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04 19:10:37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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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결여됐던 희망이 채워지고 있다. 분열로 가득했던 지난 정권의 흔적은 점차 희미해져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국민들은 미래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로 번져가는 모습이다. 변화는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지만 그 한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힘쓴 사람들이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을 만나 문재인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공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민주당 권미혁 의원.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 권 의원은 대선 과정서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여론을 살피고 전략을 만든 그는 문재인정부 창출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또, 여성계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각종 현안에 통찰력을 보여주며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은 권 의원과의 일문일답.

- 여당의원이 된 소감을 듣고 싶다.

▲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만들어준 정부다.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던 수많은 광장시민들의 열망이 헛되지 않도록 통합과 개혁을 해내야 한다. 출발은 비교적 좋은 것 같지만 변화해야 할 일들이 많아 하나하나 정성을 쏟아야만 한다. 여당 의원이 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해 새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문 대통령의 인재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했는데. 

▲ 지난해 1월에 문 대통령께서 영입하셨다. 당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을 떠나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등 더불어민주당이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이런 어려움을 문 대통령이 인재 영입으로 돌파하는 와중에 이철희 의원과 함께 민주당에 들어오게 됐다. 총선에선 드물게 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11번을 받고 국회에 들어왔다. 진보정권을 창출하는 과정에 함께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 대선 과정서 맡은 전략본부 부본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 전략본부는 이번 대선서 총괄적인 전략기조를 정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 당은 다양한 선거조직들이 역동적으로 기능했다고 본다. 전략본부에선 여론 추이를 검토하고 선거과정 고비마다 대처할 전략을 만들었다. 또 그 전략을 선대본부와 조정해 하나로 갈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부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전병헌 본부장을 도와서 정세를 판단하고 전략이나 기획을 수립하는 데 기여했다. 

여성운동의 기수
대통령 인재 영입

- 원내부대표를 맡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 기존에는 상임위 활동을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원내직을 맡고 보니 우리 사회의 현안과 아젠다를 폭넓게 보게 된 점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원내부대표 역할로서 보람 있었던 것은 ‘시티은행 점포 폐쇄’ 문제를 국회와 현장이 협력하도록 연결해서 성과를 낸 것이다. 
 

당초 지난달 말에 점포를 80% 폐쇄키로 했던 시티은행이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일부 점포폐쇄를 백지화하고 고용승계 등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 

- 문재인정부에 바라는 것은. 


▲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가 하려는 개혁 중에 만만한 것은 없다. 특히 경제, 일자리, 저출산, 남북관계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하다 보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힘에 둘러싸일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라는 사실,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을 기억해야 한다.
  
- 국회 1년 동안 여러 상임위를 맡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임위 활동은.

▲ 국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이슈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생리대’ 문제였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으로 대신한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다. 즉시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난해 추경 30억원, 올해 30억원을 포함해 지자체 매칭 방식으로 총 12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밖에 복지 사각지대 해소,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 보건의료 공공성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정치란.

▲ 여성의 지위 향상에서 많은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노동자의 53.8%가 비정규직이고 성별임금격차(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0% 수준)와 경력단절 등 차별도 여전하다. 

여성을 위한 정치
“여성 삶에 기반을”

성폭력·가정폭력 등 여성인권도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 즉 여성의 지위가 올라갔다고 주장하기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해 여성의 삶은 도리어 후퇴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정치가 되려면 무엇보다 여성의 실제 삶에 기반을 둬야 한다.  

- 유독 애착이 가는 법안이 있다면. 

▲ 국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화장품, 치약, 샴푸 등에도 포함돼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화장품은 제품 전량 회수 조치하도록 했다. 치약, 샴푸 등 의약외품도 전 성분을 표기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메르스 등 공중보건 위기 때 꼭 필요한 약품생산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되지 않게 하기 위한 '공공제약사' 설립법안도 발의했다. 처음으로 제정하는 법안인 만큼 꼭 통과됐으면 한다. 

- 권 의원의 정치 철학은.

▲ ‘뒤처짐 없이 함께, 권미혁과 더불어!’ 내 블로그의 모토 글이다. 민주주의의 척도는 뒤처지는 사람을 사회가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뒤처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함께’라고 한 것은 여성운동을 통해 배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이 모여 의논하면 답이 나온다'는 더불어 정치를 표현한 것이다. 단 한 명일지라도 낙인감이나 소외감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불의한 권력을 향해 국민들이 보여주신 위대한 힘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다. 인내와 따스한 눈길도 주셨으면 좋겠다. 아울러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shs@ilyosisa.co.kr>

 

[권미혁 의원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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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