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하는 기관들 백태

새 정부 눈치 보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기관들이 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알 수 없는 이유로 미뤄왔던 일들을 뒤늦게 처리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바뀐 정권에 대한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뒤늦은 수사와 사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회삿돈을 횡령해 자택 인테리어 비용으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횡령·배임)를 잡고 지난 7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본사에 보관 중인 계약서, 공사 관련 자료, 세무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혐의로 수사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건에 견줘 조 회장 건은 수법이 복잡하지 않아 수사 속도는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 일가는 2013년 5월서 2014년 8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의 인테리어 비용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최소 5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영종도에 세운 호텔의 신축 공사 기간에 맞춰 조 회장 자택 공사도 진행됐다”며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호텔 공사를 위해 쓴 것처럼 서류를 꾸몄을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월 이건희·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부회장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도 회삿돈이나 비자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정부로부터 ‘인권경찰’로 거듭나라는 주문을 받은 경찰은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 뒤늦게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직격 물대포에 피격된 지 581일 만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서 “이 자리를 빌려 그간 민주화 과정서 경찰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신 박종철님, 이한열님 등 희생자분들과 특히 2015년 민중총궐기집회시위 과정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진심으로 사과” 태세 변환
흐지부지 사건들 수면위로 꺼내는 기관들

이 청장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이제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경찰은 일반 집회, 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사용 요건 또한 최대한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을 대통령령인 위해성 장비 등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해 철저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도 일을 시작했다. 2013년에 있었던 의혹을 이제야 풀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2013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대표와 A심판(현재 퇴직) 사이에 돈이 오간 것과 관련 내용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해 이제야 검찰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문체부는 지난 6일 최근 언론서 제기된 프로야구 심판 금전수수 및 사업 입찰비리 의혹에 대해 KBO에 대한 검찰 고발과 회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KBO서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A심판이 두산, 넥센 구단 외 여러 구단에 금전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해당 구단의 답변만으로 조사를 마무리한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2016년 8월 구단과 A심판의 금전거래를 확인한 뒤에도 A심판의 소재지를 파악한다는 명목하에 약 6개월간 조사를 지연한 점과 송금 계좌를 확보하고도 계좌 추적 등을 수사기관에 의뢰하지 않은 점, 승부조작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사항에 대해 충실히 조사하지 않은 점, 상벌위원회 결과를 비공개로 결정한 점 등 KBO가 이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문체부는 2013년 10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두산 구단 관계자가 A심판의 요청에 따라 300만원을 제공했고, 2016년 8월 KBO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KBO는 올해 3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대가성이 없는 당사자 간 금전 대차'로 결론짓고 구단 관계자에게 경고조치만 내린 후 비공개로 사안을 종결 처리했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임영아 문체부 스포츠산업과장은 “심판 금품수수 사건은 프로야구계의 구조적인 폐해를 묵인한 KBO의 직무유기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KBO에 대한 검찰 고발과 회계감사를 실시해 잘못된 일은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또 국고지원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KBO 보조금 사업 감사를 실시하고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추가 고발과 보조금 삭감 등 법령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감사원]

감사원이 최근 면세점 선정비리 내용을 발표했다. 특허권을 쥐고 있는 관세청이 2015년 두 차례에 걸린 면세점 선정 과정서 점수를 조작해 롯데 대신 한화와 두산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면세점의 매장 면적과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 등 정량평가까지 왜곡해 특정업체를 밀어줬다. 당시에도 특혜시비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논란거리였다. 심사위원을 어떻게 뽑았는지는 물론 평가점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비리 혐의는 검찰 수사 과정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에 쏟아지는 ‘뒷북 감사’라는 비난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는 작년 말 국회가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요구한 결과다. 2015년 두 차례의 면세점 선정 때도 감사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감사원의 ‘뒷북 감사’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감사원은 2015년 초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의 감사를 통해서였다. 자원외교가 한창 벌어지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 선제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했다면 국가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지난달 최순실 국정 농단 사안을 위법 또는 부당하게 처리한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요구한 것 역시 뒷북 감사의 전형이다. 이 역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상황에서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진행한다. 

비난 속 계속되는 ‘뒷북 감사’ 의혹 
‘고발요청권’ 행사후 뒤늦게 조치

대우조선해양 부실도 선제적 감사부재의 결과다. 작년 6월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감사원이 2011년 한 해를 빼고 최근 6년간 매년 산업은행을 감사했지만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을 지적한 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업무 소홀로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 회계사실을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난 지 3개월 뒤 전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2012년에는 영역을 뛰어넘는 월권 감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신한은행이 개인 신용대출 금리 산정을 할 때 대출 신청자의 학력 수준에 따라 이자를 차등 적용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본연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민간 영역까지 침해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치즈 통행세’ 등 각종 갑질을 일삼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고 나서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뒤늦게 고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지난 4일 봉욱(52·사법연수원 1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 명의로 공정위에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 전 회장과 MP그룹에 대한 고발을 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튿날인 5일 정 전 회장과 MP그룹을 대검찰청에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칙적으로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입증해도 기소할 수 없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71조는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이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기업의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고발을 요청받으면 공정위원장은 해당 기업을 반드시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총장 명의로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사상 세 번째다. 지난 2015년 김진태(65·14기) 당시 검찰총장은 새만금방조제 담합 사건에 연루된 SK건설을 고발해달라는 내용으로 사상 처음으로 공정위에 대해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는 화약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당시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이 한화와 고려노벨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의 잇따른 진정으로 ‘치즈 통행세’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점을 조사해왔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정 전 회장의 갑질에 견디지 못한 가맹점주들은 검찰에도 고소·고발장을 내는 등 수사를 촉구했고 결국 공정위가 머뭇거리는 사이 검찰이 전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면서 공정위는 ‘뒷북 고발’을 하게 됐다. 

지난해 공정위가 처리한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는 총 407건으로 이 중 190건이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았지만 형사 처분 중 하나인 고발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 전 회장 고발은 지난달 14일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첫 고발 사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공정위원장은 취임사서 경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재벌 개혁도 중요하지만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횡포를 시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 정권하에서 각종 민원에도 불공정한 시장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새 정부서 공정위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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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