥 체인지’ 9개월 만에 4년내 최고 종가 돌파
시총 3조 6000억 증가…시장서도 기대감

이러한 성과를 두고, 재계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기업의 위치를 선점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 형태를 전략적으로 참고해 사업 재편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최태원 회장 및 전 경영진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딥 체인지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반응하며 올 8월 들어서는 4년래 최고치(2013년 1월3일, 종가 18만2000원)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 시가 총액은 9개월 만에 4조5000억가량 증가1)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올해 초 ‘딥 체인지’ 선언 이후 시장이 당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기대감을 갖게 된 것으로 이에 따라 시총 순위도 1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2014년 10월 이후부터는 35개월 만에 시가 총액은 약 11조2) 가량 증가하는 퀀텀 점프를 해냈다. 

이에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 시행을 통해 정유업으로만 구분하기엔 넓은 업역을 구축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사업 및 수익구조 혁신을 향한 노력이 인정 받게 됐다며 “에너지·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그간 시장으로부터 사업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받아 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각도 완전히 전환됐다. 2018년까지 순수 전기차 7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세계최초로 NCM (니켈 코발트 망간) 8:1:1 배터리를 개발했음을 밝히고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증대 기대감을 돋우는 중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관련 주가 상승하는 것은 이러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 영향이 크며, 국내 3강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도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딥체인지 1.0’을 통해 체력을 비축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 현장을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며 ‘딥체인지2.0’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즉,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화학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겠다는 것으로 사업, 수익 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같은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1.0의 성과 증명 및 2.0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며 주가도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정유사 주가는 유가 등락에 따른다는 속설이 무색하게도 7월 두바이 기준 유가는 배럴 당 47.4불을 시현하는 등 정체기를 겪었지만, 딥 체인지2.0 발표 후(5/30) 오히려 주가는 두 달 사이(6~8월) 21,000원 가량 상승하며 동 기간 시가총액도 약 2조원가량이 증가했다.
 

특히, 손익 분기가 4~5달러로 알려진 정제마진의 7월 평균이 배럴 당 7.0불로 일반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이 시장으로부터 인정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업, 수익 구조 혁신 성공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말 9조원을 웃돌던 차입금 규모를 작년 말 기준 3조원까지 축소시키며 시장 변동에도 튼튼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올 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하며 ‘안정적’으로 부여한 데 이어 무디스는 기존보다 한 단계 올려 Baa1 신용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배터리사업 시각 전환…세계 최초 NCM 811 개발 등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 가치 승부 본다”

이는 올해 초 ‘돈 되는 M&A’를 추진하겠다며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밝혔음에도 신용등급이 오르게 된 흔치 않은 경우로 알려졌다.

딥 체인지 실행을 통해 올해를 사업구조 혁신의 원년으로 삼은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석유개발, 화학, 배터리 분야에 최대 3조 규모로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석유개발 및 화학사업에선 국내·외 M&A  및 지분 인수 등을 추진, 배터리 공장 증설 및 분리막 사업 확대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첫 M&A로 지난 2월 고부가 화학제품인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다우로부터 인수한 SK종합화학은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납사 기반 화학 사업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인 자동차 및 포장재 전문 화학회사로 도약을 통해 딥체인지2.0  달성을 위한 M&A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추가 M&A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으로 부지 선정이 완료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유럽 공장도 가능한 신속하게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수주 물량 생산시점에 맞춰 생산 능력을 늘리는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략적 확장, 진출을 위한 적시 착공에 성공해 딥 체인지2.0에 한발 더 가겠다는 목표다.

주요 증권사는 SK이노베이션을 정유 업종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 하이투자증권(20·24만), 동부증권(23.5·26만) 등 했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있는 등 실적 및 실적에 따른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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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