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수배’에도 안 잡히는 범죄용의자 5人 전격공개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었나?"

2008년을 끝으로 공중파에서 방송되던 공개수배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폐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결국 폐지되고 만 것. 그 후로 3년이 흐른 지금 과연 모방범죄는 줄었을까. 물론 아니다. 또 당시 공개수배했던 범죄자들 중 잡히지 않은 수배자도 부지기수다. 경찰청에서는 매년 2회에 걸쳐 20명의 전국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해당 포스터는 전국 경찰서와 파출소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으며, 사이버경찰청에서 지명수배자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사이트에 접속해 지명수배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국민은 드문 이유에서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1년 상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된 지명수배자를 제외한 15명의 수배자 가운데 5명을 긴급 공개수배한다.

경찰, 1년에 2번 지명수배범 포스터 물갈이
강력·주요 범죄 피의자 종합수배 ‘총력’

경찰청은 매년 2회(상·하반기)에 걸쳐 전국 지방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범죄자 20명을 지명수배한다. 이는 각 경찰서에서 수배이후 6개월이 지나도 검거 되지 않은 범죄를 대상으로 구성되며 경찰청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된다.

공개수배에도 오리무중
"못 찾겠다 꾀꼬리"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경찰서는 용의자를 확보하고 뒤를 쫓는데 주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검거되지 않으면 각급 경찰서는 용의자를 공개수배한다.

하지만 공개수배의 효과가 단 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 용의자의 행방이 오랫동안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아 우리사회 치안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살인 등 강력사건 범인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 또 이들은 공개수배라는 굴레 안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손쉽게 추가범행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시민들은 언제라도 추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상반기 지명수배자는 총 20명, 이중 시민들의 제보로 5명이 검거됐고 하반기 지명수배자가 선정되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거되지 않은 지명수배자는 15명이다.

살인, 성폭행, 사기, 폭력 등 강력사건의 용의자인 그들은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①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
- 두 얼굴의 남자

2003년 3월,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서 김장용 비닐봉투에 싸인 한 여자의 토막 사체가 발견됐다. 지문 복원 끝에 드러난 그녀의 신원은 4개월 전 경기도 용인에서 실종된 50대 여성 .

실종 전까지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그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찰은 그녀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통화기록을 토대로 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제주, 부산, 대구, 서울, 경기 등 전국을 무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전과 11범의 신명호(51)가 바로 독신녀 토막 살인사건의 용의자다.

충북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신씨는 사업가를 사칭하며 돈 많은 주부들을 골프 동호회에 가입시킨 뒤 고가의 명품으로 유혹, 사랑과 결혼을 빙자해 금품을 갈취하는 등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다. 경찰 추산 그 피해자만 전국에 걸쳐 수 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의 달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이 신씨는 사기전과 11범.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며 여성 회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던 그는 평소 피해자가 사채로 돈을 굴려 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신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 챘고 "사기생각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신씨는 피해여성을 살려둘 수 없다고 판단, 2002년 12월16일 경기도 용인에서 피해자를 감금해 결박한 후 목 졸라 살해하고 공구를 이용해 토막 내 충북 제천의 배수로 공사 현장에 유기했다.

살인과 토막도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신씨의 범행 이후 생활은 더 끔찍했다. 같은 동호외에서 3개월을 더 활동하는 등 침작한 모습을 보인 것. 그는 3개월의 시간 동안 그동안 사기 행각을 벌였던 여성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갖고,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아이디로 동호회에 접속해 다른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피해 여성이 아직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② 택시기사 살인사건
- 여성 승객 살해 후 방화

2005년 10월18일 새벽 4시40분께 전북 전주시 전미동 진기마을 부근 제방에서 불에 탄 택시 안에서 여자 변사체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일행 4명이 차를 타고 지나는데 길 가에 세워진 택시에서 불길이 솟고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경찰은 택시운전자 임대욱(44)의 시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택시 뒷좌석에 있던 사체는 신원과 성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훼손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식 결과 여성으로 판명됐고, 사체가 심하게 탄 점으로 미뤄 살해 흔적을 감출 목적으로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럿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운전자 임씨가 집과 연락이 두절된 채 영업이 끝난 이후에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회사 측의 말에 따라 임씨를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임씨는 사건 발생 1개월 전에 택시 회사에 입사했고, 3년 전 이혼, 노모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사건 현장에서 수집한 유류품을 확인한 결과 피해 여성(당시 35세)은 전주 모 호프집에서 일하는 종업원으로 밝혀졌다. 피해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자정 퇴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

하지만 6년지 지난 현재까지 임씨의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경찰은 공개수배를 하고 임씨 검거에 총력을 다 하고 있지만 수사에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태다. 피해자마저 불에 타 숨져 임씨가 왜 피해자를 살해했는지 살해 동기조차 불분명하다.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임씨는 과연 현재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검거 목적이지만 검거 이후 관리에도 ‘신경’
경찰의 검거 노력은 물론 시민 관심도 필요

③ 노원구 상계동 곗돈 사기사건
- "돈을 갖고 튀어라"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00억원대 곗돈 사기사건의 주인공 김애경(58·여) 역시 아직까지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한창이던 당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렸다. 불경기에 이어 피땀 흘려 모은 목돈까지 하루아침에 떼였기 때문이다. 상계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계모임을 이끌던 큰 손 김씨가 작정하고 자취를 감춘 것.

