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5주년 특별대담>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

“한·중은 위기의 부부…특사보다 밀사 보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중관계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사드를 둘러싼 갈등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서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졌다.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한중관계를 풀 묘수가 필요한 시기다. <일요시사>는 ‘한중수교의 산증인’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오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25주년 되는 날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과 중국이 기념행사를 각각 따로 여는 형태로 분출됐다. 

2012년 20주년 행사에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양국 정부는 각국 행사에 관계자를 참석시키는 등 최대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반쪽 행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중 갈등의 불씨는 단연 사드 문제다.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한국에 사드 전개를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한국의 사드 배치 움직임을 감지한 중국이 수차례 우려를 표명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그러다 지난해 7월8일 사드 배치가 공식화되면서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최고의 중국통’이라 불릴 만큼 중국 정세에 밝은 윤석헌 아태문화경제연구회 회장은 최근 한중관계를 두고 “위기의 부부”라고 칭했다. 


1992년 수교를 맺기 전부터 한국과 중국을 누비며 민간외교관 신분으로 양국 관계를 물밑에서 조율해 온 윤 회장은 현 상황을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의 입장서 다각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로 한중수교 25주년입니다. 현재 한중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국가 간의 관계는 결혼 생활하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20년 넘게 무탈하게 살다가 최근 위기를 맞은 부부죠.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백년해로 하는 것이고 대화가 잘 안되면 결혼 생활이 복잡하게 얽혀 서로 불행한 상태에 접어드는 거죠.
 

-위기의 원인은 사드입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사드에 민감한가요?

▲한국과 미국은 사드를 통해 북한의 핵 도발을 막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말을 믿지 않아요. 북한의 핵 공격 억제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미국이 중국 견제 용도로 사드를 활용할 거라고 보고 있죠.

수교행사 따로…현 상황 반영
사드 두고 미·중 ‘대리전쟁

-이 상황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추가 배치 결정은 자위권 차원서, 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내려야 할 결정입니다. 단호한 결정이었고 시의 적절했다고 봐요. 하지만 결정 이후 나온 뒷말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결정 이후의 뒷말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국가적 중대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업 기준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건 너무 안일한 위기 대처 방식이에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현 상황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봅시다. 재난 지역은 일반 지역과 예산 집행 방식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처럼 국가재난 상황으로 가정하고 정부·여야·진보·보수할 것 없이 초당적, 거국적으로 사드 문제를 다뤄야 해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명확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외교 무대서 한국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사드 추가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자 ‘방어 차원’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이었습니다. 사드가 방어 차원의 자위권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했습니다. 주권국가의 외교부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고, 오히려 더 강하게 말했어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중국은 북한 미사일 문제보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더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중국 역시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자국의 입장서 사드 배치를 두고 항의할 수 있습니다. 양국 모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권리가 있어요. 국가 간에 중대한 현안을 두고 갈등을 빚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전 정권인 박근혜정부서 중국과의 대화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박근혜정부의 대응이 아쉬웠다는 말씀이시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밀월관계라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때가 있었죠. 그때 외교적으로 사드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관계가 지금만큼 악화되진 않았을 겁니다. 문재인정부가 그 짐을 한 아름 떠안은 셈이 됐어요. 또 국정 농단 사태가 일어나면서 외교시스템이 아예 정지된 것도 현 정부로선 상당히 부담이었을 겁니다.

-어려운 상황서 정권이 출범한 지 100일이 됐습니다. 현 정부의 대중외교 전략을 평가해 주신다면?


▲정상적으로 정권을 승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딱 잘라서 평가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4대 강국(미·중·일·러)에 특사를 보내는 등 발 빠르게 외교 관계를 복원한 건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없으십니까?

▲저는 특사보다는 밀사가 필요다고 보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 방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중요한 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정치권의 공개적인 특사보다는 중국 정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밀사를 파견해 한국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전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죠.

-특사보다 밀사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특사로 갔지만 중국 정부는 눈에 보이는 외교적 홀대를 했습니다. 중국이 한국 정부에 보내는 시그널이라고 봐도 되죠. 중국은 한국 정부와 사드에 대한 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중입니다. 이럴 땐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악수를 하는 것보단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밀사 파견이 사드 문제 해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거라 보십니까?


▲사실 사드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사드의 본질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미중 양국의 힘겨루기 싸움의 중간에 있습니다. 구한말 열강들의 각축장이 됐던 대한제국처럼요.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코리안 패싱’이 진행 중인 건가요?

