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

지능적 플레이로 그라운드 호령…“제2의 박지성 보라”

[일요시사=유병철 기자]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기대되고 있는 지동원(20)의 최종 종착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선덜랜드로 결정됐다. 이로써 지동원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설기현(풀럼), 이동국(미들스보로), 김두현(웨스트브롬), 조원희(위건), 이청용(볼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8번째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또 지난 2009년 볼턴 입단 당시 21세였던 이청용보다 한 살 어린 20세로 영국 무대에 진출, 최연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한국선수 통산 8번째…20세로 최연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추자도 촌놈이 프리미어리거로…이적료 38억·연봉 11억

지동원의 고향은 제주도 최북단의 작은 섬 추자도다.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초등학교 5학년 때 도 대표로 육상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화북초등학교 코치 눈에 띄어 본격적으로 공을 차기 시작했다. 지동원은 오현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나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며 광양제철고등학교에 스카우트됐다.

고1 때는 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생에 선발돼 2007년 8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레딩 유스팀에서 뛰었다. 발랑시엔에서 뒤고 있는 남태희가 동기다.

중학교 시절 다섯 차례
득점왕 오르며 유명세

선덜랜드 입단이 확정된 뒤 지동원은 가장 먼저 4년 전 레딩 유학시절을 떠올렸을 것이다. 너무 다른 음식과 언어, 문화에 고생을 했고, 영어를 못해 매일 똑같은 햄버거만 사 먹었다. 이보다 지동원을 힘들게 한 건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출전기회였다. 한국에서는 최고 유망주 대접을 받았는데 축구 종가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1년간 유학생활 후 희비가 엇갈렸다. 레딩은 남태희에게 계약을 제의하면서도 지동원을 외면했다. 결국 지동원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남태희는 계속 남아 2009년 프랑스 1부 리그 발랑시엔에 입단했다.
한 번 실패가 지동원에게 약이 됐다. 지동원은 일단 K리그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야 했다. 2010년 전남에 우선지명을 받아 K리그 무대에 입성해 첫해 8골 4도움을 올렸다. 윤빛가람에 밀려 신인왕을 타지는 못했지만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섰다.

지난 6개월 새 프로 2년차 지동원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30일 시리아와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고, 이어진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현지에 온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끝까지 지동원 영입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샬케04 등의 러브콜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됐다.

선덜랜드 이적설이 떠오른 6월 초 지동원에게 가나와의 A매치는 운명과도 같았다. 선덜랜드 주공격수인 아사모아 기안, 미드필더 문타리와의 맞대결 무대에서 지동원은 밀리지 않았다. 과감한 선제 헤딩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종료 직전 구자철의 결승골 역시 지동원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박지성 자리에 서서 폭넓은 움직임과 연결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주전 수비수 판트실과의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한솥밥 동료가 될 기안과 문타리가 지동원의 플레이에 “선덜랜드에서 뛸 만한 능력이 있다”며 인정하고 나섰다. 지동원의 활약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덜랜드행이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몸이 바짝 단 마르셀 브란츠 에인트호벤 기술이사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에인트호벤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인천-전남전에서도 지동원은 어김없이 한방을 터뜨렸다. 이번엔 날카로운 프리킥 골이었다. 지동원은 이적설의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꼭 필요한 순간 골로써 존재감을 확인시켰고, 실력으로 스스로의 몸값을 올렸다.
샬케04가 바이아웃 조항과 관계없이 300만달러(32억원)를 베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에인트호벤, 샬케 04와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애초 130만달러를 제시했던 선덜랜드가 350만달러(38억원)를 내걸었다.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었다.

막판까지 선덜랜드와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을 놓고 고민하던 지동원은 애초 제시됐던 이적료가 100만~130만달러 수준에 불과, ‘헐값’ 논란에 쌓이기도 했으나 최종 이적료가 출발선보다 3배 가까운 350만달러에 결정되면서 ‘헐값’ 논란도 말끔하게 씻어내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동료 기안과 문타리
“능력이 있다” 인정

지동원은 유소년 시절부터 자신을 키워준 전남 구단에 도리와 의리를 다하게 됐다. “350만달러 이하로는 보낼 수 없다”던 전남도, 한결같이 프리미어리그를 꿈꾸던 지동원도 모두 웃었다.

A매치 출장 경험이 10경기인 지동원은 영국 이민국으로부터 노동허가서를 받은 뒤 정식 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노동허가서는 최근 2년간 대표팀 경기 75% 이상 출전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에 대해선 대한축구협회가 각종 증명서류와 축구대표팀 감독의 의견서를 첨부해 선수 측에 제공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사령탑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의 선덜랜드 이적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조 감독은 “네덜란드로 먼저 갔다가 적응하지 못하면 자칫 주저앉을 수도 있다”며 “최근에는 잉글랜드 축구도 기술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서 지동원이 적응하기 편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고1 때 청운의 꿈 품고 떠난 레딩 유학길…1년만에 눈물 귀국
K리그서 절치부심 대표팀 에이스로 우뚝…아시안컵 4골 폭발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됐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다. 현재 선덜랜드에는 4명의 공격수가 있다. 지난 시즌 10골을 넣은 아사모아 기안(가나)을 시작으로 프레이저 캠벨, 라이언 노블, 크레이그 린치(이상 영국)가 전부다. 주포 대런 벤트가 1월 팀을 떠났고, 대니 웰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하면서 공격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선덜랜드가 전남에 처음 제시했던 이적료의 두 배가 넘는 350만달러의 이적료를 제시하면서까지 지동원 영입에 열을 올린 이유다.

현재 추가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 피터 크라우치(토트넘), 다비드 은고그(리버풀) 등이 합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동원의 경쟁 상대는 없다. 캠벨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그쳤고 노블과 린치는 각각 3경기,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기안 혼자 10골을 넣으며 주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이 4-4-2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동원과 기안이 투톱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동원은 브루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 브루스 감독은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킥 앤드 러시’ 스타일이 아닌 세밀한 축구를 추구한다. 지동원도 187cm, 77kg의 조금은 외소한 체격을 기술을 이용한 지능적인 축구로 극복한다. 게다가 브루스 감독이 위건 시절 조원희(광저우)를 영입했던 ‘친한파’라는 점도 지동원에게 유리하다.

조광래 감독 “파워 기르면
더 위협적인 공격수 될 것”

전문가들도 지동원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장담은 못하지만 지동원과 훈련을 하고,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기술적 부분과 지능적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럽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면서 “파워를 기르면 더 위협적인 공격수로 거듭날 것이다.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유럽 선수 못지 않은 지능적 플레이를 할 수 있기에 실패보다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동원이 뛸 선더랜드는 1879년 창단, 영국 불동부 타인위어주에 자리잡고 있으며 4만9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다 2007-2008시즌부터 4시즌째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는 12승11무15패, 승점 47점으로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10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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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