2008년 4월2일 김씨는 그동안 끌어 모은 곗돈 100억원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에 피해자들은 같은 달 7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김씨를 고소해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씨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 상인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계모임을 성실히 이끌었다는 데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많은 상인들은 김씨를 믿고 계에 가입 꼬박고박 돈을 부었다.

하지만 일부 계원들이 곗톤을 탈 차례가 다가왔지만 김씨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지자 계원들은 덜컥 겁을 집어먹고 김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피해자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김씨는 계원들에게 김정숙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김씨의 행방을 오리무중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자주 드나들던 김씨가 돈을 챙겨 밀입국 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100억원대의 피해금액은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적어도 150명 이상의 계원들로부터 100억원대의 곗돈을 빼돌렸다는 것. 하지만 경찰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액은 32억원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④ 희대의 사기꾼
- 이종룡 그는 누구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경찰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사기 범죄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집계됐다.

그 중에서도 경찰청에서 공개수배한 이종룡(55)은 희대의 사기꾼이라 불릴만한 인물이다. 단골 택시기사, 단골 식당주인, 가족처럼 일하던 가사도우미와 자신의 모친 묘를 이장해 준 이장업자까지 인연이 닿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서다.

사기 수법도 다양했다. 사찰공사 투자, 아파트 전세계약, 아파트 상가분양, 납골당 건설을 미끼로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게 범행을 즐긴 것.

이와 관련 그의 수법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그가 전형적인 거물 사기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사람을 시작으로 대상을 넓혀 목표물을 넓힌 뒤 문어발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100여명, 피해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사기로 갈취한 돈을 단 한푼도 자신의 명의로 해놓지 않아 그를 검거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씨 역시 이종상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건실한 사업가인 냥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피해자 중에는 길게는 7년 동안 그와 친분을 쌓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씨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 때문에 경찰도 공개수배로 전환해 이씨 검거에 나섰지만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업까지 뒤로 한 채 그를 쫓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사기 범죄는 입증이 어려운데다 수사 인력의 한계로 인해 강도나 절도 등의 강력범죄에 비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마냥 경찰 수사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피해자들이 직접 이씨를 붙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

지난해 연초 <SBS 뉴스추적>에서 다룰 만큼 탁월한 사기 능력을 가진 이씨의 검거 소식이 기다려진다.

⑤ 춘천수렵장 접수
- "짝퉁조폭 게 섰거라"

2009년 한 30대 남성이 강원도가 운영하는 춘천시 서면 오월리 강원도립춘천수렵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7~8명을 협박해 2007년 말부터 1년 5개월여 동안 3억여원을 갈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장에서 공익근무를 했던 이상진(32)이 2007년 12월 중순께 수렵장에 침입해 자신을 조직폭력배의 일원이라고 소개한 뒤 사냥용 엽총에 실탄을 장전에 공무원들의 입 속에 넣고 협박하는 당 2009년 4월 중순까지 갖가지 폭력을 행사해 돈을 뜯고 입장료 일부도 챙겼다.

당시 이씨는 수렵장 측으로부터 잠자는 방은 물론 사무실 내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책상과 컴퓨터까지 제공받고 무전취식하며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4월부터 1년간 총 3200만원을 갈취당한 한 피해자는 "밤중에 휴양림 내 계곡으로 끌고가 흉기를 목에 들이대며 돈을 안주면 가족까지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3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총 피해자는 수렵장 근무 직원 7명 가운데 6명, 인근 자연휴양림과 관할사업소인 산림개발연구원 내 직원 일부 등 7~8명에 이른다. 이씨는 이들을 대상으로 흉기와 둔기 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뜯었고, 이들 중 일부 피해자는 이씨에게 맞아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08년 상반기 피해를 당한 한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돼 벌금형을 받고도 다시 수렵장 내에서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있다. 1년 5개월 동안 범행을 계속하던 이씨는 도산림개발연구원 내 한 중간간부를 대상으로 갈취를 시도하다 거세게 반발하자 2009년 4월 중순께 수렵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이씨가  "수렵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나머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강원도는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관련 공무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직원을 새로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으나, 춘천수렵장은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지난해 간판을 내렸다.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10년 동안이나 도주생활을 하고 있는 공개수배자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찰은 수배 뒤 잠적하다 검거된 범인들을 보면 대부분 신원공개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선을 타거나 축사 등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일반 사회와는 어느 정도 격리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일부 범죄자들은 뻔뻔하게도 신원을 감춘 채 위장취업하거나 막노동 생활을 하며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추가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치안력을 더욱 강화하고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인권문제로 인해 물심 검문이 제한되는 등 경찰력만으로는 잠적한 범인을 붙잡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경찰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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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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