▲6·25전쟁 때처럼 한반도서 미중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거죠. 물론 그때와 한국의 위상을 비교할 순 없지만 세계정세는 비슷하다고 봅니다.

"경제보복은 미국이 나서야"
"문재인정부 위기를 기회로"

-그래서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속수무책인 건가요?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는 한국의 입장보다는 한미동맹 차원서 미국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게다가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돼있다고 할 정도로 대중무역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이 중국과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과의 냉각기가 장기화되면 한국이 입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롯데그룹을 보세요.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큰 피해를 봤죠. 자동차, 제조, 전자 심지어는 김치, 콩, 두부, 고사리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중국산이 안 들어온 데가 없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드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무엇인가요.

▲시기가 문제일 뿐 사드는 한반도에 배치됩니다. 최종적으로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중국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고 양국 관계는 지금보다 최악으로 치달을 겁니다. 서로 ‘강대강’으로 치받고 있는 상황서 미국과 중국의 빅딜, 말 그대로 극적인 타결이 결국 해결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국 간의 빅딜을 언급하셨는데요.

▲빅딜이라는 건 서로 한 발씩만 양보하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좋다, 사드로 절대 너희를 탐지하지 않을게, 믿어줘’라고 했을 경우 중국이 ‘그래, 믿을게. 대신 너희들도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평화 조약을 체결해줘’라는 일련의 예상 가능한 조건들을 제시해 합의를 한다면 이게 바로 빅딜이자 극적인 타결이지요.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두고도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한반도 비핵화’라는 총론에는 동의하고 있어요. 다만 북한을 제재하는 각론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번 유엔 안보리 회의서 새 대북제재안에 찬성한 건가요?

▲중국은 국제사회서 이미 미국과 함께 세계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두고 미국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걸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이 너무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원유 수출 금지에는 반대하는 등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붕괴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뭔가요?

▲전쟁이 발생해 만약 북한이 무너진다면 중국은 당장 미국과 국경을 맞대야 합니다. 또 북한 난민 수백만 명이 대륙으로 들어가는 문제도 있죠. 중국 입장서 생각해보면 현재 태도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도 북한이 좋아서 보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중국은 통일한국을 바라지 않겠네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 모두 통일한국보다는 현상 유지가 나쁘지 않을 겁니다. 통일의 견인차보다는 방임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현 상태 유지가 자신들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사드나 대북 문제에 한국 정부가 끼어들 자리가 없네요?

▲미국은 한국의 건국을 함께한 옛 친구이고, 중국은 21세기 새로운 동반자이자 새 친구입니다. 한국으로선 옛 친구와 새 친구에게 마땅한 도리를 다하고 저자세도 고자세도 아닌 정자세로 작금의 폭풍 속을 헤쳐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정자세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주권국가예요. 할 말이 있을 땐 당당하게 요구하고 협상 자리서 비굴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방식, 즉 할 말은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한국의 국가위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또 미중 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새 친구를 위해 옛 친구를 버릴 수 없고, 옛 친구를 위해 새 친구를 사귀지 않을 수 없다는 자세로 새 시대에 걸맞은 외교를 추구해야 합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어떻습니까?

▲대중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합니다. 수치상으로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26%에 달해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개인무역이나 보따리상 같은 거래를 가상하면 실제로는 더 높을 겁니다. 한 나라와의 거래량이 전체의 30% 가까이 이른다는 건 양쪽 나라에 모두 부담이 될 수가 있습니다.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어떤 나라를 눈여겨보고 있으신지요.

▲우선 그동안 닫혀있던 중동의 이란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 1970∼80년대 누렸던 중동 특수를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는 시기예요.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인도도 새로운 시장으로 이미 세계 앞에 다가와 있어요. 세계 시장은 국제 각축장입니다. 다른 국가에 기회를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대중외교에 있어 조언하실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위기는 돌이켜보면 기회입니다. 이 위기를 문재인정부가 잘 극복해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사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양국은 21세기의 새로운 동반자적 관계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19세기 중반에 영국 총리를 2번이나 역임하고 외무장관을 3번 역임한 파머스턴이 한 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단지 영원한 국익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때입니다.
 

<jsjang@ilyosisa.co.kr>

 

[윤석헌 회장은?]

윤석헌 회장은 현재 아세아-태평양 경제문화연구회와 한·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중국 국제상회(한국의 전경련 격) 고문에 임명됐고, 중국 국영회사이자 중국 최대 건축회사인 중국건축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 내 가장 정통한 중국통’으로 꼽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